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손태승 회장 중징계, 외압 없었다… 현명한 판단 기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시장 리스크 점검 및 금융회사 해외진출 지원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게 중징계를 확정한 결정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를 내기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을 일축했다.

특히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만큼 손 회장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더 이상 법적 다툼을 하지 말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복현 원장은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시장 리스크 점검 및 금융회사 해외진출 지원을 위한 간담회' 직후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중징계 결정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정치적 외압은 없었다"며 "향후 외압이 있더라도 제가 정면으로 맞서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정치적이든 이해관계자 외압이든 그런 것들에 맞서고 대응하는 것을 20여년간 전문성을 갖고 해왔던 분야"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사의 합리적인 거버넌스를 전제로 자율성이 존중돼야 한다는 대원칙에 대한 존중이 있기 때문에 이를 저해할 움직임이 있다면 무조건 막겠다"고 힘줘 말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오후 정례회의를 열고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의 제재안을 원안대로 확정했다.

지난해 4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내린 지 1년7개월 만이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5단계로 구분된다. 현행법상 문책경고를 받은 임원은 남은 임기를 채울 수는 있지만 향후 연임을 포함해 3~5년간 금융회사 취업을 할 수 없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 회장의 연임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장이었던 2018년 11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겸직하며 첫 임기를 시작했다. 이후 손 회장은 2020년 3월 연임에 성공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상태다.

중징계 처분에 불복한 손 회장이 징계처분 취소소송에 나설 가능성과 관련해 이 원장은 "과거와 달리 지금은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해 금융당국과 기관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시점임을 고려할 때 당사자께서도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손 회장은 2020년 3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에서 문책경고 징계받았지만 소송을 내며 법정다툼을 벌여왔다.

당시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 판매하는 등 지배구조법(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을 위반했다는 근거로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내린 바 있다.

이에 손 회장은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손 회장은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이후 손 회장은 DLF 사태 관련 징계처분 취소소송 1·2심에서 잇따라 승소했다.

이번에도 손 회장이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 징계 효력이 정지돼 내년 3월 연임을 노릴 수 있다.

일각에선 손 회장 대신 관료 출신의 낙하산 인사를 수장 자리에 앉히기 위해 중징계가 확정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향후 대응 방안과 관련해 현재 확정된 사항이 없으며 관련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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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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