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DJ땐 출입금지·盧땐 기자실 대못질… 이게 언론탄압”

‘MBC 전용기 배제’ 논란, 적극 진화 나선 與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MBC 출입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기로 한 것을 두고 언론계와 야권 등에서 ‘언론 탄압’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오는 것과 관련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10일 적극 엄호에 나섰다. 특히 당 지도부와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 사이에서 그간 논란이 됐던 MBC의 보도 등을 거론하며 전용기 배제가 정당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반면 당내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논란을 자초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출국을 하루 앞둔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단체들이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방침에 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당 논란에 대해 “언론인에게도 책임 의식이 있어야 한다”며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다른 언론에 피해가 될(갈) 수 있고, 국민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이라고 MBC를 직격했다. 정 위원장은 신문기자 출신이다. 그는 ‘언론 통제라는 비판도 있다’는 물음엔 “언론 통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청와대 출입을 금지한 적도 있고, 노무현정부에서는 기자실에 대못질한 사례가 있다”며 “이런 게 언론 탄압이고 통제”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의 탈을 썼다고 다 언론이 아니다”라며 “MBC는 공정보도를 하지 않았고 편파방송, 왜곡방송을 했다. MBC를 두고 그것이 언론이라고 칭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고 비판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여권은 특히 지난 9월 윤 대통령의 뉴욕 방문 당시 MBC 보도로 촉발된 ‘자막 논란’ 등을 계기로 연일 MBC를 겨냥한 맹폭을 이어왔다.

MBC 앵커 출신 배현진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MBC는 이번 순방에 전용기만 안 탈뿐, 취재의 길을 전과 다름없이 열어뒀으니 민항기를 이용해 국익을 위한 대통령 외교 순방지에 잘 다녀오셨으면 한다”고 비꼬았다.

다만 당내에선 정권이 언론과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일부 나왔다. 기자 출신인 김종혁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나와 “정부와 언론이 건강한 갈등 관계, 견제와 균형의 관계를 보이는 것은 당연히 그래야 하는 일인데, 지금은 이게 도를 넘어서 양쪽의 감정싸움으로까지 가고 있는 양상”이라고 우려했다.

하태경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대통령실이 ‘MBC 취재 불가’(전용기 배제)를 하게 되면 그때(윤 대통령의 뉴욕 방문 당시) 발언이 다시 떠오르지 않나”라며 “정치적으로 유리할 게 없다. 모양새가 빠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