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내년 성장률 전망 1.8%로 하향…"수출·투자 부진"

이석주 기자 2022. 11. 1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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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 발표
수출 증가율, 올해 4.3%→내년 1.6%
"경기둔화 진입…금리인상 속도 늦춰야"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 실장과 천소라 KDI 경제전망실 전망 총괄이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내년 경제전망 등을 설명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 악화와 투자 부진 지속으로 내년 경기가 둔화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예상이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2%로 제시했다. 이는 정부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0%를 1%포인트 이상 상회하는 수치다.

●“내년 수출 1.6% 증가 그칠 것”

KDI는 10일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우리 경제가 1.8%(전년 대비)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KDI가 지난 5월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2.3%보다 0.5%포인트 내려간 수치다.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이 제시한 전망치 중에서는 한국금융연구원(1.7%) 다음으로 낮은 전망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1.8%) 한국경제연구원(1.9%)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1.9%)에 이어 정부(기획재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KDI마저 1%대의 낮은 성장률을 제시한 것이다. 그만큼 복합 위기에 직면한 한국 경제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KDI는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춘 근거로 ▷내년 수출 증가세 크게 둔화 ▷투자 부진 지속을 제시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내년 우리 경제는 수출과 투자 부진에 따라 경기 둔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내년 세계 경제가 통화 긴축 기조와 중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 등으로 2.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KDI는 내년 우리나라의 총수출(물량 기준) 증가율이 올해 대비 1.6%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예상되는 수출 증가율(4.3%)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내년 민간소비는 3.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5월 제시한 전망치(3.9%)보다 0.8%포인트 낮췄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각각 0.7%와 0.2%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반도체 경기 둔화와 대외 불확실성 확대, 주택시장 부진 등 때문이다.

KDI 제공


이와 함께 KDI는 내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2%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5월 전망치(2.2%)보다 1.0%포인트 상향 조정된 것이다. 정부(3.0%)보다는 높고, IMF(3.8%)와 한국은행(3.7%)보다는 낮다. KDI는 “내년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상승 폭은 축소되겠으나, 여전히 물가 안정 목표(2.0%)를 상회하는 높은 상승률을 나타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완만한 속도로 인상해야”

KDI는 내년 경기 둔화를 고려해 거시정책 긴축의 속도와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물가 대응 차원에서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유지하되, 경기가 급속도로 위축되지 않도록 속도는 완만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게 KDI의 판단이다.

KDI는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거나 금융시장에 신용 경색이 발생할 경우 경기 둔화가 심화될 수 있다”며 “민간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금리가 상승하면 경기에 작지 않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은 국내 물가와 경기 여건을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이나 유로존과 같이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이 요구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KDI는 “통화정책을 미래 지향적으로 운영한다는 관점에서 향후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될 가능성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완만한 속도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금융정책과 관련해서는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실로 인한 시스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차대조표 악화가 우려되는 금융기관에 과도한 유동성이 공급되면 부실 가능성이 높은 부채의 차환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DI는 “은행의 기업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채권시장에서는 자금 공급이 빠르게 감소해 일시적인 경색이 발생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이라며 “금융시장 불안 위험이 높을수록 부실 자산을 정리하면서 금융 건전성을 강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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