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의 숨은 PS MVP 애플러 “추억 평생 간직…내년 다시 우승 도전하자”
올해 키움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는 정규시즌보다 훨씬 뛰어난 활약을 펼친 일명 ‘미친 선수’가 여럿 나왔다는 것이다. ‘미친 선수’ 목록에 빼놓을 수 없는 이가 있다. 바로 선발의 한 축을 담당한 외인 투수 타일러 애플러(29)다.
애플러는 올해 처음 KBO리그에서 뛰었다. 연봉 27만5000달러(약 3억7700만원), 총액 40만달러(약 5억4900만원)에 지난해 12월 키움과 계약했다. 올해 시즌 개막부터 뛴 외인 29명 중 가장 낮은 몸값의 외인으로, 29명 평균 연봉(68만3462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금액이다.
미국 텍사스 출신인 애플러는 2014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6라운드 피츠버그의 지명을 받았지만, 빅리그 데뷔는 쉽지 않았다. 2019년 일본으로 건너가 오릭스에서 24경기 31.1이닝 평균자책 4.02를 기록했다. 실력이 검증된 외인으로 보기에는 다소 부족한 성적이었다.
지난 5월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여름에 접어들며 기온과 함께 애플러의 평균자책도 상승했다. 지난 6월 5경기 선발 등판해 20이닝을 던졌고 2패(무승) 월간 평균자책 9.00을 기록했다. 지난 7월부터는 팀의 불펜이 무너지며 불펜으로 보직을 옮겨 구원 등판하는 경기도 적지 않았다. 그런 결과 정규시즌 33경기 6승8패 평균자책 4.30으로, 팀의 3선발을 맡을 외인 투수로는 다소 아쉬운 성적이었다.
과연 애플러가 3선발 투수로 키움의 가을야구를 이끌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던 가운데, 홍원기 키움 감독은 애플러가 당당히 3선발 투수로 뛸 것이라고 믿음을 보였다. 애플러는 믿음에 답했다.
포스트시즌 첫 등판이었던 KT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 등판해 5이닝 1실점(무자책)을 기록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2차전까지 1승1패로 자칫 3차전을 내주면 키움의 가을야구가 끝나는 중요한 기로에 있던 경기였다. 애플러의 백미는 리그 다승 1위 LG 케이시 켈리와 맞붙은 플레이오프였다.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나가 3이닝 4실점(1자책)했다. 실책이 다수 나왔지만 꿋꿋이 마운드를 지켰다. 켈리와 다시 대결한 4차전에서는 6이닝 1실점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크게 주목받지는 않았지만, 애플러는 키움이 한국시리즈 진출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안우진의 물집 부상으로 선발진 우려가 컸던 한국시리즈에서도 애플러는 제 몫을 충분히 소화했다. 2차전은 5이닝 5자책하며 패전 투수가 됐지만, 6차전은 5이닝 2실점(무자책)했다.
애플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내년 시즌에도 키움에서 뛰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애플러는 지난 9일 “짧은 시간이었지만 멋진 추억들 평생 간직하겠다”며 “저를 성장하게 도와주고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코치들에게 감사드린다. 바라건대 내년 함께 다시 우승에 도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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