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명 ‘매머드’ 특수본, ‘재난 컨트롤타워’ 행안부 수사는 언제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전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부실 대응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정작 ‘재난 컨트롤타워’인 행정안전부에 대한 수사는 미적댄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과 소방, 용산구청과 해밀톤 호텔 등을 압수수색하고 주요 관계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것과 대비된다는 것이다. 참사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물론 재난 대응 시스템 작동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행안부에 대한 수사가 필수적이만 경찰은 “법리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특수본 수사는 경찰과 소방, 구청, 해밀톤 호텔과 압사 사고를 부추긴 의혹을 받는 ‘각시탈’ 등 다각도로 전개되고 있지만 대체로 ‘아랫선’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집무실을 압수수색당한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청장은 아직 피의자로 입건하지 않았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비롯한 행안부 관계자들에 대해선 특수본 출범 열흘이 되도록 이렇다 할 조사를 하지 않았다.
특수본은 지난 9일 브리핑에서 행안부를 압수수색 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법리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행안부와 관계자 소환조사 여부를 묻는 말에는 “현재 단계에서 필요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며 “어떤 기관이라도 법령상 책무와 역할이 있었음에도 부실한 조치로 이번 사망에 결과 초래했다면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장관을 포함한 행안부가 수사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원론적인 말에 그친 것이다. 행안부와 행안부 장관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과 정부조직법에 명시된 재난 관리 주무 부처·지휘자인 데다 과거 참사나 재난에서 부처 책임자들이 업무상과실치사상죄와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받아 기소된 사례가 있는데도 수사에 뜸을 들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형 재난의 경우 증거 소멸 혹은 인멸 우려가 있어 인력을 최대한 동원해 한꺼번에 업무를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그런 점에서 본다면 특수본이 지금까지 행안부에 대해 전혀 수사를 하지 않고 법리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직무를 해태한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사회적 대화’ 추진위원을 지낸 조영선 변호사는 “지휘권이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지시를 내렸는지, 사고 신고 보고가 제대로 됐는지, 신고가 있었다면 시급하게 대응했는지 등 여부는 세월호 참사 당시 선장이나 해경청장 등에 적용된 법리를 적용하면 된다”며 “법리검토에 그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봤느냐”는 발언으로 책임 소재를 경찰에 지운 것이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행안부는 재난 보고 채널 역할을 부실하게 하고, 재난 문자를 늦게 보내 참사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문가들은 참사 당일 경찰·소방부터 행안부까지의 보고 상황을 파악하고 행안부 장관이 2차장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가리려면 행안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오민애 변호사는 “개개인에 대한 혐의를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난 대응 체계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포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경찰을 포함해 조사 대상 기관들이 어떤 식으로 대응했는지, 보고 체계에 허술한 점이 있는지 등도 행안부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참고인 수사도 포괄적으로 사안을 알아보기 위한 한 방법인데 특수본은 선을 긋고 경찰의 대응에만 초점을 맞춰놓은 것 같다”며 “경찰서나 경찰청의 대응 문제로 치부하면 근본적인 참사 원인을 밝혀내고 미비한 대응 체계를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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