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D는 어떻게 하는가?[PEF썰전]

2022. 11. 1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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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
김수민 (UCK파트너스, 대표이사)
smk@uckpartners.com
이 기사는 11월 09일 16:4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E는 신규 투자 검토시에 투자대상 기업에 대해 여러가지 관점에서 실사를 진행합니다. 대부분 투자건의 경우 재무실사(FDD: Financial Due Diligence), 법무실사(LDD: Legal Due Diligence), 세무실사(TDD: Tax Due Diligence) 3가지 정도를 기본적으로 수행합니다. 그런데 최근 수 년간 사업실사(Commercial Due Diligence: CDD)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인수자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밸류에이션이 상승하면서 인수 후에 어떻게 기업가치를 올릴지(밸류업 작업)가 점점 더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둘째, 투자대상 기업들의 사업들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PE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 내에 사업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셋째, CDD 업무를 외주받아 수행하는 컨설팅회사가 PE클라이언트 전담 조직을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영업과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왔습니다. 거기에 더불어 PE펀드들과 딜들이 점점 대형화됨에 따라 관리보수 수입이 늘어나고 펀드에 청구할 수 있는 비용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외주용역비용 지출 규모도 커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PE커리어를 시작하기 전에 10년간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Bain & Company에서 근무했었습니다. 그 중 마지막 5년은 Bain의 Private Equity Group(PEG)을 한국에 설립하여 PE운용사들을 대상으로 CDD와 PMI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초기에는 CDD를 제대로 수행하는 PE가 거의 없었으나 시간이 가면서 한국에서도 대형 딜을 시작으로 CDD를 투자검토의 필수 단계로 점점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저는 여러 PE들과 함께 수많은 투자건들에 대한 CDD를 수행하면서 나름의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고 자부를 하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막상 제가 실제로 PE운용사를 설립해 투자 의사결정의 주체이자 결정에 책임을 져야하는 투자자로서 CDD를 직접 수행하면서 과거에 보고서나 자문을 제공하는 어드바이저로서와는 사뭇 다른 자세와 시각으로 회사와 사업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제 경험을 토대로 CDD를 어떻게 하는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하여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식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CDD의 중요도가 점점 높아짐에도 재무, 법무, 세무 실사와는 달리 CDD에 대한 매뉴얼이나 마땅한 교육자료도 없기 때문에 참고할만한 하나의 레퍼런스를 드리고자 합니다.

CDD는 명확한 투자논거에서 출발하여 (1)조사-(2)분석-(3)추리-(4)종합-(5)요약의 5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각 단계별로 설명드리겠습니다.

◆투자논거(Investment Thesis)에서 출발

CDD를 떠나서 PE투자의 출발점은 투자논거입니다. 투자논거란 투자자가 왜 이 투자를 해야하고 어떻게 투자수익을 창출할 것인지에 대한 가설적인 청사진이자 비전입니다. 모든 실사, 특히 CDD의 목적은 투자논거를 검증하는 것입니다. 투자논거를 세우고 검증하는 더 궁극적인 목적은 투자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결정과, 투자를 한다고 했을 때 회사를 어떤 식으로 밸류업할 것인지에 대한 VCP(Value Creation Plan)를 수립하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CDD의 포커스는 투자의사결정을 하는 것에 두어야 합니다. 투자 의사결정에 가장 핵심적인 이슈와 가장 큰 스윙 팩터에 시간과 노력을 집중해야 합니다. 알아두면 좋기는 하겠지만 막상 투자의사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지엽적인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과도하게 시간과 리소스를 낭비하는것을 방지해야 합니다.

1단계: 조사(Research)

명확한 투자논거를 수립한 이후에 CDD는 일단 조사와 리서치를 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지금처럼 쉽게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던 과거에는 고급 정보를 많이 획득하는 것이 실사의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리서치나 정보 그 자체는 전체 CDD에서 중요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CDD 과정에서 많이 수행하게 되는 전문가 인터뷰의 경우 비용만 지불하면 대상을 발굴해 인터뷰를 어레인지해주는 전문 회사들이 여러군데가 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그런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PE운용사의 고유 역량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돈을 쓰기만 하면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이죠. 다만 조사를 하고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정보냐가 아니라 얼마나 "쓸만한" 정보를 얻어내느냐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람의 역량입니다. 여기서 쓸만하다는 것의 정의는 투자논거를 증명하고, 투자의사결정을 하고 VCP수립을 하는데 얼마나 유효하냐입니다. 간혹 경쟁사와 시장에 대한 소문과 정보를 최대한 많이 가져오는 것이 CDD를 잘하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투자논거와 상관 없이 말이죠. 이러한 방식에는 두 가지 주의해야할 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그런 정보들 중 대부분은 Nice-to-Know일 수 있지만 결정적인 정보는 아니라는 점이고 때로는 그릇된 정보도 많다는 점입니다. 고급정보가 그렇게 쉽게 시장에 돌아다니지 않기 때문이죠. 둘째는 세상에 공짜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무언가 대가가 지불되고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많이 가져오는 사람은 그 대가로 정보제공자에게 우리회사에 대해서도 정보를 주고 있거나 정보제공자를 접대하기 위해 안 보이는 곳에서 큰 비용을 쓰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2단계: 분석(Analysis)

조사를 통하여 정보를 획득한 다음에는 분석을 해야합니다. 특정한 정보 그 자체로 투자논거를 증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여러 정보를 조합하여 분석을 함으로써 의미 있는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에 한 도시락전문업체 투자 검토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 도시락전문업체의 잠재적 경쟁자는 다른 도시락업체뿐 아니라 편의점일 수 있다는 가설을 수립하게 되었고 도시락 시장이 발달한 일본 시장에 대한 조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CDD의 일환이었죠. 처음에 팀에서 자료 조사와 일본시장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하여 조사한 내용 중 하나가 일본시장의 경우 편의점에서 도시락전문업체 시장을 잠식하여 편의점 도시락의 시장점유율이 아주 높다는 정보였습니다. CDD 1단계인 조사 단계를 거치면서 알게된 결과였습니다. 일견 대단한 시사점처럼 들릴수도 있지만 좀더 깊게 생각해보면 그 정보 하나만으로는 어떤 유의미한 시사점도 도출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일본 시장이 그렇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한국 시장도 그렇게 될거라고 결론 내리는 것은 너무나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논리니까요. 좀 더 조사해보니 일본 편의점에서 도시락 매출이 높은 이유는 일본 편의점의 공간이 한국보다 더 크고 그 안에 따뜻한 음식을 만들수 있는 간단한 조리공간과 도시락을 위한 별도의 매대와 공간이 확보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의미 있는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과연 한국 편의점에도 그런 공간이 생길 수 있을지를 고민해봐야 했습니다. 한국의 일반적인 편의점 규모가 어느 정도이며 과연 그 안에서 도시락 판매를 위하여 유의미한 공간을 창출하거나 할애할수 있을까를 "분석"해야 했습니다. 분석 결과 기존 대부분의 한국 편의점 공간구조에서는 그러한 공간을 내는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3단계: 추리(Reasoning)

분석이 중요하지만 간단한 분석들만으로 중요한 질문에 답을 낼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경우 추리와 추론의 과정을 통하여 시사점을 도출해야 합니다. 위의 도시락 케이스를 다시 예로 들겠습니다. 한국 편의점의 일반적 공간구조를 분석한 결과 일본 편의점과 같은 도시락 준비 공간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낸 이후, 그 다음 질문은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가였습니다. 미래의 리스크까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한국 편의점 업계에서 향후에 도시락 판매 확대를 위하여 점포 공간을 확장하고 개편할 것인가까지 판단해야했습니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CDD차원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편의점 업계 전문가를 인터뷰하는 것이겠죠. 그러나 업계 내에서도 이런 주제에 대하여 깊게 고민해본 전문가가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분석과 더불어 투자자 입장에서 나름의 추리와 추론을 해야합니다. 편의점 내에 그런 준비와 설비를 갖추기 위해서 필요한 투자비가 얼마이고, 과연 본사가 그런 정책을 취할것인지, 그런 정책을 취한다고 했을때 가맹점주가 흔쾌히 본사와 함께 투자를 결정할 것인지,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것인지 등에 대하여 각종 비즈니스 상식을 가지고 유추해봐야 합니다. 전문가 인터뷰를 하더라도 "앞으로 한국 편의점 업계가 그렇게 바뀔것 같은지"를 물어볼것이 아니라(그렇게 물어봐서 그렇다, 아니다로 답이 나온들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수도 없기에) 위의 추론에 필요한 여러 팩트들을 물어보고 그것을 조합하여 종합적으로 유추하는 방식이 더 확실한 결론에 도달하게 해줍니다.

4단계: 종합(Synthesis)

조사, 다양한 분석과 추론을 종합하여 투자의사결정과 포트폴리오 밸류업 방향성에 대하여 종합적인 시사점을 도출해야 합니다. 저희가 3D 구강스캐너 제조업체인 메디트 투자를 검토할 때 외부 컨설팅 회사를 쓰지 않고 저희 회사 담당팀원들이 직접 강도 높은 CDD를 진행했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덴탈업계 전문가 50명 이상을 인터뷰했고 그들로부터 구강스캐너 시장의 성장전망, 치과의사들의 구강스캐너 도입 및 활용 전망, 경쟁사인 글로벌 구강스캐너 제조업체들 대비 메디트의 제품력, 마케팅력, 가격경쟁력등에 대한 심층적인 리서치를 진행했습니다. 조사 결과 구강스캐너의 경우도 스마트폰처럼 초기에는 하드웨어의 성능이 중요하겠지만 점점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더 커질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메디트의 경우 매우 뛰어난 하드웨어 성능과 스캐닝 소프트웨어 역량 대비 CAD/CAM영역 및 확장되고 있는 A I등 디지털 치과진료 영역에서의 소프트웨어 역량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그 격차는 시간이 2~3년 주어진다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모든 조사와 분석 내용을 종합(synthesis)하게 되면 투자 이후 회사의 전략 방향에 어떤 시사점이 도출될까요? "투자 후 초기 2년 동안 뛰어난 하드웨어와 스캔경쟁력과 강력한 원가우위를 바탕으로 스캐너 판매를 극대화하여 시장점유율을 극대화하겠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에 집중 투자하여 3년차부터는 그동안 회사가 전세계 치과에 깔아놓은 스캐너와 무료로 설치한 MeditLink라는 운영 플랫폼 위에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롤아웃하겠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도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적 방향성이 저희팀이 도출한 종합적인 시사점이었습니다. 투자 후에 실제로 그 방향성에 맞추어 회사를 경영하게 되었습니다.

5단계: 정리(Summary)

조사하고 분석하고 추론하여 도출한 시사점을 정리해서 보고서로 만드는 작업이 마지막 단계입니다. 외주를 주게 되면 컨설팅 회사로부터 별도의 CDD리포트를 제공받게 되고, PE운용사 자체적으로 CDD를 진행할 경우는 투심위 보고자료 여기저기에 CDD를 통하여 발견한 사실들과 시사점들을 녹여 내게 됩니다.

CDD의 5단계 중 팀이나 회사간 실력 차이가 나고 주요한 인사이트가 도출되는 작업은 2단계 “분석”, 3단계 “추리”, 4단계 “종합”, 이렇게 중간 3가지 활동입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2, 3, 4단계는 거의 생략한 채 1단계 “조사”를 통해서 획득한 정보들을 가지고 바로 5단계로 넘어가서 “정리”하는 활동이 CDD라고 착각을 합니다. 

열심히 구글링을 하고 인터뷰를 한 다음에 그 내용으로 많은 PPT 장표를 찍어내는것이 CDD를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외주용역을 받아서 작성된 CDD 리포트의 대부분은 그런 수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고서에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담겨있는데 막상 투자의사결정에 직결되는 시사점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CDD는 시작할 때부터 투자의사결정을 할 사람의 고민이 충분히 담겨있어야 하고, 투자 이후에 회사의 주주로서 투자실적에 책임을 져야하는 사람의 고뇌가 반영되어야 하는데 외주업체에 거기까지 바라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죠. PE회사 직원들 중에서 IB나 회계법인 출신들이 PE로 이직해서 처음에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CDD인데 그 이유는 역시 분석, 추리와 종합적인 시사점 도출 작업에 익숙하지 않아서입니다. 이전 직장에서는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양의 정보나 데이터를 조사해서 그것을 문서로 정리하는 작업에는 매우 익숙한데 그 이상이 요구되는 경우가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몇번의 경험을 통하여 충분히 캐치업할 수 있는 역량입니다. 전문적인 스킬이나 지식의 영역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과 깊이를 바꾸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 드리자면 바이아웃 PE운용사는 설사 외주를 적절히 활용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CDD역량을 운용사 조직 내부에 내재화해야 합니다. 회계나 법무와 같이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영역은 아웃소싱이 더 적합한 방안이겠지만 “사업”을 이해하고 “경영”에 대한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역량이야말로 바이아웃 투자의 가장 중요한 핵심역량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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