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MBC 전용기 탑승 불허'에 여권 내부서도 "민망한 군기 잡기"
"'군기 잡기'로 볼 수밖에"…여권 내부서도 "민망하다"는 자조적 목소리
대통령실이 오는 11일부터 예정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해외 순방에서 MBC 취재진을 전용기에 태우지 않겠다고 한 데 대해 언론계와 야권을 중심으로 반발이 빗발친 가운데, 여권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이 지난 9일 늦은 오후 MBC 측에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겠다고 통보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여권 관계자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입기자가 심각한 오보를 내거나 엠바고 등 기자단 규칙을 어길 경우 통상적으로 기자 간사단 협의를 거쳐 출입 정지 등 징계 수위를 정하는데, 이번 경우는 그런 경로를 따르지 않았다"며 "기자단이 정한 징계 수위를 청와대에서 수용하고, 부족하다면 이의를 제기하거나 아예 소송을 거는 경우는 있지만, 이런 식의 일 처리는 정말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용기 불허' 사건이 언론사를 길들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과거 박근혜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MBC에 맞서기 위한 거라면 다른 압박 방식도 많은데, 굳이 이런 식으로 전면 노출하는 방식을 택한 이유는 '군기 잡기'로밖엔 해석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전용기를 타지 못하면 대통령실과 동선을 맞추기 어려워져 현지 취재가 사실상 어려워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언론사들이 대대적 보이콧에 동조하기 쉽지 않을 거란 계산이 깔려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자유'를 중시한 윤석열정부의 기조를 생각하면 "민망스럽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 시절 'SNL코리아'에 출연해 "대통령이 되신다면 자유롭게 정치 풍자를 하도록 도와주실 것이냐"는 질문에 "그건 도와주는 게 아니라 SNL의 권리"라고 답하는 등 자유를 강조했던 것과는 전혀 맞지 않는 결이란 비판이다.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또 다른 관계자는 "민망한 일"이라며 "기자단 합의를 거쳐 나온 징계라면 모르겠는데, 대통령실이 나서서 논란을 공개하고 확산하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여당 내에서 합리적인 비판의 목소리까지 힘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내 한 국회의원은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다. 대통령실이 최근 이런 식으로 강경 드라이브를 건 게 한두 건이 아닌데, 여러 모로 답답하다"면서도 "당내에서도 이런 사안에 대해 합리적인 비판을 내놓는다고 해서 도움 될 게 하나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니, 모두가 조심스러워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아직 관련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는 가운데 언론계의 반발은 이어지고 있고, 야권 역시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같은 전용기 운영이 국민 세금과 각 언론사의 지출로 이뤄지는 만큼, 대통령실이 임의로 배제를 결정할 수 없다는 점에 날을 세우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계 5개 단체는 공동성명을 내 "대통령실이 권력 비판을 이유로 특정 언론사에 대해 취재 제한,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언론 탄압이자 폭력이며, 헌법이 규정한 언론 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전용기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며, 취재 비용은 각 언론사가 자비로 부담한다"며 "대통령 전용기 탑승이 개인 윤석열의 사유재산 이용에 시혜를 베푸는 것으로 착각하는 대통령실의 시대착오적 인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일동은 "국민의 세금으로 가는 대통령 해외 출장에 대통령이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고 대통령 마음대로 특정 언론사를 배제하는 건 치졸한 언론 탄압"이라며 "대통령 전용기에서의 대통령 행위는 당연히 취재 대상인데 이에 출입을 금지한 것은 명백한 보도 자유의 침해이고 헌법상 언론의 자유 침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순방에 민간인인 대통령실 이원모 인사비서관의 부인까지 전용기에 태웠던 점을 언급하면서 "그러면서 국민 알권리를 위해 동행하는 언론인은 안 된다고 하는 건 이율배반"이라고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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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명지 기자 divin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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