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이어 증권사도 ‘이자장사’… 신용공여 이자율 10% 육박

정현진 기자 2022. 11. 1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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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 담보로 증권사에 돈 빌리는 신용공여 이자율 증가 추세
주식 매수자금 빌리는 신용거래 이자율 최대 10.3%까지 올라
기준 금리 여파라지만... 증권사 ‘이자 장사’ 과도하단 지적도

기준 금리 인상이 이어지자 증권사가 신용공여 이자율을 속속 올리고 있다. 대출 기간이나 계좌 등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 6~8% 사이에 머물던 신용공여 이자율이 10%대까지 오르는 모습이다. 신용공여 이자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점쳐지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과도한 금리로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용공여는 투자자가 증권사에 예탁한 유가증권을 담보로 빚을 지는 것을 말한다. 주로 증권을 담보로 주식매수 자금을 융통하는 신용거래융자(신용융자)와 현금을 대출받는 증권담보대출(주담대), 주로 공매도를 하기 위해 증권사가 가진 주식을 빌리는 신용거래대주 등을 포함한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김승완 기자

10일 NH투자증권은 이달 30일 매수체결분부터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최대 70bp(0.7%) 올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 비대면계좌인 나무계좌의 8~15일 신용거래 이자율은 8.8%에서 9.5%로 올랐다.

신용거래융자뿐 아니라 증권담보대출 이자율도 함께 올렸다. 고객 등급별 차이는 있지만 이자율이 30~50bp가량 오르면서 가장 상위 등급인 ‘탑클래스’ 등급 나무 계좌의 경우 대출 이자율은 8.9%에 달했다. 가장 낮은 회원등급인 ‘블루’ 등급 나무 계좌의 이자율은 9.9%다. 통상 비대면계좌보다 이자율이 낮은 대면계좌(QV계좌)의 경우도 ‘블루’ 등급의 이자율이 9%대로 들어섰다.

NH투자증권은 이미 올해 세 차례 신용공여 이자율을 올린 바 있다. 계좌 종류, 융자 기간 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이 기간 신용융자 이자율은 최대 2.3%(융자 기간 8~15일 나무계좌·7.2%→9.5%)올랐다.

미래에셋증권도 이달 28일 이후부터 체결되는 거래에 한해 신용공여 이자율을 최대 50bp 올린다고 지난 2일 안내했다. 이에 따라 90일 초과 신용융자 이자율은 9.3%에서 9.8%로 올랐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7월에도 신용융자와 담보대출 등 신용공여 이자율을 인상한 적이 있다.

그래피=손민균

올해 들어 국내 대부분의 증권사가 신용공여 이자율을 올렸다. 국내 23개 증권사 중 올해 단 한 차례도 신용공여 이자율을 올리지 않은 증권사는 한화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 등 두 곳에 불과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공여 이자율은 기준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출되는데, 기준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증권사에서도 현 금리를 유지하기는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29개 증권사 중 가장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높은 곳은 유안타증권으로 융자 기간 151~180일의 이자율이 10.3%에 달했다. 수요가 많은 1~7일, 8~15일의 단기 신용융자의 경우 각각 하나증권(7.9%), 유안타증권(8.7%)이 가장 높았다. 16~30일 이하 신용거래융자부터 9%대 이자율을 보였는데, 유안타증권과 키움증권이 9.0%를 책정했다.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가장 낮은 곳은 상상인증권이었다. 상상인증권은 모든 융자 기간에서 금리를 가장 낮게 책정했다. 이자율이 최저 3.9%(1~7일), 최대 6.6%(180일 초과) 수준이다.

그래픽=손민균

증권담보대출의 경우 KB증권이 180일 초과 대출에 한해 9.8%의 이자율을 매기면서, 가장 높은 이자율을 기록했다. 같은 구간에서 가장 낮은 이자율을 매긴 곳은 유화증권(6.5%)이었다. 30일 이하 거래에서는 하이투자증권이 가장 높았고(1~15일·16~30일 기준 8.7%), 상상인증권(1~15일 기준 4.9%)이 가장 낮았다.

증권사의 신용공여 이자율이 치솟으면서, 증권사가 고객을 상대로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투자자가 맡긴 돈을 이용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이자인 예탁금이용료율은 모든 증권사가 아직도 0%대를 고수하면서, 고객이 하루만 돈을 빌려도 최대 8%에 가까운 이자를 매기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마다 조달 금리도 다르고, 고객 수요 등에 맞춰 이자율을 조정하기도 하면서 증권사별로 이자율 차이가 난다”면서 “이자 수익을 늘리기 위해 전략적으로 이자율을 인상하거나 인하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신용공여 잔고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8일 기준 신용공여 잔고는 16조3342억원으로, 지난 1월 3일(23조3284억원) 대비 60%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증시 활황이던 지난해 8월 25조원대까지 올랐지만, 올해 증시 한파가 몰아치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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