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회피 아닌 반성·성찰 필요"…김동연, 대통령 안전자문회의 촉구

경기=김동우 기자 2022. 11. 1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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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안전대책 발표하는 김동연 경기지사. 10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도민안전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경기도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0일 156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 후속 조치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국민안전자문회의를 설치할 것을 중앙정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도민안전대책 관련 기자회견 통해 "국민 안전은 국가 정책의 최우선 과제"라면서 이같이 요구했다.

그는 "현재 헌법상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은 국민경제·과학기술·평화통일인데, 우선 헌법개정 전에라도 국민안전자문회의를 구성하고 이후 위상을 높인다면 국가 정책에서 안전의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하는 상징적이고 가시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슬픔을 함께하고 계신 많은 국민께서 '이번 참사에서 국가는 없었다'고 말씀하신다. '각자도생'이라는 자조 섞인 한탄도 들린다"고 전했다.

김 지사는 "국가의 부재란 바로 책임의 부재"라면서 "사고 예방 사고 대처 사고 발생 의 수습 이 모든 과정에서 책임이 보이지 않는다. 책임 회피와 책임 전가로는 지금의 수준에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번 참사와 관련한 대책으로 안전 예방 핫라인 개설, 도민안전혁신단 구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안전관리, 사회재난 합동훈련 실시 등을 약속했다.



"10·29 참사'로 쓰겠다…지역경제·트라우마 고려"


김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 서두에 경기도 차원에서 '10·29 참사'라는 명칭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태원 지역 상인과 관련한 부상자와 희생자 가족들의 트라우마를 고려한 명명이라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10.29 참사 이후 우리는 비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우리 도민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드리지 못해 대한민국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다시 한번 이 자리에서 희생자 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이번 참사로 서른 여덟 분의 경기도민이 희생됐다.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희생자, 부상자, 가족분들 그리고 도민에 대한 우리의 의무라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기상황이 생겼을 때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실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직사회는 관료적인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솔직한 고백부터 하지 않을 수 없다. 시스템과 매뉴얼은 있지만, 실제 작동에는 한계를 보인다. 수요자 중심이 아니라 여전히 공급자 중심인 경우가 많다"면서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경기도가 먼저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안전예방핫라인' 구축, 도민안전 혁신단, ICT 기반 스마트 안전관리, 사회재난합동훈련 등 추진


김 지사는 우선 안전 예방 핫라인 개설을 약속했다. 지난 1999년부터 전국 최초로 시행중인 '시설물 안전에 대한 도민 안전점검 청구제'를 전면 확대 개편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는 "현재 경기도청 홈페이지에 있는 청구 절차를 최대한 간편하게 개편하고 카카오톡 경기도 채널과 전용전화를 만들겠다"면서 "이를 통해 도민이라면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접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청구 대상도 시설물 안전에 국한되지 않고 "일터, 도시생활, 사회재난 등 각종 안전 위험에 대한 도민의 요청에 바로 점검하고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도민안전혁신단 구성도 약속했다 '도민안전혁신단'을 만들어 전문지식과 지역정보를 활용해 공공 안전관리에 대한 평가 분석, 실사구시 정책방안 도출 등 도민 안전 시스템 혁신에 주도적 역할을 부여할 계획이다. 각 분야의 민간 전문가와 사회재난 피해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다.

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안전 관리 강화도 약속했다. 김 지사는 "얼마 전 경북 봉화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매몰 광부 중 한 분이 사고 전날 안전점검을 나와서 옷에 흙먼지 하나 묻히지 않고 돌아갔다는 말씀을 하셨다. 현장을 찾아 두들겨보고 손에 흙을 묻히는 안전점검과 함께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원격 안전점검을 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붕괴 위험성이 있는 옹벽이나 축대에 IoT 센서를 설치해 기울기, 균열, 배불림 현상 진동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면서 안전 점검을 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센서, 빅데이터, 드론 등 이미 연구 용역을 진행한 관련 기술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이와 함께 사회재난합동훈련 실시도 약속했다. 김 지사는 "자연재난과 달리 사회재난 대처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는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이번 참사에서 확인된 것처럼 관련 기관과 조직 사이의 유기적인 연결도 부족하다"고 짚었다.

이어 "다양한 유형의 사회재난 위험이 항상 존재하는 다중 밀집 지역에서 경기도와 소방본부, 경찰, 학교 그리고 민간이 함께하는 정례적인 합동훈련을 실시하겠다. 시스템과 매뉴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실제 작동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비를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지사는 "국민들께서는 10.29 참사를 대하는 정부와 공직사회의 의지와 태도를 시험하고 있다. 이제라도 국민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반성과 성찰 그리고 인적 책임을 포함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 그래야 그다음이 있다. 그래야 그 다음도 가능해질 것"이라며고, "경기도는 오늘 발표한 대책에 그치지 않겠다. 도민 안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혁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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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김동우 기자 bosun199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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