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지배 첫발 내딘 習, 기존 제도와의 공존 시작…“먹구름 몰려오는 中”
3연임 정당성 확보 총력…나이규정·세력균형 파괴
“실제 권력과 형식의 괴리, 내년부터 나타날 것”
“한국, 경제·北역할 기대하는 중국 의존도 낮춰야”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지난달 마무리된 중국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진핑 3기’를 확정했고, 향후 5년의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5년씩 2번 연임해왔던 규범을 깨고 3연임을 확정했습니다. 이는 최소 5년을 더 집권하는 것이 정해졌다는 뜻입니다. 이를 시작으로 ‘영구 집권’의 길이 열렸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겉으로 봤을 때 힘차게 새 시대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중국의 결의에 찬 포부가 보이지만, “먹구름이 몰려온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번 당대회 곳곳에 시 주석의 ‘불안’과 최고 권력과의 관계 변화에 따른 ‘괴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9일 오후 서울대 국제학연구소(소장 박철희 국제대학원 교수)에서 열린 제17회 글로벌 전략 세미나에서는 지난달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를 정치와 외교를 중심으로 들여다봤습니다.
중국 정치분야 최고 권위자인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부원장은 이번 당대회의 특징으로 ‘새로운 권력 모델’이 등장한 점을 꼽으며 시진핑 일인지배의 ‘첫발’을 디뎠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 엘리트 정치의 유형이 바뀌었다는 것이죠.
중국 개혁개방 40년의 역사 속에서 기존 권력 승계 모델은 ‘점진적 승계’였습니다. 공산당 총서기와 국가 주석직을 넘겨주고 권력의 ‘핵심’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은 나중에 넘기는 방식입니다. 덩샤오핑이 장쩌민에게, 장쩌민이 후진타오에게 승계했던 모델입니다. 이 사례가 바뀐 것은 시진핑의 첫 집권 때였습니다. 후진타오는 시진핑에게 중앙군사위 주석직까지 세 직함을 한꺼번에 이양합니다. 그런데 이번 20차 당대회에서는 기존의 권력 승계 모델이 모두 깨졌습니다. 세 직함을 모두 넘기지 않은 것입니다. 즉 ‘권력 승계 거부’라는 새로운 모델이 시진핑에 의해 등장한 것입니다. 40년만에 처음 등장한 모델입니다.
조 부원장은 “규범을 파괴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것이 ‘불법’은 아니라고 조 부원장은 강조했습니다. 엘리트의 합의에 의한 일종의 ‘관습’이기 때문입니다. 불법은 아니지만, 40년간 지켜온 규범이 깨진 것은 분명합니다. 10년마다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발전시켜왔던 정책의 ‘탄력성’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중국의 공산당이 도태되지 않고 발전해온 원동력인 ‘적응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5년 후인 2027년 후에는 또다시 권력 승계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엘리트 순환이 지체되면서 불만 세력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죠. “먹구름이 저 밑에서 올라오고 있다”는 말은 이러한 이유입니다.
공산당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시진핑에 ‘당 총서기’라는 제도적 권위 위에 ‘위대한 지도자’라는 개인적 권위를 인정했습니다.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과 ‘개혁·개방의 아버지’ 덩샤오핑의 권력은 ‘인물’에서 나오지만, 그동안 시진핑은 ‘직함’에서 오는 최고 권력의 성격이었습니다. 이제 시진핑은 당이 인정한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이 됐습니다. 40년 만에 바꾼 국제 정세 인식과 함께 3연임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게 된 것이죠.
권력은 ‘인사권’에서부터 나옵니다. 이번 당 인선의 규범 역시 깨졌습니다. 68세 이상은 공산당 직위에 선임될 수 없다’는 ‘68세 나이규정(7상8하)’는 시진핑(69) 본인에 의해 깨졌습니다. 24명의 정치국원 중 시진핑을 포함해 장여우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72)과 왕이 국무원 외교부장(69) 3명이 이 규정에서 벗어납니다. 일각에서는 규범이 깨진 것이 아닌 ‘탄력적 적용’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 역시 ‘예외’가 생겼다는 것에 주목할만합니다.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을 모두 자신의 사람으로 채우면서 세력 균형도 무너졌습니다. 자신과 다른 세력이 1명이라도 있다면 세력 균형 명분을 유지하면서도 정책 결정에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롭게 발탁된 상무위원인 리창, 차이치, 당쉐상 등 3명은 시진핑이 절강성 상해시에서 함께 근무했던 직속 부하입니다. 평등한 지도자의 관계가 실제로는 주종관계로 바뀐 것입니다. 기존 25명이었던 정치국원을 24명으로 줄이면서 여성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조 부원장은 “정치 균형감각을 상실한 것은 초조하고 불안한 상태와 역사적인 사명을 달성해야 한다는 과도한 사명감에 짓눌리는 것이 아닌가 ”라고 봤습니다.
세대별로 차근차근 승계하는 규범도 파괴됐습니다. 조 부원장은 정치국 상무위원회 7명 중 1명만이, 정치국 24명 중 10명이 1960년대생, 이른바 ‘6세대’ 지도자입니다. 다만 중앙위원회 위원 205명 중에는 80.8%가 ‘6세대’ 지도자로 혼합 정치가 이뤄지는 것입니다. 세대 간 혼합 정치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공산당이 규정한 ‘권력 운영방식’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집단지도원칙과 제도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최고 지도자의 권력관계에 변화가 있지만 공식 규정과 당헌 권력구조는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괴리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 부원장은 “실제 운영과 형식, 공식이 괴리되는 문제는 내년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중국 엘리트 정치 체제는 집단지도체제에서 일인지도체제로 첫발을 디딘, 애매한 위치에 있어 불안 요소가 높아졌다”고 종합 평가했습니다.
주 상하이 총영사를 지낸 한석희 연세대 국제대학원장은 당대회의 인선을 통한 ‘전랑외교’의 강화를 주목했습니다. 양제츠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의 후임으로 왕이 외교부장이 발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왕이의 후임에는 친강 주미중국대사가 거론됩니다. 두 사람 모두 ‘전랑외교’의 대표 주자로 꼽힙니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에 미칠 영향입니다. 한 원장은 “중국은 전통적으로 남한과 북한 모두에 영향력을 항상 유지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차이나 패싱’을 느낀 계기가 1, 2차 북미정상회담입니다. 북미 정상이 두 차례를 만난 곳은 싱가포르와 베트남 하노이입니다. 한반도 사안에서 중국이 배제됐다고 느꼈다는 것이 한 원장의 지적입니다.
이후 중국은 북한에 체재 보장을 언급하며 양국 관계가 밀착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전례없는 미사일 도발에도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사회)에서 북한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표방하며 가치외교를 강조하며 한미일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 부원장은 “한국은 경제 의존도와 북한 문제에서의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비대칭적인 면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 두 가지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세미나에서 두 학자의 의견이 정반대로 엇갈린 지점이 있었습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이 20차 당대회에서 돌연 퇴장한 배경입니다. 조 부원장은 당대회가 개최되기 전에 이미 인선은 결정됐기에 후진타오 전 주석이 몰랐을 리 없기 때문에 인선에 대한 문제제기는 아닐 것으로 봤습니다. 한 원장은 공산당이 실수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전략 세미나’는 2004년 설립된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학연구소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글로벌 전략의 방향성과 실천적 과제를 파악하고 합리적인 정책 대안을 찾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세미나의 토론 원칙이 눈에 띕니다. 이른바 ‘까칠한 도시 남녀’의 논쟁 방식인데요. 5가지 원칙을 살펴볼까요. ▷분열과 단절이 아닌 토론과 논쟁을 추구한다 ▷이념이 아닌 아이디어를 추구한다 ▷뒷걸음치기보다 경험적 증거를 추구한다 ▷남의 의견에 순응하기보다 의미 있는 합의를 추구한다 ▷상대를 비난하기보다 존중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한 토론 문화입니다. 오는 18일에는 미국 중간선거 이후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 논합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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