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전세버블 만든 전세자금대출, 지금이 손질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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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면 전셋값이 떨어지는 시대다.
현행 전세자금대출 제도가 정말로 서민주거 안정에만 도움을 주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전세자금대출 때문에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가계부채가 늘어 취약 가계가 늘어났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23조원이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019년 100조원을 돌파한 뒤 2021년 말 기준 180조원까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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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면 전셋값이 떨어지는 시대다. 수요가 탄탄하다고 소문난 서울 강남 아파트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면적 84㎡ 전셋값이 13억, 서울 송파구 리센츠 전용면적 84㎡ 전셋값이 9억으로 떨어졌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각각 17억원, 15억원이었다.
1년 만에 전셋값이 4억~6억원씩 떨어졌지만, 이 가격에도 세입자를 구하기 쉽지 않다고들 난리다. 강남 한복판 신축 아파트에도 공실이 생겼다. 10월 말로 입주기간이 끝난 서울 서초구 반포르엘의 입주율은 아직 85% 수준이다. 15%는 빈 집이란 뜻이다.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일렬로 줄을 섰던 황당한 사진이 온라인상에 오르내리던 2년 전과 비교해보면 천지개벽 정도로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때와 지금은 뭐가 다를까. 그때 모자란다던 집들은 갑자기 다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당시 전세수요에서 비롯된 전셋값 거품이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과거 투자수요가 반영되는 매매가와 달리 실수요가 만든 전셋값은 왜곡이 크지 않다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그러나 역사적인 저금리, 쉽게 받을 수 있는 전세자금대출이 전셋값에도 거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은행에 이자를 조금만 내면 우리 가족이 좀 더 나은 주택에서 살 수 있다는 계산이 신축 아파트, 회사와 좀 더 가까운 아파트의 전세 수요를 만들어냈다. 이런 분위기는 도미노처럼 연달아 퍼져나갔다. 그 결과는 전셋값과 매맷값의 동시 상승이었다. 전셋값이 오르니 갭투자가 꿈틀대고 매맷값도 올랐다. 이런 분위기라면 주택은 지어도 지어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모든 집이 부족한 게 아니라 서울 아파트가 부족했던 셈이다.
전세자금대출은 사실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선의로 도입됐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집값과 전셋값에 거품이 끼는 데도 큰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전세자금대출을 이대로 둘 것이냐고 물으면 정책 입안자나 정치인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미 많은 사람이 이를 이용하고 있어서 건드리기가 부담스러워서다.
현행 전세자금대출 제도가 정말로 서민주거 안정에만 도움을 주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전세자금대출 때문에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가계부채가 늘어 취약 가계가 늘어났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23조원이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019년 100조원을 돌파한 뒤 2021년 말 기준 180조원까지 늘었다.
요즘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연 7~8% 수준까지 올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금리 부담에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도 줄었고 마침 전셋값도 하락세다. 잘못 운용되는 전세자금대출 제도를 손질할 적기인 셈이다. 전세금이 내리고 있으니 대출 한도를 줄여도 비슷한 수준의 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다.
정부는 정치적으로 부담이 크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 전세자금대출 한도는 차츰 줄여가야 하고 궁극적으로 주거취약계층에 한정돼 사용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 언젠가 금리가 다시 내리고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지면 전세자금대출은 또 집값을 올리는 도화선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살인적인 집값 상승은 그만 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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