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Y, 컨설팅 분리해 상장 검토... EY한영, 돈방석 앉는 파트너만 웃는다
IPO 과정에서 현금 보상·차익 기대감
‘새로운 기회’ VS ‘경쟁력 위축’ 엇갈려
글로벌 언스트앤영(EY)이 감사와 비감사 부문 분리를 추진하면서 한국 회원사인 EY한영(한영회계법인)에도 비슷한 변화가 예고됐다. 국내외 회계업계에선 이번 분리로 빅4(PwC·KPMG·딜로이트·EY)내 EY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Y가 비감사 부문을 떼어내서 상장을 추진하는 만큼 지분이 있는 소수 파트너 의견은 상이할 수 있지만, 나머지 회계사나 고객사들 사이에선 불만이 나오고 있다.
10일 회계업계 등에 따르면 EY한영은 이달부터 내년 초까지 감사와 비감사 부문 분리 여부를 두고 파트너 투표를 실시한다. 본사인 글로벌 EY 방침에 따라 EY한영뿐 아니라 전 세계 EY 회원사가 파트너 약 1만3000명을 대상으로 동시에 진행하는 절차다. 글로벌 EY은 감사와 나머지 세무·경영 전략·투자 관련 재무자문 등 비감사 부문을 떼어내서 기업공개(IPO)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통상 회계법인에서는 파트너(주주사원)가 조직 개편 등 주요 의사 결정의 핵심이 된다. 회계법인은 일반 법인과 달리 파트너가 일종의 의결권을 가진 주주로서 지분을 나눠 갖는 유한회사 성격을 띠고 있어서다. 업무적인 역할로만 보면 팀장과 비슷하다. 파트너들은 본인 아래 팀을 구성해 의사 결정을 주도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진다. 회계사 수 기준으로 파트너는 회계법인 전체의 10~15% 비율을 차지한다.
내년 초 파트너 투표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국내외 회계업계에선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글로벌 EY의 방침을 수용할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감사와 비감사 부문 분리를 통해 감사인의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본사 명분이 뚜렷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감사부문을 상장하는 과정에서 지분을 가진 파트너들에게는 적지 않은 보상이 주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EY은 감사와 비감사 부문을 통합해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이해상충 문제로 수개월 전부터 이번 분리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법인은 감사인 독립성 등을 이유로 감사를 맡은 고객사의 비감사 업무를 하는데 제한이 있다. 특히 최근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규제당국의 압박이 꾸준히 확대되는 만큼, 비감사 부문을 분리하면 제약이 덜해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EY는 비감사 부문 상장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 지분 15%를 100억달러(한화 약 13조6910억원)에 매각하고 170억달러(약 23조2737억원)를 차입한다는 방침이다. 차입금 대부분은 지분을 내준 파트너들 보상 목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후 상장한 회사의 지분 70%는 파트너들이 소유하고, 나머지 15%가량은 회계사 등 일반 직원들 주식 보상금으로 남을 예정이다.
WSJ는 “EY 파트너들에게 이번 분리 방안은 엄청난 재정적 유인이 된다”며 “감사 쪽 파트너들은 연봉 평균 2~4배에 달하는 현금을 지급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감사 쪽 파트너들은 회사 상장 이후 가치를 고려할 때 연봉 대비 적게는 7배에서 많게는 7배 달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며 “이들은 향후 5년에 걸쳐 약속된 주식을 지급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EY의 이 같은 방침은 EY한영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 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국내 EY한영도 파트너의 경우 연봉의 2~4배 가량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면서 “파트너를 제외하면 일반 회계사들은 보상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반 회계사와 직원들은 금전적 불만 이외에도 커리어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커리어 개발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EY가 빅4 내에서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회계법인 실적은 회계사 수와 비례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해진 회사 규모가 업계 내 순위가 되는 만큼 일각에선 EY가 빅4에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회계사의 기본 업무는 감사지만, 감사보다 비감사 쪽에서 전문성을 키우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며 “빅4에서 회계사 1~2년 차 때 부서를 선택할 기회를 주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감사가 아닌 비감사 쪽을 선호하는 회계사 입장에선 비감사 부문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없는 EY는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져 보일 수 있다”며 “회계법인 실적과 직결되는 인력 수급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해상충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감사와 비감사 부문을 통합해 운영하는 게 회계법인의 업무 품질과 효율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회계법인은 감사 업무를 수행할 때 단순 회계감사 외에 감사에 필요한 세무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등 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추후 회사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필수 인력을 남기더라도, 기존과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회계업계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적지 않은 보상을 받고, 상장 이후 차익 실현까지 기대할 수 있는 파트너 입장에선 기회처럼 보이더라도 나머지 구성원들은 중장기적인 회사 경쟁력이나 성장성에 의구심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와 비감사 부문이 모여있을 때 나오는 시너지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고객사들 입장에서도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때에 비하면 부족함이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Y한영 관계자는 “빅4 전반적으로 비감사 부문 규모가 커지면서 감사인 독립성에 대한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며 “장기적인 시나리오를 감안해 내부적으로 검토를 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업계를 선도하는 조직으로 이런 변화하는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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