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밖에 답 없는데…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점점 더 어두워진다
내년 세계 경제가 2.4% 성장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국책연구원의 전망이 나왔다.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 전망도 내년에 한층 더 어두워질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EIP)는 10일 ‘2023년 세계 경제 전망’에서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2.4%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5월 전망치(3.6%) 1.2%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내년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는 기준금리 급등과 민간 부채 부담을 꼽았다.
연구원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자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정부뿐만 아니라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크게 확대됐다”며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복구되지 못한 공급망과 전쟁 등에 따른 인플레로 주요국 중앙은행이 경기하강에 대한 위험보다 물가 위험을 더 크게 평하게 매우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빨리 물가가 잡히지 않고 중앙은행의 태세가 당분간 매파적일 경우 역자산효과, 개인 및 한계기업의 파산, 금융 경색의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며 “특히 금리 인상이 급격한 민간 부채 확대를 보인 신흥국과 저개발국에 큰 부담이 되면서 추가적인 글로벌 경기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재정을 풀어야 하고 늘어난 국가부채와 물가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재정을 줄여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가운데, 대중영합주의적인 정책의 도입이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 미중 경쟁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향후 경기 하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연구원은 덧붙였다.
국가별로는 내년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2.2%에서 0.6%로 대폭 하향됐다. 고물가와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 지형 변동으로 대규모 재정정책 또한 제약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역시 물가 상승과 함께 공급망 차질을 겪고 있는 유로 지역의 경우 내년 경제 성장률이 0.0%, 영국은 -0.2%로 각각 전망됐다.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부동산 경기 둔화를 비롯한 리스크 요인에 따라 종전 5.3%에서 4.8%로 하향 조정됐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큰폭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내년 한국 수출 전망도 한층 더 어두워지게 됐다.
김흥종 KIEP 원장은 “한국은 수출이 중요한데 해외의 수출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한국 경제의 성장 여력이 많이 소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은 지난 10월 내년 세계 교역량(상품+서비스)이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 4월 전망치 대비 1.9%포인트 하향조정한 것이다. 2.5%는 2000년 이후 세계 교역량의 평균적인 증가세(4.6%)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연구원은 또 내년 상반기까지 미국의 공격적인 통화 긴축이 이어지며 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도 미국의 통화 긴축과 안전자산 선호 등 대외 요인에 영향을 받으며 ‘상고하저’의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분석했다.
주요 선진국의 장기 국채금리는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가되 내년 초 이후에는 완만하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우리나라 장기 국채금리도 상승세를 유지하겠지만, 내년 중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이뤄지면 국채 수요가 늘어나면서 금리 상승세를 제한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문기의 추석 선물’ ‘딸에게 보낸 동영상’···이재명 ‘선거법 위반’ 판결문
- 조국 “민주주의 논쟁에 허위 있을 수도···정치생명 끊을 일인가”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트럼프 반대한 ‘반도체 보조금’···바이든 정부, TSMC에 최대 9조2000억원 확정
- [사설] 이재명 선거법 1심 ‘당선 무효형’, 현실이 된 야당의 사법리스크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