권영세 통일장관, 헌재에 “대북전단금지법 ‘표현의 자유 침해’ 위헌”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남북관계발전법 조항(이른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의 원칙, 비례성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위헌이라는 입장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10일 “정부는 지난 4일 남북관계발전법 위헌심판 청구 사건과 관련해 청구 조항이 표현의 자유, 죄형법정주의 등에 위반된다는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단 등 살포 행위를 법률로 규제하는 건 표현의 자유와 죄형법정주의 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2020년 12월 신설된 남북관계발전법 제24조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대북 확성기 방송과 대북 시각물 게시, 전단 등 살포 행위를 통해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며 미수에 그쳤어도 처벌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 입장이 전단 등 살포를 찬성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접경지역 주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의 안전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관직무집행법과 민법 등 기존 법률과 행정적 수단을 통해 처리하는 것이 더욱 적합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이날 헌재에 제출된 권 장관 명의의 통일부 의견서를 공개했다. 권 장관은 의견서에서 해당 조항에 대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의 원칙, 비례성의 원칙을 위반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권 장관은 “전단 등을 북한의 불특정 다수에게 배부하거나 북한으로 이동시키는 행위는 북한 당국이나 주민들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나 가능성을 내포하는 점에서 정치활동 내지 정치적 의사 표현”이라며 “이 같은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정치활동의 자유 또는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권 장관은 “심판 대상 조항이 전단 등 살포에 해당하는 행위를 광범위하게 제한한다”며 “조항 내용만으로는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것’의 의미가 불분명해 결과적으로는 자의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은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민주당은 접경지역 주민 안전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지만, 국민의힘 “김여정 하명법”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반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 5월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대북 방송이나 또는 북한에 기부를 통해서 보내는 부분에 대해 현 정부(문재인 정부)가 법으로 많이 금지해놨는데, 그것이 접경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아닌 이상은 잘못된 결정”이라며 “정부 차원의 문제를 생각하기 전에 민간 차원에서 벌이는 인권 운동을 북한의 눈치를 본다는 차원에서 정부가 강제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최근까지 대북전단 살포를 강하게 비난해왔다. 김 부부장은 지난 8월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형식적으로나마 제정하였던 ‘대북삐라살포금지법’을 폐기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북전단을 통해 북한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입됐다며 남측을 향한 “아주 강력한 보복성 대응”을 주창했다.
통일부는 지난 9월 “북한이 코로나 확산 책임을 대북전단에 전가하고 있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불필요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자제를 촉구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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