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처럼 나를 비추는 구리판 회화, 사회 불공정과 대면
구리판 회화 ‘코퍼헤드’ 연작
37년 만에 대규모로 재조명
타데우스 로팍 서울 개인전
새로운 소재와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실험정신으로 추상표현주의 이후 팝아트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친 미국 거장 로버트 라우센버그(1925~2008)의 ‘코퍼헤드 바이트(Copperhead Bites)연작이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대거 펼쳐졌다. 라우센버그 금속 회화의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뜻깊다.
이 연작은 사회 변화에 관심이 많았던 라우센버그가 1984년부터 1991년까지 자비를 들여 진행한 해외문화 교류 프로젝트(ROCI Project)의 산물이다. 당시 예술적 표현이 억압된 나라로 멕시코, 칠레, 베네수엘라, 중국, 소비에트연방, 독일 등 10개국을 방문하고 현지 예술가들과 교류하고 전시하는 등 서로 다른 문화간 다양한 소통을 시도했다.
1984년 칠레 방문때 세계 1위 구리 산지인 그곳에서 작가들이 사용하던 구리에 주목했다. 당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 정권 치하에서 열악한 칠레 구리 공장 노동자들 현실을 목도하고 그들에 대한 연대의식을 재료로 표현했다는 해석도 있다.
칠레 북부의 구리 광산과 주조 공장에서 구리를 페인팅의 지지대로 사용하는 방법과 구리를 변색하는 기법을 배운 라우센버그는 미국 플로리다 캡티바 섬에 있는 작업실로 돌아가 다양한 실험을 이어갔다. 본인이 직접 찍었던 현지 사진 이미지를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편평한 구리판에 찍어내고 아크릴 물감이나 변색 약품으로 본인의 흔적(touch)을 남겼다. 이렇게 탄생한 ‘코퍼헤드 바이트’ 연작 12점은 1985년 칠레 산티아고국립미술관에서 전시한 이래 서울에서 코퍼헤드 바이트 연작(1985) 8점과 코퍼헤드 연작(1989) 3점을 선보였다. 작품에 들어간 원본 사진도 함께 비교해서 보면 흥미롭다. 1989년 후기작은 더 단순해지되 아크릴 대신 애나멜로 바꾸고 작가의 흔적을 더 강화해 예술적 미감이 도드라진다.
라우센버그는 일상에서 발견한 사물이나 폐기물을 붙여 만든 ‘콤바인 페인팅(Combine painting)’으로 유명하다.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에 영향을 받아 일상을 재현한 사진과 구리와 같은 금속 회화를 결합해 일상적 소재로 평면회화에 안착한 셈이다. 작가는 생전에 “회화란 예술과 삶 모두에 연결되어있다. 어느것도 만들어질 수없다.(나는 이 둘 사이의 틈에서 행동하고자 한다)”라고 남겼다.
이번 전시에 협업한 로버트 라우센버그 재단의 줄리아 블라우트 시니어 디렉터는 “‘코퍼헤드 바이트’ 연작이 이처럼 대규모로 전시되는 것은 1985년 칠레 산티아고이후 처음”이라며 “라우센버그의 작업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재조명될 만한 작품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밝혔다. 전시는 12월 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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