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도 美 중간선거 주목… IRA 법안에 따른 업계 영향은?
미국 중간선거에 따른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이하 IRA) 향방에 바이오 산업이 주목하고 있다. IRA를 반대한 공화당이 선거에서 압승하지 못하면서 현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약값 인하 정책은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약값 인하 정책이 유지되면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연구·개발(R&D) 동력이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제약사의 R&D 동력이 떨어지면 국내 제약·바이오사의 해외 기술수출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에는 유리한 사업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 시각)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하면서 IRA에 담긴 약값 인하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8월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IRA에는 2026년부터 미국 공공의료보험기관 'CMS(Center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가 출시된 지 오래된 블록버스터 의약품 가격을 협상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출액이 가장 높은 50개 의약품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이후 9년 이상 제네릭이 출시되지 않은 저분자 합성 의약품과 13년 이상 시밀러가 출시되지 않은 바이오 의약품이 협상 대상이다. 협상에 응하지 않는 제약사에게는 해당 의약품 연간 매출의 65%에 해당하는 소비세가 부과된다. 이 비율은 분기마다 10%씩 상승해 최대 95%까지 다다를 수 있다.
공화당은 앞서 IRA 폐기 혹은 개정 의사를 밝혀왔다.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다고 해도 상원은 초접전 양상이기 때문에 실제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약값 통제에 강력한 의지가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인슐린 가격을 비판하는 트위터 글을 여러 차례 게재했다. 인슐린 한 병을 만드는 데 10달러밖에 안 들지만 제약사들이 이를 30배나 더 비싸게 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는 중산층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출마했다. 헬스케어 비용과 싸우기 위해 IRA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강조했다.
제약사들은 약값 인하 규제에 반발한다. 약값 인하가 제약사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R&D 동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로버트 브래드웨이 암젠 CEO는 9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수십 년 생명공학 역사에서 여러 대기업이 탄생했지만 새로운 법안으로 인해 그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며 "암젠도 이미 IRA에 맞지 않은 포트폴리오나 R&D를 들여다 보고 있다. 안타깝게도 암·중증 질환자를 위한 치료제 개발도 거기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글로벌 임상 중단 사례가 나왔다. RNAi(리보핵산 간섭) 치료제를 개발하는 앨라일람은 지난달 28일 스타르가르트 질환 치료제 '부트시란'의 적응증 추가 임상 3상 계획을 철회했다. 희귀질환 치료제도 승인 이후 적응증을 확장하면 약값 협상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약값 인하로 인한 수익성 급감을 우려하여 R&D 투자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제약사의 개발 전략이 바뀌면 국내 바이오 산업 기술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이 빅파마와의 기술이전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해외 시장 공략도 영향받을 수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책 변화에 맞춰 다국적 제약사의 신약 개발 전략 수정 등으로 관망세가 있었을 것"이라며 "물질 도입 이후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데 상용화부터 약가 협상 시기까지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다국적 제약사가 기술 도입을 망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에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헬스케어 지출 완화라는 뚜렷한 정책 목표에 상대적으로 약값이 저렴한 바이오시밀러가 잘 들어맞기 때문이다. 또한 IRA에는 바이오시밀러 처방 이후 환급받는 인센티브를 현행 오리지널 평균 약값 6%에서 8%로 인상하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시밀러 약값에 참조가 되는 신약의 가격이 인하된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내 업계는 아직 IRA가 시행되기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섣불리 영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의 조치는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도 "자체적으로 의견 수렴도 하지만 아직 평가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기다리는 중이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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