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축구계, 카타르 WC홍보대사 '동성애는 정신손상' 발언 규탄
독일축구협회 회장 "성소수자 전체 폄하…FIFA 윤리위가 다뤄야"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동성애는 정신적 손상"이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은 2022 카타르 월드컵 홍보대사를 향한 독일 축구계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9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대표 명문 바이에른 뮌헨의 미드필더 레온 고레츠카는 문제의 발언을 내놓은 칼리드 살만 카타르 월드컵 홍보대사를 겨냥해 '구시대적 인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살만 홍보대사는 지난 7일 독일 공영언론 ZDF와 인터뷰에서 "내 눈에 동성애는 이슬람교 계율에 따르지 않는 행동인 '하람'(haram)"이라며 "이는 정신적 손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동성애자들이 (카타르로) 오는 것을 받아들이겠지만, 그들도 우리 규칙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살만 홍보대사의 이런 동성애 혐오 발언에 월드컵 조직위 대변인이 즉각 인터뷰를 중단시켰다고 독일 언론들은 전했다.
이에 고레츠카는 8일 홈인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베르더 브레멘과 경기 후 현지 매체에 "매우 압제적인 발언이다. 천년 단위로 우리와 사는 시대가 다른 남자가 할만한 발언"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월드컵 직전에 대회 홍보대사에게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말문을 잃게 한다"고 말했다.
독일축구협회(DFB)의 베른트 노이엔도르프 회장도 일간 빌트와 인터뷰에서 살만 홍보대사를 비판했다.
노이엔도르프 회장은 "성소수자 전체를 폄하한 데다 인권과 관련지어서도 상당히 문제적 발언"이라며 "국제축구연맹(FIFA)은 반드시 산하 윤리위원회가 다뤄야 할 문제인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노이엔도르프 회장은 커밍아웃한 전직 대표팀 선수인 토머스 히츨슈페르거와도 통화했다며 "우리는 살만 홍보대사의 실언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2013년 은퇴한 히츨슈페르거는 이듬해 동성애자임을 고백했고, 루카스 포돌스키 등 손발을 맞췄던 대표팀 동료들의 지지를 받았다.
한편 카타르 축구 대표팀 출신인 살만 홍보대사는 우리나라와도 '악연'이 있다.
198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 조별리그 카타르전에서 한국은 살만 홍보대사에게 결승골을 얻어맞고 0-1로 패했다.
4년 뒤 열린 대회에서는 한국이 웃었다. 조별리그 경기에서 살만 홍보대사가 두 골을 집어넣었지만, 당시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였던 정해원의 멀티골과 김주성의 추가골 덕에 3-2로 카타르를 제압했다.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는 노동자, 성 소수자 인권 등을 둘러싸고 독일을 비롯한 서방과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노이엔도르프 회장은 지난 7월 스포츠 매체 키커와 인터뷰에서 "이번 월드컵은 가장 논란이 많은 대회가 될 것"이라며 카타르가 인권·언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더 애써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달 말에는 낸시 패저 독일 내무장관의 발언을 둘러싸고 양국이 외교적 마찰을 빚기도 했다.
패저 장관은 지난달 27일 ARD방송과 인터뷰에서 인권을 보장하지 않는 국가는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행사를 열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그달 28일에는 직접 성명을 발표해 "월드컵 개최국 선정과 (대회) 준비 과정이 인권 기준에 부합하도록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카타르는 곧장 자국 주재 독일 대사를 초치했고, 성명을 통해 "페저 장관의 발언은 외교 규범, 관례에 어긋난 것"이라고 밝히며 맞섰다.
이는 월드컵을 앞두고 성 소수자, 노동자 대우 등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한 카타르가 처음으로 서방 외교관을 초치한 사례다.
카타르는 여성, 성 소수자의 권리를 충분히 존중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나라에서 동성애는 형사 처벌 대상이다.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 싸니 외교장관은 지난 6일 영국 뉴스 채널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자국을 향한 서방측의 비판에 "몹시 오만하고, 인종주의적"이라고 반박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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