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BMW·아우디·현대차그룹…연이은 고성능 전기차 출시, 왜?

박순봉 기자 2022. 11. 1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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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메르세데스-AMG EQS 53 4MATIC+ 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완성차 업체들이 ‘500~600마력, 제로백(출발부터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 3초대’의 고성능 전기차를 잇달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사실 고성능은 친환경이란 전기차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편이다. 적은 연료 소모는 친환경의 필수 요소다. 그럼에도 경쟁하듯 고성능 전기차를 출시하는 이유가 뭘까.

BMW iX M60 BMW 제공

고성능 모델 출시는 전기차의 대중화를 보여주는 단면이자, 기술력을 뽐내서 ‘플래그십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 차원이다. 또 아직 일반 전기차로 이익을 내기 힘든 상황에서 고가 차량이 높은 이익률을 낸다는 점도 중요요소다. 전기모터가 일반적인 내연기관에 비해 더 빠른 가속을 낼 수 있다는 특징 또한 고성능 전기차의 매력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고성능 브랜드 AMG는 첫 순수 전기차 ‘더 뉴 메르세데스-AMG EQS 53 4MATIC+’(AMG EQS 53)을 출시한다고 10일 밝혔다. 14일부터 판매에 돌입한다. 649마력에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3.8초다. 고성능 모델이지만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는 404㎞다. 가격은 2억1300만원이다. 이번 모델 출시는 벤츠가 본격 전기차 경쟁에 나섰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V6 GT 기아 제공

벤츠처럼 자동차 회사들은 빠르고 비싼 전기차를 내놓고 있다.

기아는 고성능 전기차 ‘EV6 GT’를 지난달 4일 출시했다. 기존 EV6의 성능을 끌어올린 모델이다. 585마력에 제로백은 3.5초다. 내연기관차를 포함해 한국산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빠른 차다. 가격은 7200만원이다. 현대차그룹은 보조금 기준에 맞춰 5500만원 안팎의 가격대를 설정한다. EV6 GT는 그에 비해선 비싼 편이다.

타이칸 GTS 포르셰 제공

BMW는 지난 3월 고성능 전기차 모델 i4 M50을 출시한 데 이어 9월 iX M60을 내놨다. i4 M50은 544마력에 제로백 3.9초다. 가격은 8490만원부터다. iX M60은 619마력에 제로백 3.8초다. 가격은 1억5510만원이다. 또 아우디는 고성능 전기차 모델로 ‘RS e-트론 GT’를 보유하고 있다. 포르셰가 2020년 11월 국내에 출시한 전기차 타이칸 시리즈도 흥행하고 있다. 포르셰는 타이칸 시리즈의 누적 판매량이 전세계에서 10만대를 넘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대부분 1억원이 넘는 고성능 전기차의 판매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를 보면, 올해 1~10월 사이 1억원이 넘는 전기차는 총 3753대가 팔렸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1873대가 팔렸다. 판매량이 2배 정도가 됐다. 올해 기준으로도 1월 287대가 팔렸지만 10월에는 744대로 거의 3배 가까이 늘었다.

고성능 전기차의 등장은 전기차 대중화의 한 이면이다. 초기 전기차는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자동차로서 ‘이동수단’으로서 기본 기능을 수행해 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문제였던 셈이다. 하지만 전기차가 대중화되면서 세그먼트의 분화가 시작됐다. 고급 브랜드의 차일수록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도 자동차 회사들이 고성능 모델을 만들게 하는 동력 중 하나다.

외국차 업체 관계자는 “전기차 전환 초기에는 비용이 가장 큰 고려사항이었지만, 4~5년이 지나면서 전기차도 프리미엄·럭셔리, 고성능 등으로 분화하고 있다”면서 “고객들도 운전의 재미와 성능을 추구하기도 한다. 다양한 수요가 반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나 토요타는 한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내지만 벤츠나 포르셰는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낸다”고 말했다.

기술력을 앞세워 브랜드 위상을 끌어올리기 위한 측면도 있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일상 생활용으로 차를 타는 소비자 입장에서 전기차 중에서 고성능 모델을 선택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이유는 많지 않다”면서 “제조사 입장에선 기술력을 보여주고, 이를 통한 마케팅 효과를 얻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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