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컨트롤타워’ 책임 빠지나…‘윗선’ 못 겨눈 특수본
소방·경찰로 집중된 책임론에 참담함 속 ‘부글부글’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이태원 참사' 관련 수사가 '컨트롤타워'를 향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 일선, 현장 책임자 줄소환이 예고된 가운데 '윗선'을 겨냥한 수사는 공전하는 모양새다. 수사를 맡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행정안전부와 대통령실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참사 2주째 '위'를 겨냥한 수사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대통령실과 정부, 지방자치단체는 '컨트롤타워' 주체를 둘러싼 논란에 뛰어들어 '네 탓 공방'이 확전하는 양상이다.
특수본 "성역 없지만…충분한 법리 검토 필요"
특수본은 11월10일 현재 이태원 참사 당시 늑장보고와 부실 대응 경위에 초점을 두고 관련자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4개 기관 55곳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 분석 작업도 진행 중이다. 특수본은 압수물을 통해 '그 날' 참사를 전후한 시점의 경찰·소방 대응과 보고 상황 및 체계를 재구성한다는 방침이다. 특수본이 수사 개시와 동시에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것도 참사 당시 기록과 증거를 최대한 빨리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재난 및 안전 주무부처이자 '컨트롤타워' 한 축을 구성하는 행정안전부는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졌다. 피의자 입건도 112신고 대응과 문건 삭제 관련 경찰 4명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용산소방서장과 지휘팀장 등에서 멈춘 상태다.
특수본은 "어떤 기관이라도 법령상 책무와 역할이 있었음에도 부실한 조치로 이번 사망의 결과를 초래했다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도 "행정안전부 등에 대한 수사 개시를 위해서는 충분한 법리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재난 대응과 국민 안전 책임 주체를 행안부나 서울시, 더 나아가 대통령실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수본의 이 같은 움직임은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총경)에 적용된 '혐의'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류 총경에는 당초 직무유기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됐지만, 이후 직무유기 혐의만 적용하는 것으로 정정됐다. 류 총경의 늑장보고가 구조작업에 차질을 초래, 인명피해를 야기한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류 총경의 직무유기 혐의만 인정되면 상급자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윤희근 경찰청장, 나아가 이 장관 등 지휘부 전체가 빠져나갈 구멍이 생길 수 있다. 류 총경의 지연보고로 상급자들이 제대로 상황을 인식할 수 없었고, 이에 따라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기도 어려웠다는 '방어막'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尹 대통령의 격노, 참담함 드러낸 경찰·소방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은 격앙된 어조로 현장 경찰을 강하게 질타,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책임론에 선을 긋는 발언을 내놓았다. 때문에 윗선 수사가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 발언 이후 대통령실은 '컨트롤타워=대통령실'이라는 야권의 공세를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8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참사 당시 국정상황실 대처의 적정성을 묻는 질의에 "(대통령비서실 산하) 국정상황실은 대통령 참모조직이지 대한민국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실장은 재차 이를 강조하며 "컨트롤타워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직후 눈물을 보였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법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고, 이태원이 관광특구인 건 분명하지만 질서 유지나 안전관리 의무까지 서울시에 생긴다고 보긴 어렵다"며 용산구청과 경찰 등으로 화살을 돌렸다. 서울시와 더불어 용산구청, 경찰은 해밀턴호텔의 불법 증축물을 문제 삼으며 관련 수사와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청장은 지휘 및 보고체계 문제점을 인정했지만, 사퇴를 거부했다. 대신 현장 그리고 현장 지휘자들의 판단 착오에 책임을 실었다.
경찰과 소방에서는 수사와 감찰, 정부 메시지가 거듭 현장을 향하는 것에 반발하며 "이제 누가 국민을 지키려 하겠느냐"는 탄식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현장 지휘팀장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되면서 소방은 들끓는 분위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지난 9일 성명서를 내고 "특수본이 일선 지휘관 책임을 묻는 것은 소방관 7만 명 전체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라며 "꼬리자르기 수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서울소방지부도 "행안부와 경찰 지휘부는 빠진 채 실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분노한다"며 "지휘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꼬리자르기식 희생양을 만든다면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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