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C '창동~도봉산' 지상노선 둔갑…공무원 대충 일처리에 尹 역점사업 '흔들'

유대근 2022. 11. 1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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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GTX-C 노선 관련 감사 결과 발표
국토부, 창동역~도봉산 지하화 대상서 제외
주민들 "소음, 분진, 진동" 우려해 감사 청구
국토부 공무원 "지상화해야 환승 편해서"
감사원, 국토부에 2명 정직·1명 경징계 요구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인 시절인 지난 4월 28일 천안역에서 GTX-C노선 연장 사안을 보고 받던 모습. 천안 연합뉴스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의 안일한 일처리에 'GTX(수도권광역급행열차)-C'노선 건설이 늦춰질 전망이다. 지하로 깔아야 할 노선을 면밀한 검토 없이 지상으로 바꾸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은 탓이다.

노선 완공을 손꼽아 기다리던 수도권 주민 35만여 명(환승 예상 인원 포함)의 출퇴근 불편과 불만도 커지고 있다. 감사원은 해당 공무원 2명에게 중징계, 1명에게 경징계를 요구했다. 윤석열 정부의 역점사업이 공무원의 업무태만에 발목 잡힌 모양새다.

감사원은 10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GTX-C노선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GTX는 최고 시속 180㎞로 달리는 급행열차로 수도권 외곽지역과 서울 도심 주요 거점을 30분대로 연결한다. 열차가 속도를 내려면 지하 40m 이상의 대심도 터널을 지어 노선을 직선화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C노선은 덕정(경기도 양주)에서 수원까지 총 74.8km 구간으로, 사업비 4조3,857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지하로 다녀야 할 급행열차가 갑자기 지상으로…주민들 "업체에 특혜"

국토부는 2020년 12월 C노선의 민간투자 시설 사업기본계획(RFP)을 세웠다. 이때 '창동역~도봉산' 구간을 지하화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기존 계획에 따르면 이 구간에 지하터널을 뚫기로 했다. 서울 도봉구 등 인근 주민들이 RFP 작성 직전인 같은 해 5, 6월 공람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도 지하화 내용이 담겼다.

당초 계획과 달리 급행열차 지하화가 무산되자 주민들은 반발했다. 기존 경원선 철로를 이용해 지상에서 열차를 운행하면 소음과 분진, 진동 피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반면 사업자는 건설비용이 줄어 이득이다. 이에 도봉구 주민들은 "타당한 사유 없이 사업 내용이 바뀌어 민간 사업자에게 특혜를 줬다"며 지난 1월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GTX-C 노선 및 정거장 현황

감사원이 들여다보니 갑자기 계획이 변경된 원인은 대충 일처리를 한 담당 공무원 때문이었다. 국토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센터에 RFP 초안 검토를 의뢰했다. 센터 측은 "지하에 GTX 전용 철로를 깔아야 하는 전용구간을 사업신청자들에게 명확히 안내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를 면밀히 살펴보지 않고 '정부과천청사역~창동역' 구간만 전용구간으로 명시했다. RFP 초안이 바뀐 셈이다. 이상하게 생각한 입찰 건설사들이 '정확한 지하화 사업범위를 알려달라'고 질의했는데도 국토부는 "창동역~도봉산 구간 중 임의의 지점까지만 지하화 구간을 새로 만들어도 된다"고 답했다.

이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창동역~도봉산 구간(5.4㎞)에서 경원선을 함께 쓰겠다고 제안했다. 돈이 많이 드는 지하화 대신 지상에 있는 기존 노선을 사용하면 수천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국토부가 검토 결과를 무시하고 지하화 구간을 명확히 공지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C노선 건립 계획 지연…우선사업자 발 빼면 선정부터 다시 해야 할 수도

당장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다만 감사원 관계자는 "국토부 담당 팀장이었던 A씨가 특정 업체에 혜택을 주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며 "당시 A씨는 해당 노선을 지상에 만들면 예산이 줄고 환승시간도 단축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감사원은 A씨와 실무담당 부하 B씨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 처분을 내리고, 또 다른 직원 C씨에게는 경징계 이상의 처분을 내리라고 국토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경기 화성시 동탄여울공원에서 열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철도차량 전시회 관계자들이 열차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C노선 건설 계획에 제동이 걸리자 정부는 다급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KDI에 민자 적격성 검토를 맡겼는데 그 결과가 내년 초쯤 나오면 지하화 구간 등 사업 방안을 다시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에 의뢰해 또다시 검토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당초 C노선은 지난 3월 시공에 들어가 2028년 개통할 예정이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사업 지연 탓에 개통 시점이 최소 6개월 이상 늘어날 것”이라면서 “지하화 때문에 사업비가 3,800억 원 증가하면 현대건설 컨소시엄 측이 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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