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루나·테라 사태?…FTX 유동성 위기에 가상화폐 폭락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가상화폐 시장이 폭락장을 맞고 있다. FTX를 인수하겠다고 밝히며 구원투수로 나섰던 바이낸스가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하면서 충격이 일파만파 커지는 모습이다.
9일(현지시간) 바이낸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FTX와의 인수 계약 진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FTX와 바이낸스가 투자의향서(LOI)에 합의했다고 밝힌지 불과 하루 만이다.
바이낸스는 “FTX에 대한 기업 실사 결과와 FTX가 고객들의 재산을 오용했다는 논란에 대해 미국 규제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을 고려해 인수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낸스는 “처음에는 유동성을 공급해 FTX의 고객을 지원하고자 했지만, 이번 건은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능력 밖”이라고 덧붙였다.
FTX의 유동성 위기는 가상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가 FTX의 관계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자산 중 3분의 1이 FTX가 발행한 FTT로 이뤄져 있다고 지적하며 시작됐다. 코인데스크는 알라메다 리서치가 FTX가 발행하는 FTT 물량 대부분을 사주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더해 세계 1위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지난 6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FTT를 전량 매도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위기감이 더 커졌다.
놀란 투자자들이 FTX에서 자금을 회수하면서 FTX는 ‘뱅크런’에 직면했다. 샘 뱅크먼프리드 FTX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 “72시간 동안 60억달러(8조2300억원)의 자금이 인출됐다”고 밝힌바 있다.
FTX가 발행하는 FTT는 연일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25달러 선을 오가던 FTT는 이날 오후 4시(한국시간) 24시간 전보다 46.98% 떨어진 2.54달러에 거래 중이다.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FTX의 사태를 5월의 루나·테라 사태에 비교하며 가상화폐 시장 전체로 악재가 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FTX의 유동성 위기 여파로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24시간 전보다 9.41%% 1만6699.27달러에 거래 중이다. 일주일 전보다 17.90% 폭락했다. JP모건은 비트코인이 1만3000달러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시장에서는 FTX가 결국 파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NBC 등에 따르면 FTX에 투자한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CV) 세콰이어캐피탈은 이날 투자자들에게 FTX에 대한 투자지분 가치를 ‘0’달러로 처리하겠다는 서한을 보냈다. FTX의 파산 가능성을 감안해 투자 지분 가치를 0으로 계산하겠다는 뜻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FTX의 뱅크먼프리드 CEO가 투자자들에게 자금이 공급되지 않으면 파산을 신고해야 할 수도 있다고 알렸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낸스가 인수 제안을 철회하기 전에 뱅크먼프리드 CEO는 투자자들에게 80억달러가 부족하며 상환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4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알렸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같은 내용의 안내문을 띄웠다. 고팍스,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 등 국내 5개 가상화폐 거래소는 “최근 해외 거래소 및 관계사에서 발생한 문제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 전체에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투자자 여러분의 각별한 주의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각 거래소에 맡겨 두신 투자자 여러분의 현금과 자산은 안전히 보관되고 있으며, 지급불능 사태로 이어지지 않으니 안심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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