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커리어, 자신감에서 나온다”

이상덕 2022. 11. 1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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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용 그렙 미국 CTO 인터뷰
실리콘밸리 27년차 개발자
스타트업 위한 멘토로 활약
“시류에 휩쓸리지 말아라”
“삶은 나를 찾아가는 여정”
한기용 그렙 미국 CTO
실리콘밸리 한인 커뮤니티에는 전설적인 인물이 있다. 바로 27년간 개발자로 근무한 한기용 그렙 미국 최고기술책임자(CTO)다. 그는 삼성전자 입사 후 미국 실리콘밸리로 넘어와 야후, 그리고 8개에 달하는 스타트업에서 개발을 주도했다. 이 가운데 오늘날 온라인 에듀테크의 거목으로 성장한 ‘유데미’(Udemy)도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삶 대부분을 스타트업에서 헌신한 것이다. 이런 활약 덕분에 주변에서 ‘멘토’로 초대하는 일이 빈번하다. 실리콘밸리 길거리에서 그를 알아보고 ‘사과주스’를 선물하는 청년도 있고, 네이버 무신사 카이스트 서울대 등 초대로 한국 스타트업 강연 무대에도 올랐다. 올해는 그렙의 미국법인 CTO로 합류했다. 한국 본사가 만든 서비스들을 미국에서 실험하고 스케일하는 임무다. 커지는 전쟁의 공포, 고조되는 경제 침체 분위기 속에서 스타트업 멘토인 한 CTO를 만나 ‘위기 속에서 빛날 수 있는 스타트업 성공 방정식’을 물었다.
“2008년 금융위기때 위대한 스타트업 쏟아져”

Q. 이런때, 스타트업이 어떻게 생존해야하나요.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많이 생각납니다. 당시 경제가 참혹했습니다. 미국 집값은 1999년 닷컴버블 때 수준으로 떨어졌었죠. 하지만 그때 많은 기업이 창업했습니다. 에어비앤비와 우버, 그리고 내가 있었던 유데미 역시 그 시기에 창업했어요. 결국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습니다. 지금 큰 회사에서 나오는 인재들이 작은 회사로 유입될 것이라고 봅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회사들이 지난 몇 년 동안 돈을 잘 벌고 기업가치도 올라가면서 사람을 필요 이상으로 대거 많이 뽑았죠. 이 잉여인력들이 자리를 찾아가는 거라고 보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이런 인재들이 합류하는 초기 스타트업들이 다음 발전을 끌어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그래도 마음가짐이 다들 흔들릴 텐데요.

“이럴 때일수록 다들 조금씩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금전적 여유면 좋겠지만, 꼭 그것만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결국에는 좋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어두운 시기를 어떻게 버틸 것이냐?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결국 자신에게 충실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습니다. 외부가 많이 변하고 있다면 고정된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게 중요하겠죠. 그 고정된 것은 자신의 내부에서 찾아야 합니다.”

Q. 메타 트위터 등 빅테크의 해고 물결이 거셉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실리콘밸리에서 주니어 개발자들은 힘들었어요. 하지만 능력이 있고 검증된 개발자들은 갈 곳이 많았죠. 큰 회사 작은 회사에 있었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어떤 경험을 해 봤냐. 어떤 성취를 해 봤냐. 그게 더 중요했죠. 저도 한국에서는 조바심에 많이 쫓겼던 것 같아요. 실리콘밸리에 와서도 초반에는 조바심을 많이 냈고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아마도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경제적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그런 거겠죠? 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조금 더 저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지금은 확실히 있어요.”

“기술 집착 버리고 나를 찾고 현재에 집중해야”

(한 CTO는 실리콘밸리에 와서 약 11개월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쉰 적이 있다. 물가도 비싼 그 동네에서, 그렇게 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기간은 조바심과의 이별, 인생에 대한 관점이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일종의 ‘방학’ 같은 것이었을지 모른다.)

Q. 개발자들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

“한국 개발자분들이 가진 잘못된 생각 중 하나가 ‘뜨는 기술’에 대한 집착인 것 같아요. 뜨는 기술에 대한 전문성이 있으면 오래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인 것 같은데요. 이것도 조바심이겠죠. 그런데, 잘못된 생각이에요. 오히려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해요. 뜨는 기술을 예측하고 선행학습을 하다가 엉뚱하게 오지도 않을 미래를 미리 준비하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하고 일을 잘하려고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해요. 좋은 커리어라는 것은 자신감을 쌓는 거라 생각해요. 성취하는 경험을 위해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뜨는 기술 따라다니는 것보다) 더 중요해요.”

Q. 자신감을 어떻게 쌓아야할까요.

“그래서 저는 젊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과거의 나 자신에게 이야기한다고 생각해요. 인생을 사는 방법, 커리어를 쌓는 방법의 기준이 ‘나’ 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남들의 이목이 아니란 말이에요. 유행을 쫓으면 100명의 사람이 다 한 방향으로 뛰게 돼요. ‘나’를 중심으로 하면 훨씬 조바심에 쫓기지 않으면서 진실한 경력을 쌓아나갈 수 있죠. 인생 전반기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고, 작은 실패를 실패라 생각하지 말고, 아물 수 있는 상처들을 입으면서, 여유 있게 갔으면 좋겠어요. 한 번 잘못된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 아니잖아요. 어려울 때일수록 시류가 아니라 ‘결과’를 내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렇다면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들을 키워야 할까요.

Q. 이런 순간에 필요한 역량이라고 하시면...

“의사소통 능력이에요. 다른 무엇보다. 문제정의를 객관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성공과 실패를 내가 판단하려 하지 말고, 같이 일하는 사람과 정의해야 해요. 그리고 그걸 해결해야 진정한 결과를 낼 수 있죠.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면 성공과 실패를 내가 정의하려 하는 경향이 생겨요. 내 팀의 팀원들하고 1:1로만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다른 팀의 팀원들과도 2주에 한 번은 싱크업(Sync-up)을 해야 해요. 그래야 주변 사람들과 발맞추면서 객관적 결과를 낼 수 있죠.”

그렙 미국 법인
“수평적 조직이란 함정에 빠지지 말아라”

Q. 의사소통은 조직문화에 달린 것 같습니다.

“회사가 작을 때는 모든 사람이 수평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회사가 늘어날 수록 저는 수직적 조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수평적인 것은 ‘관계’여야 해요. 하지만 의사소통은 수직적이어야 하죠. 이 부분을 한국 스타트업들이 많이 간과하는 것 같았어요. 일하는 모든 방식까지 수평적이어선 안 돼요. 의사소통이 수직적이지 않을 경우 병목현상이 생기기 때문이에요. 수평적 조직을 강조한 나머지 리더가 모든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순간, 중간 매니저들은 존재가치를 잃죠. 최고경영진의 이야기가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아요. 리더들은 중간관리자를 먼저 만나서 그들의 질문을 받고 이해관계를 최대한 조정한 다음 생각을 일치시키고, 관리자들은 팀원들을 만나 생각을 일치시켜 나가야만 조직은 커질 수 있어요. 이는 중요한 의사소통은 결국 1:1 상황에서 이뤄지기 때문이에요. 그룹으로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요. 중요한 이야기들은 거기서 잘 나오지 않으니까요.”

Q. 선뜻 이해하기 어렵네요. 결국 리더십일까요.

“의사결정의 원칙이 명확하게 문서화가 되면 구성원들이 덜 헤매죠. 어려운 결정이라 하더라도 원칙을 이야기해 주면 구성원들이 별문제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원칙이 없으면 모두가 결정을 기다리게 되고, 결정이 지연되면 갈등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어요. 기회를 잃을 수도 있고요. 최선의 결정을 하기보다는 원칙을 갖고 빨리 결정하는 것이 좋아요. 물론 원칙이 시간을 두고 바뀔 수는 있죠. 하지만 적어도 원칙에 대한 근거가 구성원들에게 잘 이해될 필요는 있어요. 결정에 대한 근거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Q. 대다수 스타트업들이 경험이 짧을 텐데, 어떤 조언을 주실 수 있나요.

“특히 지금은 경기가 나빠지는 시기잖아요. 이런 경험을 하지 못 한 사람들이 조직에 많을 수 있어요. 그러면 불안감이 생길 거예요. 그들에게는 심리적 안정감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 안정감의 기본은 투명성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도 정리해고가 많이 일어나는데요. 이런 나쁜 소식들은 갑자기 뉴스를 통해 전해지면 절대 안 돼요. 회사가 정리해고에 대한 원칙을 먼저 알리고, 회사의 상황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알린 다음 이뤄져야 하죠. 한국에서도 최근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구성원들이 ‘경영진과 이야기하기 너무 힘들어요’라는 질문을 하는 것을 들었어요. 저는 지금 같은 시기에 올핸즈미팅 더 자주하고, 좋은 말을 못 해주더라도 계속 말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기용 그렙 미국 CTO
“역경 이겨낼 수 있는 자질 갖춰야 좋은 인재”

Q. 채용에 대해서도 말씀을 주실 수 있나요.

”좋은 사람을 뽑으면 모든 일이 쉬워집니다. 그러나 사람을 잘 못 뽑으면 모든 일이 힘들어지죠. 저는 첫인상과 싸우라고 리더분들에게 많이 말씀드려요. 훈련받지 않으면 첫인상만 보고 마음에 결정한 다음 면접 시간에는 노는 경우도 많아요. 안 돼요. 열심히 조사해서 뽑아야 해요. 레퍼런스 체크도 열심히 해야 하고요. 물론 레퍼런스 체크 해 주는 사람들이야 모두 요청받았으니 좋은 이야기만 할 거고, 그래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어떤 사람들은 아무리 찾아도 좋은 이야기를 해 줄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런 이들을 걸러내기 위해서라도 레퍼런스 체크는 세게 해야 해요.“

Q. 좋은 인재는 어떤 기준일까요.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스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에요. 좌충우돌하는 환경에서도 이겨낼 수 있는 자질이 있느냐는 의미가 더 강하다고 생각해요. 큰 회사는 내 일만 잘해도 굴러가요. 하지만 작은 회사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하루하루 새로운 결정을 해야 하고, 새로운 일을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달려들어야 하죠. 그 과정에서 충돌하기도 하고 우왕좌왕하기도 해요. 어떻게든 리더들은 문제를 풀면서 시범을 보여줘야 하죠. 구성원들은 매일 일어나는 이 과정에서 말이 되는 결정들을 하는 사람을 따르게 돼 있어요. 스타트업은 그런 사람을 뽑아야 하죠.“

Q.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조금 해 보고 못 한다고 포기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앞의 실패와 실수는 배움의 기회니까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에요.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 (Practice makes perfect). 한번 넘어진다고 인생 끝나는 것 아니잖아요. 제가 일하는 그렙으로 오시면 보다 넓고 세계 최첨단을 달리는 개발자 성장의 길로 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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