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망신” “유치한 보복”···시민사회, MBC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 논란에 일제히 비판

이유진 기자 2022. 11. 1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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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탄압 못하니 구차한 보복”
관련 단어,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평양서 남북정상회담 때 북 설득해
조선일보·KBS 동반한 DJ와 대비도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등 현업언론단체 회원들이 10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공동성명 발표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대통령실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캄보디아·인도네시아를 순방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전용기에 MBC 대통령실 출입기자를 탑승시키지 않겠다고 하자 시민사회는 일제히 “명백한 언론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언론사의 공동대응을 요구하며 ‘언론자유 수호’를 촉구했다.

대통령실의 ‘MBC 배제’ 조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는 ‘언론탄압’ ‘MBC 전용기’ ‘MBC 기자’ 등 단어가 1만회 이상 언급되며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다.

한 누리꾼은 “‘왜곡· 편파 방송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 같은 소리 하고 있다”며 “이건 그냥 ‘내 심기를 건드렸으니까 내 거 쓰지마’의 전형이다. 대놓고 탄압은 못 하니까 구차한 보복을 한다. 모욕을 주고 싶었겠지만 결국 셀프 망신”이라고 대통령실을 비판했다. 이 글은 오후 2시 기준 1600회 이상 공유되며 지지를 얻었다.

직장인 김성범씨(36)는 “유치해서 말이 안 나온다. 일국의 대통령실이 내린 판단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며 “잊고 있던 대통령 비속어 논란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왜 매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이모씨(28)는 “허위 조작 보도도 아니고 정부에 불리한 보도를 했다고 해서 대통령 개인의 소유도 아닌 대통령기 탑승을 못 하게 한다는 건 부당하다”며 “정부에 불리한 보도를 할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취재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일제히 논평을 내고 언론사들의 공동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대통령 해외 순방 전용기에서 특정 언론사를 빼겠다는 졸렬한 탄압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대통령실이 MBC 탑승불허를 취소하지 않는다면, 다른 언론 역시 전용기 탑승을 거부해야 한다. 정부의 언론탄압 폭거를 언론 스스로 막지 않는다면, 그 부메랑은 고스란히 언론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대통령의 업무를 취재하는 기자단의 전용기 탑승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대통령이 보장해야 할 책무에 해당하는데도, 마치 대통령의 권한으로 기자단에게 시혜를 베푸는 듯한 대통령의 인식은 충격적”이라면서 “이번 배제를 용인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른 또 다른 언론사가 다음 타깃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번 사태는 단순한 언론 취재의 제약을 넘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반민주적인 폭거”라고 비판했다. 신 사무처장은 “특히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은 국민 알 권리 보장을 위한 공적 취재에 대한 지원”이라며 “언론사와 언론인들이 힘을 모아 언론 자유를 수호해내길 바라는 것이 시민들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대응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보인 언론관과 대비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측은 조선일보와 KBS의 북한 방문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기에 기자들을 무조건 태우라고 지시했고, 결국 조선일보와 KBS도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평양에 도착해 정상회담을 취재할 수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남한은 민주국가이다. 민주국가에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정상회담을 하는 것 자체가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는 것이고 누가 수행취재를 가느냐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다. 취재기자 선별까지 양보하면서 정상회담을 할 필요는 없다”고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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