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난 유엔인권사무소장 "북한 미사일에 쓸 돈, 주민들에게 써야"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제임스 히난 신임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은 10일 "북한은 미사일에 쓰이는 자금을 주민들의 인권을 위해 써야 한다"고 밝혔다.
히난 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유엔인권사무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북한이 최근 잇단 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을 벌인 것과 관련해 북측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서울사무소뿐 아니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차원에서 수년에 걸쳐 이야기하는 것은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는 자원을 인권을 충족시키는 쪽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원을) 활용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인권 침해"라며 "국가는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구체적 조처를 할 의무가 있으며, 모든 자원을 동원해 식량 접근과 보건, 교육, 사회보장 등 기본적 필요를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의 대북 제재가 북한 경제를 침체시켜 주민들이 처한 상황을 더 나쁘게 한다는 북한 주장에 대해서는 "인권에 대한 질문이라기보다 정치적 문제"라며 즉답을 삼갔다.
다만 "기본적으로 제재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국제적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가해졌을 때 위협 요소를 없애기 위해 취하는 것으로, 간단히 가해지는 게 아니다"라며 "북한이 미사일에 쓰이는 자금을 다른 곳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히난 소장은 추후 북한 인권문제의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도 거듭 밝혔다. 향후 서울 유엔인권사무소가 해야 할 일도 이와 관련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엔인권사무소가 인권 침해 문제를 (국제사회에) 보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권 침해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된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방안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어떤 형태와 방법의 책임 규명이 가능할지 파악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이 캄보디아와 팔레스타인 점령지구 OHCHR 소장으로 일한 경험을 예로 들며 "세계 모든 국가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바로 '피해자 중심' 방법론"이라며 "피해자들이 원하고 원치 않는 것이 무엇인지, 피해자들을 위험에 빠뜨리거나 헛된 희망을 품지 않게 (조사를) 조절하는 게 중시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내부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를 직접 조사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에는 "접근성은 큰 문제"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8월 취임한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지난달 제77차 유엔 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취임 직후 북한에 방북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국경을 봉쇄해 국제기구의 인도적 지원도 받지 않고 있다.
히난 소장은 "저희도 신뢰할 만한 북한 정보에 구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고, 북한에 계신 분들도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며 "현재 유엔에서도 상주조정관을 비롯해 주요 관계자들이 북한에 접촉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하지만 정보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북한만은 아니고 다른 국가도 그런 경우가 많다. 그래서 원격 모니터링 등이 방법론으로 자리 잡았다"며 "북한이 극단적으로 (정보 접근이) 힘든 곳이라는 걸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상황에 놓인 국가들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이 최초의 국제적 인권 합의문인 '세계인권선언' 채택 75주년이자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립 10주년인 만큼,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북한 인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가 존경하는 멘토 중 한 분은 '인권이 칵테일파티가 될 수는 없다'는 말씀을 했다"며 북한 인권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생기더라도 궁극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호주 출신인 히난 소장은 지난달 2일 한국에 부임해 대북단체 및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와 면담하며 업무를 개시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는 지난 2015년 유엔인권이사회 결의에 따라 북한 인권을 모니터링하고 기록, 책임 규명 노력을 강화하기 위해 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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