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장기화하나…KDI, 내년 성장률 1.8%로 하향 조정

물가 상승률은 3.2%로 1.0%p 상향

(시사저널=박정현 디지털팀 기자)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오른쪽)과 김지연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이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장기경제성장률 전망과 시사점' 이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 증가세가 크게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 부진이 지속되며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이란 전망에서다.

10일 KDI가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8%로 지난 5월 공개한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2.3%에서 0.5%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이는 최근 주요 기관들이 제시한 전망치 중 한국금융연구원의 1.7%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1.8%),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1.9%), 한국경제연구원(1.9%) 등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라 전망했다.

IMF(국제통화기금·2.0%), OECD(경제협력개발기구·2.2%), 아시아개발은행(ADB·2.3%) 등과 같은 국제기구는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 초반대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정부와 한국은행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5%, 2.1%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향후 이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KDI의 1%대 전망을 두고 한국 경제가 직면해 있는 복합적인 위기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2%에 미치지 못하는 성장률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차 오일쇼크의 영향을 받은 1980년 등 경제 위기 상황을 제외하고는 기록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KDI는 "경제성장률만 가지고 경기 국면을 판단할 순 없지만 잠재성장률이 대략 2% 내외라고 가정한다면 내년에는 '경기 둔화 국면이다'라고 진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KDI는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2%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5월 전망치인 2.2%보다 1.0%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다만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며 내년 물가 상승률이 올해 전망치인 5.1%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KDI는 국제 유가 안정화에도 불구하고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향된 것을 두고 "에너지 가격이나 곡물 가격이 생각했던 것보다 경제에 많이 파급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런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