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MBC 대통령 전용기 배제’에 “우리도 안타겠다”

“언론 통제하려는 반민주주의적 결정…민항기 탈 것”

(시사저널=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 2022년 6월27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MBC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가운데 한겨레가 "언론 통제하려는 반민주주의적 결정"이라며 순방 취재에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겨레는 10일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한겨레는 동남아순방 취재에 대통령 전용기를 거부합니다'라는 제목의 공지에서 "한겨레는 윤 대통령의 11~16일 동남아 순방에서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정의 이유에 대해 한겨레는 "대통령실이 지난 9일 밤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돼 온 점'을 이유로 들어 이번 순방에서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겠다고 통보한 것은 언론을 통제하려는 반민주주의적 결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전용기는 정부 예산으로 운용되는 공적인 자산"이라면서 "대통령실의 선택에 따라 차별적으로 접근을 제한해서는 안되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취재에는 민항기를 이용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대통령실이 지난 9일 오후 MBC 소속 대통령실 출입 기자에게 문자 메시지로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기 않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하면서 불거졌다.

이어 대통령실은 "대통령 전용기 탑승은 외교, 안보 이슈와 관련하여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오던 것"이라면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돼 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다수 언론단체들은 10일 긴급 공동성명에서 "대통령실이 권력비판을 이유로 특정 언론사에 대해 취재 제한 및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언론탄압이자 폭력"이라면서 "헌법이 규정한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대통령 전용기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며, 취재비용은 각 언론사들이 자비로 부담한다"고 지적하며 "마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개인 윤석열의 사유재산 이용에 시혜를 베푸는 것으로 착각하는 대통령실의 시대착오적 인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