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신간 소개, 도서 『위어드』
조지프 헨릭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과 교수는 현대 서구 문명의 번영을 가져온 5가지 키워드로 각 단어의 머릿글자를 딴 ‘위어드(WEIRD)’를 제시한다. 서구의(Western), 교육 수준이 높고(Educated), 산업화한(Industrialized), 부유하고(Rich), 민주적인(Democratic) 사회가 승리한다고 본 것이다. 인류 전체를 설명하기엔 ‘이상한(weird)’ 심리적 특징이 번영의 동력이 됐다.
1517년 비텐베르크의 수사 마르틴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발표하고, 종교개혁이 촉발됐다. 그가 신학과 사회, 기독교인의 삶에 대해 쓴 글은 전 유럽으로 파도처럼 퍼져나가 프로테스탄티즘 혁명을 가져왔다. ‘오직 성경’을 모토로 하는 개신교는 모두가 성경을 혼자 힘으로 읽고 해석해야 했다. 따라서 그의 눈에 가장 ‘위어드’한 종교는 바로 기독교다. 선교회의 진출 지역을 연구해볼 때, 기독교는 문해력과 교육, 경제와 민주주의 발전 등에 긍정적 영향을 비쳤다.
무엇보다 개신교인에게는 고해성사가 없다. 죄를 지으면 선한 행동으로 내세에 보험을 들어야 한다. 직업을 소명의식으로 여기는 프로테스탄트 정신으로 인한 ‘근면 혁명’ 기독교 국가의 전매특허가 됐다. 수백 년 뒤 산업혁명이 독일로 밀려왔을 때, 근면한 개신교도들은 교육받은 준비된 노동력을 제공해 급속한 경제발전과 2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됐다. ‘이상한’ 종교가 ‘이상한’ 번영을 도출해낸 셈이다.
이 책은 믿음, 관행, 사회 규범과 연관된 종교적 확신이 심리학과 사회의 형태마저 바꿔놓을 수 있음을 끈질기게 논증한다. 위어드가 공유하는 또 다른 특징은 개인주의다. 신과 개인적으로 소통하는 종교인은 인내심이 많고 대개 부지런히 일한다. 강한 자기 규제로 미래를 위해 현재의 불편을 참을 수 있다. 또한 개인주의적이고 공평한 규칙이나 원칙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고, 낯선 타자를 신뢰하며 협조적인 태도를 취한다. 상대적으로 위어드는 친구와 가족, 지인을 편애하지 않는다. 그들은 족벌주의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위어드의 가장 이상한 특징은 사촌 결혼 금지와 친족 중심주의를 벗어난 가족에 있다. 수렵채집사회에서도 농업 사회에서도 친족 기반 집단은 사냥과 농업, 공동 소유 등 과업에서 협동을 위한 최적의 관계망이었다. 일부일처 핵가족의 기원은 로마가톨릭 교회의 ‘결혼 가족 강령’에서 유래했다. 다양한 보편 종교의 등장과 코스모폴리탄적 제국의 발전은 문화적 진화가 결혼 및 가족과 관련된 신성한 규정을 ‘실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이러한 유럽인들의 심리적 변화가 만들어낸 법률, 과학, 그리고 종교가 근대 세계의 문을 열었다고 이 책은 단언한다. 유럽의 집단지능이 폭발하면서 친족에서 해방된 개인들은 시장, 길드, 대학 같은 자발적 결사체를 가능케 했다. 나아가 도시화, 입헌정부, 민주정치, 개인주의적 종교, 과학학회가 탄생하고 가차 없는 혁신이 추동하는 밑거름이 됐다. 인간은 ‘문화적 진화의 종(種)’이라는 이 책의 결론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책이다.
나타샤 트레스웨이는 세 번째 시집 『네이티브 가드』로 2007년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 연속 미국 계관시인으로 임명된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나타샤의 어머니는 열아홉 살 때 새아버지에 의해 살해당했다. 그 일은 끔찍한 트라우마가 되어 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시인은 흑인 여성으로 태어나 주체적으로 삶을 개척해나갔던 엄마의 삶과 보수적인 남부에서 혼혈로 태어나 차별을 경험하며 자랐던 자신의 삶을 함께 그리며, 엄마가 준 맹렬한 사랑과 엄마의 죽음이 남긴 유산이 자신을 시인으로, 한 사람으로 만든 과정을 시적인 언어로 담아낸다.
절대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치유하는 글쓰기가 아니라, 외면하고 있던 상실과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 속을 통과하면서 엄마의 죽음을 제대로 애도할 수 있게 해준 승화의 글쓰기다. 나타샤 트레스웨이는 너무나 거대한 슬픔을 이 회상록을 쓰는 행위를 통해 비로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54호 (22.11.1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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