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서’ 국회 본회의 보고···윤 대통령은 반대 의사 피력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당이 제출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가 10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 수사와 송치 이후 신속한 검찰 수사에 의한 진상규명을 국민이 더 바라지 않느냐”며 국정조사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태원 사고를 어떻게든 정치 쟁점화해서 확대 재생산하는 의도”라고 밝혔다. 야당은 국민의힘이 반대하면 단독으로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정명호 국회 의사국장은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9일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 181인으로부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가 제출됐다”고 보고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정조사 요구서가 제출됐다”며 “각 교섭단체 대표들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에 관한 사항을 협의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 3당은 오는 24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에도 정부여당의 반대 의사는 점점 강해진다. 책임지려는 생각도 점차 옅어진다”며 “분명하게 책임을 가리고 상응하는 책임을 묻기 위한 민주당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어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해밀톤호텔 대표이사를 추가 입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국민들은 의아해 한다. 왜 주무부처인 대통령실이나 행정안전부는 수사하지 않나. 이것이 국정조사를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특수본은 용산경찰서, 용산소방서, 용산구청, 해밀톤호텔 등을 수사 중이지만 이날까지 수사 대상에서 행정안전부와 대통령실은 포함돼 있지 않다.
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가 수사에 방해된다는 여당 주장에 대해 “필요한 증거와 수사 증언을 확보해 선택적 수사에 경종을 울리는 게 수사 진척에 도움이 된다”며 “말단 실무자에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가 책임에 의거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특검도 본격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국정조사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야권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사고 때 수사기관이 과학수사와 방재수사에 기반한 신속한 규명을 모두 바라고 있다”면서 “경찰 수사와 송치 이후 신속한 검찰 수사에 의한 진상규명을 국민이 더 바라지 않느냐”고 답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이 큰 슬픔은 정치에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수사 결과에 따라 국정조사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들어 민주당의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며 반대 의사를 더욱 명확히 하고 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에서 이태원 사고를 어떻게든 정치 쟁점화해서 확대 재생산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며 “사법 리스크, 검찰 수사가 구체적으로 나오면서 결국 대장동 ‘그분’을 지키기 위해 모든 정치 이슈를 방탄하는 데 모으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앞서 비대위 회의에서는 “국정조사는 의회주의를 볼모로 한 이재명 살리기에 불과하다”며 “방탄의원단 뒤에 숨는다고 저지른 죄가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국정조사 방식으로는 관계자를 부를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정쟁, 호통만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국정조사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에 국정조사 요구서가 보고됨에 따라 국회의장은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조사를 실시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상임위원회를 지정해야 한다. 국정조사특위가 제출한 계획서가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국정조사를 개시할 수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참여를 독려하되, 오는 24일 예정된 본회의까지 불참하면 야당 단독으로라도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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