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시티를 가다] ②"천도 수준의 프로젝트"…글로벌 수주 총력전
네옴시티 700조원…터널·항만·차량기지 수주 박차
(리야드=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석유 이후 시대'를 대비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속도전에 돌입했다.
석유 의존형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비전 2030'이 탄력받으며, 향후 5년간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기업들은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킬 기회라고 보고 수주 총력전을 펴고 있다.
고유가로 탄력받은 사우디 '비전 2030'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비전 2030'을 발표한 것은 2016년 4월이다.
15년의 장기 경제개발 계획엔 신도시 네옴시티 건설과 수도 리야드 남서쪽 사막지대에 건설하는 엔터테인먼트 도시 키디야, 홍해 연안 관광지 개발 등 일명 '기가 프로젝트'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저유가가 지속된데다 코로나 대유행이 찾아오면서 사업 추진은 한동안 속도를 내지 못했다.
상황을 확 바꾼 건 고유가다. 재원인 국부펀드에 돈이 쌓이자 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비전 2030'의 추진 속도가 빨라졌다.
중동 건설전문지인 MEED에 따르면 사우디의 '기가 프로젝트'는 총 7천190억달러(약 986조원) 규모로 지금까지 300억달러(약 41조 원) 규모가 발주됐다. 사우디 전력청에서 추진하는 에너지 인프라 확충 사업 등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초기 단계인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극히 일부 사업만 착수해 발주액은 130억달러(약 18조원)로 추정된다. 전체 예상 사업 규모의 2.6%를 채웠을 뿐이다.
코트라의 연승환 리야드 무역관 부관장은 "사우디의 기가 프로젝트가 패스트트랙을 탈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며 "앞으로 5년간 프로젝트 발주가 매우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발주는 올해 말과 내년 초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 장관이 언급한 "빨리빨리"
사우디가 속도를 높이면 우리 기업들이 움직이는 속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의 강점을 아는 사우디의 한 장관급 인사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기업인들을 만나 "빨리빨리"라는 우리 말을 했다고 한다.
네옴시티는 직선 도시인 '더라인(The Line)'과 바다 위에 떠 있는 부유식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산악지대 관광단지인 트로제나로 이뤄진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 중에선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더라인' 터널 공사를 수주했고 한미글로벌은 총괄 프로그램관리(PMO)를 따냈다.
급한 건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개최지로 결정된 트로제나다. 사우디는 이곳에 2026년까지 걸프 지역 최초로 야외 스키 리조트와 인공호수, 호텔 등을 지을 예정이다. 트로제나 산악지대는 겨울이면 기본이 섭씨 0도 이하로 떨어지고, 눈이 내릴 때도 있다고 하지만 결국 인공 눈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들은 트로제나 터널과 산악열차 공사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
연간 17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규모의 컨테이너 터미널과 홍해에서 가장 큰 크루즈 터미널이 들어서는 옥사곤을 지으려면 기존 두바항(港)을 확장해야 한다. 현대건설이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현대 컨소시엄은 '더라인'의 추가 터널 공사와 구조물 수주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현대의 해외건설 경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구상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더라인 수주전 초반에는 삼성과 현대가 따로 입찰에 응했지만 결국 합작한 게 주요했던 것으로 판단한다"며 "중국 업체 등과의 수주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원팀을 만드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 대표는 "네옴시티의 위치를 보면 아랍 세계의 한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고, 네옴 측에서도 전 세계인의 40%가 비행기로 6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위치라고 홍보하고 있다"며 "규모 면에서도 네옴 조성은 천도 수준의 프로젝트로 판단되기 때문에 참여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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