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700조 신도시 프로젝트 열풍에 달아오른 사우디 사막
삼성·현대 컨소시엄 8일 첫 발파…네옴 "한국과 파트너십 가능성 열려 있어"
[타북(사우디아라비아)=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북부 타북과 샤르만을 잇는 8785고속도로. 해발 1800m 바위산과 사막으로 둘러싸인 길이지만 7일(현지 시간) 찾은 이 도로는 모래먼지로 자욱했다. 네옴 터널 공사현장으로 가는 덤프트럭 등이 달리면서 내는 먼지다. 고속도로 너머 멀리론 네옴시티 더라인 터널 공사 현장이 모래먼지에 가려 어스름하게 보였다.
네옴시티 발주처인 네옴은 본격적인 터널 공사에 앞서 사우디 현지 건설사를 동원해 이 지역에서 터 파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도로 곁에 이렇게 파낸 흙이 새로운 산을 이루고 있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북부 지역에서 건설하려는 신도시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가 5000억달러(약 700조원)에 이른다. 사우디 왕위계승자이자 실질적으로 국정을 이끌고 있는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네옴시티에 국운을 걸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사우디 정부가 네옴 공사 현장 접근은 물론 사진 촬영까지 막는 이유도 이런 배경에서다.
네옴시티는 선형 수직 도시인 더 라인과 해안 산업도시 옥사곤,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로 나뉜다. 핵심은 더 라인이다. 더 라인은 높이 500m, 길이 170㎞ 초대형 건물을 짓는 프로젝트다. 더 라인 밑엔 철도가 깔리는데 그 중 터널 공사 첫 공구를 올 6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그리스 아키로돈이 컨소시엄을 이뤄 수주에 성공, 8일 첫 발파를 마쳤다. 컨소시엄이 수주한 첫 터널 공사 규모만 1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런 사업이 앞으로 다른 공구에서도 쏟아질 예정이다. 기업들이 사막 모래바람에서 기회를 보는 이유다.
네옴시티 규모는 8785고속도로에 늘어선 배치플랜트(레미콘 생산 설비) 수십 기에서도 엿볼 수 있다. 네옴시티 공사가 본격화할 것을 대비한 설비들이다. 이 정도 양이면 서울을 몇 바퀴 돌 수 있는 도로를 만들 수 있다. 현지 진출 업체들은 네옴이 사우디 인력과 자재를 다 빨아들이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1.7조 잭팟 올린 K-건설, 추가 수주 눈독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발주처인 네옴도 까다롭다. 네옴이 정한 공사기한을 차질 없이 맞춰야 한다. 공기를 못 맞추면 공사 금액을 삭감당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네옴 공사를 수주한 중국 업체 일부는 낭패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까다로운 발주처지만 한국 건설업체는 성공적인 공사 수행을 자신한다. 더 라인 터널 공사만 해도 벌써 삼성·현대 컨소시엄이 그 반대편에서 터널 공사를 수주한 스페인-중국-사우디 컨소시엄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자재·장비를 못 구해 발을 굴리는 FCC 컨소시엄과 달리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은 네옴이 정한 공기를 착착 맞춰가고 있어서다. 손해가 나더라도 어떻게든 공사를 마쳐 발주처와 신뢰를 쌓아온 ‘K-건설 DNA’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네옴 입장에선 한국 컨소시엄과 스페인 컨소시엄 성과를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한국 건설업계에서 네옴 추가 수주를 기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더 라인 터널공사뿐 아니라 현대건설은 옥사곤 항만공사 입찰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고 삼성물산은 더 라인 건물 건설을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이외에도 국내 건설 기자재와 물 산업 업체 등도 네옴 프로젝트 참여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리야드무역관은 네옴 고위관계자와 한국 기업 간 웨비나도 준비 중이다.
우리 건설사에 대한 사우디의 긍정적인 인식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네옴에서 도시계획 수석디렉터를 맡은 건축가 타렉 캇두미는 “한국을 찾았을 때 한국 회사를 많이 만났다”며 “고위층에선 이미 파트너십이 형성됐다. 파트너십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남은 과제가 있다면 더 많은 한국 회사에 네옴 문호를 여는 것이다. 네옴이 비밀주의를 고집하는 데다가 접촉 창구를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화웨이 등 중국 회사는 아예 타부크 등에 베이스캠프를 만들어 수주 활동에 나서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네옴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후 “한국 기업을 많이 소개하고 끌고 와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종화 (be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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