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관 낙하산 원천 차단’ 공약은? 가스공사·지역난방공사 수장 등에 정치인 ‘내로남불 낙점’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공기관 낙하산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말했지만 에너지 분야 공공기관장에 관련 경력이 전무한 정치인인 들이 잇달아 선임을 앞두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세계적 에너지 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여권 대선캠프 출신을 공공기관 수장에 앉히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최연혜 전 의원을 한국가스공사 신임 사장으로 선임한다고 공사에 통보했다. 가스공사는 다음주 이사회, 다음달 초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최 내정자는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에서 제20대 국회의원과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을 지냈고,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
앞서 최 내정자는 철도 전문가로 한국철도대학 총장을 거쳐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에 취임했을 때는 전문성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다만 최 내정자는 코레일 사장 취임 직후 ‘수서발 KTX 자회사(현 SR) 설립’을 두고 반발하는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불법파업이라고 규정, 파업 참가자를 모두 직위 해제하며 갈등의 중심에 섰다.
최 내정자는 에너지 분야에서는 비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에너지 분야 활동과 관련해서는 관련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대선캠프에서 탈원전 대책 및 신재생에너지특별위원장 맡은 것이 전부다. 특히 최 내정자는 1차 공모 당시 에너지 관련 이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탈락한 인물이어서 더 논란을 빚고 있다. 정부는 남은 후보 가운데 적임자가 없다며 사장 후보자 재공모 절차까지 거친 끝에 결국 최 내정자에게 자리를 맡겼다.
한국지역난방공사도 오는 18일 주주총회를 열어 정용기 전 자유한국당 의원을 새 사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에서 19대·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 내정자도 대선 때 윤석열 캠프에 몸을 담았다. 정 내정자도 에너지 분야 관련 경력은 없는 비전문가로 통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전문성이 거의 없는 정치인 출신이 잇달아 에너지 공기업 수장 자리를 차지한 데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스 공급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데다, 탄소중립 등 에너지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비전문가를 임명하면 부실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전임 정부의 비판 선상에서 공공기관 낙하산은 원천 차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이후 대선캠프 출신 등의 기관장을 잇달라 임명하고 있다. 건설·금융 관련 이력이 없는 이은재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1일 국토교통부 관계기관인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신임 사장 공모 절차에 돌입한 한국도로공사 사장도 대선캠프 출신의 함진규 전 새누리당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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