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MBC 언론 투사로 만들어" vs "'취재 거부' 자유도 있다"

대통령 전용기 MBC 탑승 불허 논란
윤 대통령 "국익 걸렸다" vs MBC "새로운 형태의 언론탄압"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출국을 앞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단체들이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당장 내일(11일) 떠나는 순방에서 MBC 취재진을 전용기에 탑승시키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과 편파 보도가 반복돼 왔기 때문에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인데, 소위 "뻘짓"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와 "취재를 거부할 자유도 있다"는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전용기에 MBC를 탑승시키지 않겠다는 대통령실의 결정에 대해 "천하의 꼴X들은 대통령실에 다 모아 놓은 것 같다. 아예 입에다 '자유'를 달고 사는 대통령 모시고 한다는 짓, 그건 그렇고 아래 애들이 이러는 동안 대통령은 뭐하고 있냐. 개념이 없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또 진 교수는 "MBC를 졸지에 언론 자유 투사로 만들어주고 앉았다"고도 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 사진 = 매일경제

반면, 홍준표 대구시장도 오늘 "취재의 자유가 있다면 취재 거부의 자유도 있다"고 대통령실의 결정을 옹호했습니다.

홍 시장은 "경남지사 시절 편향, 왜곡된 방송을 하던 경남 모 방송사를 1년 이상 도청기자실 부스를 빼어버리고 취재 거부를 한 일이 있었다"며 과거 사례를 언급하면서 "언론사는 취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항변하지만 취재 당하는 입장에서는 악성 왜곡 보도를 일삼는 언론에 대해서는 유일한 대항수단으로 취재 거부의 자유도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사진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아침 출근길에 'MBC 전용기 배제 논란' 관련 질문을 받고 "대통령이 국민의 세금을 써가면서 해외 순방을 하는 건 중요한 국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라며 "기자 여러분께도 외교 안보 이슈에 관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를 두고 '국익'을 주된 이유로 든 겁니다.

MBC는 입장문을 내고 "특정 언론사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는 군사독재 시대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일"이라며 "국민 혈세로 만들어진 대통령 전용기는 공적 감시의 대상이기도 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에게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대통령실 입장은 공공재산을 사유재산처럼 인식하는 등 공적 영역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특정 언론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통령실은 기자회견, 언론중재위원회 정정보도 신청 등 현행법이 보장하고 있는 구제 절차를 통해서 충분히 입장을 밝힐 수 있다"며 "대한민국이 합의하고 구축해온 민주주의 질서를 무시하면서까지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라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비판 언론에 대한 보복이자 새로운 형태의 언론 탄압이라고 여겨지기에 충분해 보인다"고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출국을 앞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단체들이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아울러 언론계 5개 단체도 긴급 공동성명을 내고 대통령실의 이 같은 조치를 "언론 자유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 지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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