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증가·지역경제 활성화 기대"…부동산 규제 완화에 '반색'
"고금리로 당장 부동산 시장 활성화는 어려울 듯" 조심스런 전망도
과천·성남 등 규제 유지 지역선 "실망스럽고 불공평" 불만 목소리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제 매수자가 나타날 것 같은데 우리 집 좀 잘 팔아주세요."
정부가 서울과 경기 성남(분당·수정), 과천, 하남, 광명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을 부동산 규제 지역에서 해제한 10일 경기 수원 망포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하는 A씨의 휴대전화에는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내놓은 매도인들이 보낸 이러한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이어졌다.
A씨는 "아직 매수자들의 연락은 없지만, 이번 정부의 결정을 호재라고 생각하는 집주인들이 많다"며 "금리가 높아서 집값이 급반등하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거래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이날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관계부처는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 따라 수원, 안양, 안산 단원, 구리, 군포, 의왕, 용인수지·기흥, 동탄2 등 경기도 9곳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됐다. 이들 지역은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규제가 한꺼번에 해제됐다.
조정대상지역에선 고양, 남양주, 김포, 의왕, 안산, 광교지구 등 경기도 22곳과 인천 전 지역(8곳), 세종 등 모두 31곳을 해제했다.
규제가 해제된 지역 부동산 시장은 반색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안산상록구지회 정성기 지회장은 "이번 규제 소식을 듣고 우리 지회원들이 다들 좋아하고 있다"면서 "3기 신도시 장상지구 토지보상비의 투자처가 없었는데 이번 규제 완화로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면 업계가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구리 시민 장모(46) 씨는 "높은 은행 이자를 감당 못 해 많은 양도세를 감수하고 투자 목적으로 산 아파트 한 채를 팔려고 내놨는데 문의조차 없어 몇 개월째 생활이 쪼들리고 있다"며 "이번 규제 해제로 숨통이 트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태준 검단신도시 총연합회장은 "청약 규제가 완화되고 각종 세금 부담을 덜 수 있어 주민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라며 "다만 금리가 너무 높아져 대응이 늦었다는 아쉬움도 있다"고 전했다.
송도와 청라 주민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정부 발표 직후 관련 게시글이 여러 건 공유되며 "그나마 다행이다"라거나 "버틸 힘이 생겼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다만, 이번 조치로 당장 부동산 거래가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화성 동탄2신도시 한 공인중개사는 "이번 규제 해제는 나름대로 부동산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보고 있다"면서도 "금리가 높아 당장 시장에서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기 때문에 한 달여간 거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시 나성동의 윤모 공인중개사는 "아무래도 규제가 풀린 만큼 거래가 조금 늘어나기는 하겠지만, 최근 금리 상승 때문에 지역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고 조정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규제에서 벗어난 지자체들은 일단 이번 조치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김성제 의왕시장은 "이번 조치로 지역경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고, 용인시 관계자는 "이번 규제 완화가 고금리 상태에서 당장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세종시 관계자도 "높은 대출금리와 경기침체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당장 활성화되기는 어렵겠지만, 그동안 꽉 막혀 있던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반면 규제 해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성남, 과천, 하남, 광명시와 이 지역 부동산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길우 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분당지회장은 "재건축 문제가 첨예한 곳까지 규제를 풀면 부동산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고 정부가 판단한 것 같다"면서 "부동산 거래 자체가 안 되는 상황에서 나온 정부 대책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광명시 관계자는 "서울과 인접하고, 3기 신도시 개발이 예정된 광명시는 투기 발생 우려가 있어 이번 규제 해제에서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면서도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어려워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과천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과천은 서울이 부동산 규제 지역으로 묶일 때 같이 묶인 이후로 계속 유지되고 있어 이번에도 큰 기대는 안 했다"면서도 "과천의 집값이 계속 내려가는 상황으로 과천의 규제도 풀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역시 규제 해제 대상에서 제외된 하남시는 아파트 거래 상황 등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해 법적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9월 21일 세종을 제외한 지방의 규제지역을 전부 해제해 투기지역 15곳(서울), 투기과열지구 39곳(서울·경기), 조정대상지역 60곳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금리 인상 여파로 거래절벽이 오면서 아파트값이 수개월째 떨어지고 인천·경기 규제지역 지자체에서 규제 완화 요청이 이어지자 이날 51일 만에 추가 규제지역 해제를 실행했다.
(김도윤 김상연 김인유 이우성 이은파 최종호 최해민 기자)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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