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라도 곰이·송강, 文께 돌려보내길”...풍산개, 어디로 가나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르다 정부에 반환한 풍산개 두 마리를 대통령기록관이 지방자치단체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문재인 정부 초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었던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제라도 법적인 절차를 정비해서 ‘곰이’와 ‘송강이’를 문 전 대통령님께 돌려보내길 바란다”고 했다.
윤 의원은 10일 오후 페이스북에 “며칠간 이어진 치졸한 공방에 문재인 전 대통령님이 직접 마침표를 찍으셨다. 상세하게 원칙을 설명하시면서 정부의 부당한 처사를 지적하시는 대통령님의 글 한 줄 한 줄을 읽으며 ‘오죽하셨으면’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지난 9월에 대통령님 사저를 방문했을 때, 대통령님은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마루와 곰이를 안쓰러워하셨다”며 “마루는 나이가 많아 사람 나이로 90세 정도의 노견이고 곰이는 청와대에서도 장이 꼬여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배에 붕대를 감고 견사에 앉아 있다가 대통령님의 기척을 듣고 꼬리를 흔들며 반기던 마루, 그리고 대통령님을 너무나 따르는 곰이. 그런 개들을 쓰다듬던 대통령님의 모습이 떠올라 더욱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윤 의원은 “아플 때 보살피며 정성으로 길러오던 개들을 온전히 키우지 못하게 하고,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간 것은 정부 여당”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라도 법적인 절차를 정비해서 곰이와 송강이를 문재인 전 대통령님께 돌려보내기를 바란다”며 “대통령님의 어제 글처럼, 동물을 통한 외교선물의 처리 문제가 다시 논의될 상황을 대비해서 대통령기록물 법과 시행령도 명확하게 정비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날 풍산개 양육 문제를 두고 “지금이라도 내가 입양할 수 있다면 대환영이라는 것을 밝혀둔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 “입양과 파양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입양이야말로 애초에 내가 가장 원했던 방식이다. 반려동물이 명실상부하게 내 소유가 되어 책임지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양육비 문제로 파양했다’는 여권 비판을 반박했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당시 대통령기록관은 반려동물을 관리할 시스템이 없었고, 과거처럼 서울대공원에 맡기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있어 계속 양육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 정부에서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을 개정해 대통령기록물을 제3자에게 관리 위탁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이후 개정이 무산됐고 법 위반 소지가 더 커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은 “먼저 관리를 위탁한 후 사후에 근거 규정을 갖추기로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마침 윤석열 당선인이 반려동물을 키우던 사람이 계속 양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해준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명시적인 근거 규정의 부재가 잠시가 아니라 장기간 이어지면서, 대통령기록물인 풍산개 세 마리를 전임 대통령이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이 대통령기록물법에 위반된다는 논란의 소지가 생긴 것이고, 그 같은 상태가 길어질수록 논란의 소지가 더 커질 것”이라며 “지금의 감사원이라면 언젠가 대통령기록관을 감사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해결책은 간명하다. 관리위탁을 하지 않기로 하고, 풍산개들을 원위치시켜 현 정부의 책임으로 적절한 관리 방법을 강구하면 되는 것”이라며 “그런데, 그러자고 했더니 모 일간지의 수상한 보도를 시작으로 순식간에 문제를 지저분하게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왜 우리는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이처럼 작은 문제조차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흙탕물 정쟁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인지, 이 어려운 시기에 그렇게 해서 무얼 얻고자 하는 것인지 재주가 놀랍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사룟값 논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인건비와 치료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퇴임 대통령이 부담해온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며 “지난 6개월간 대통령기록물인 반려동물을 무상으로 양육하고 사랑을 쏟아준 것에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문 전 대통령은 끝으로 “이제 그만들 하자”며 “내게 입양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현 정부가 책임지고 반려동물답게 잘 양육 관리하면 될 일이다. 반려동물이 대통령기록물이 되는 일이 또 있을 수 있으므로 차제에 시행령을 잘 정비해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광주시 산하 사업소인 우치공원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대통령기록관은 지난 8일 우치동물원에서 곰이와 송강을 맡아서 키울 수 있는지 문의했다.
우치동물원은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곰이와 송강 사이에서 2019년 8월 30일 태어난 ‘별’을 분양받아 관리하고 있다.
곰이와 송강이 출산한 6마리는 광주를 비롯해 서울, 인천, 대전 등 4개 지자체로 보내졌다.
대통령기록관에서 이들 풍산개를 키우는 지자체마다 곰이와 송강 사육 의사를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치공원 관리사무소는 관리 부담뿐만 아니라 풍산개가 정쟁 대상으로까지 인식된 상황에서 선뜻 사육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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