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본질이 바뀌는 시대[딜로이트 컨설팅]

2022. 11. 10. 15: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경 CFO Insight]
박형곤 딜로이트 컨설팅 파트너
이 기사는 11월 09일 14: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베일 벗은 아이폰, 혁신은 없었다."

애플이 아이폰 시리즈를 출시할 때마다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문구다. 그러나 대부분 출시 이후에는 기존 판매량을 갱신할 뿐 아니라 제품을 받으려면 예약을 하고 기다리기까지 하는 등 소비자들은 늘 새로운 아이폰을 찾아 구매하려고 한다. 과연 애플이 출시하는 제품에 진정 혁신이 없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이 간극을 살펴봤을 때, 오히려 시장에서 기대하던 혁신의 모습과 소비자가 진정으로 기대한 혁신의 방향성이 전과 달리 진화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과거에 우리에게 익숙했던 혁신의 모습이란 제품 자체의 성능이 향상되고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는 등 가시적인 하드웨어적 변화가 주를 이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품을 사용하는 경험 (UX: User Experience)을 통해 개인의 행동 양식과 사용자 경험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비가시적인 소프트웨어적 변화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현재의 애플을 만든 것은 지속적이고 점진적인 소프트웨어적 혁신이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혁신을 눈에 보이는 변화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즉, 혁신의 본질은 점진적인 소프트웨어적 변화에 가까운 것으로, 이를 통해 기업은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고 업계 선도적 위치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애플의 간판 제품인 아이폰도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폼팩터(Form Factor) 측면에서의 차이점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아이폰 6S는 아이폰 6에 비해 성능이 70% 더 개선된 반면, 아이폰 13과 12간 성능 차이는 10%에 불과하다. 올해 10월 출시된 아이폰14 역시 기존 모델 대비 성능 차이는 적지만 예상 판매량은 2021년 4분기 애플의 역대 최대 매출 달성에 기여했던 아이폰13의 판매량과 유사한 2억 4000만대로 예상되고 있다. KT를 통한 국내 사전예약 건수가 전작 대비 90% 이상 증가했을 뿐 아니라, 특히 다이나믹 아일랜드 기능 (펀치홀 영역을 백그라운드 활동 표기, 앱 전환 등 상호작용이 가능한 UI로 활용한 기능)이 탑재된 Pro 제품군에 수요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펀치홀 디스플레이의 하드웨어적 단점을 UI의 일부처럼 보완한 소프트웨어적 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소프트웨어적 변화가 타 제품의 가치 재발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애플의 홈팟(HomePod)은 스테레오 구성이 가능하고 음향 품질 역시 뛰어난 제품으로, 2018년 2월 출시되었으나 경쟁사 제품 대비 낮은 가격 경쟁력과 시리(Siri)의 기능 및 지원 언어 부족, 애플 생태계에 국한된 접근성으로 인해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제조원가도 높은 제품이었기에 애플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낮아 2021년 3월 단종되었으나 이후 애플 티비(Apple TV)의 ARC/eARC 기능(단일 케이블로 오디오 연결 및 설정의 편의성을 개선한 기능) 추가 및 애플티비+(Apple TV+)의 출시로 접근성 및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재조명 받게돼 중고품 가격(약 60만원대)이 오히려 출시 가격(약 30만원대)보다 높게 형성된 바 있다.

이러한 변화와 시행착오는 더이상 IT테크 산업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산업 생태계에서도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의 혁신이 활성화되고 있다. 일례로, 자동차 OEM 산업에서는 소프트웨어적 혁신을 통한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Software Defined Vehicle)'으로 전환하여 이동의 자유와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차세대 차량 플랫폼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종에 무선(OTA, Over-the-Air)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기본 적용해 차량 구입 이후에도 성능과 기능이 업데이트되는 것이다. 또 쇼핑, 숙박, 구독 등 다양한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한편 모빌리티 산업에서도 기존에 존재하는 서비스를 다르게 적용해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다. 모빌리티 기반 여행 서비스 플랫폼인 제시카(Jesicar)는 여행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자가 사전에 대여한 렌터카를 운전기사가 미리 인수해 공항으로 마중 나가는 인수대행 서비스는 물론, 공항까지 배웅 후 차량을 대신 반납해주는 반납대행 서비스 등을 출시해 긍정적인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와 같이 전자제품, 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공급자 간 기술격차가 줄어들고 하드웨어 성능을 통한 가치 차별화가 제한적인 기술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는 경쟁 상황에서, 소비자가 소비를 통해 느끼는 '상품성'의 가치는 제품 하드웨어 성능 자체에서 벗어나 더 광범위한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의 경험중심 가치로 이동하고 있다. 또한 어떤 형태의 혁신이더라도 현재에 높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험이 미래에는 재조명되는 등 시간이 흐름에 따라 소비자가 느끼는 혁신의 핵심은 달라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기업이 궁극적으로 이러한 혁신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되는 핵심 가치는 항상 변화하는 사용자의 경험을 개선하고 향상시키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러한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은 바로 애플, 구글 등 전세계적으로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들 사이에서도 차별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향후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산업 생태계에서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하는 혁신의 중요성은 점차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투자 '한경 글로벌마켓'과 함께하세요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