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보스톤마라톤 우승자 함기용, 숙환으로 별세

김세훈 기자 2022. 11. 1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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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함기용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대한육상연맹 제공



1950년 보스턴마라톤에서 우승한 육상원로 함기용 대한육상연맹 고문이 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대한육상연맹은 10일 “대한민국 광복 이후 국가를 대표해 1950년 제54회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2시간32분39초로 우승한 함 고문이 전날 밤 10시쯤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전했다. 함 고문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1947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정상에 오른 서윤복 뒤를 이어 한국 마라톤을 빛낸 영웅이다.

함 고문은 1930년 11월14일 강원도 춘천시에서 5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1946년 손기정 선생이 주도한 ‘마라톤 꿈나무 발굴단’에 16세 나이로 뽑힌 뒤 양정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마라톤 선수 훈련을 본격적으로 받았다. 그는 쉬는 날이면 서울 시내 전차를 따라 달렸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함기용 대한육상연맹 고문. 대한육상연맹 제공



함 고문은 1950년 4월19일 보스턴마라톤대회에 송길윤, 최윤칠과 같이 출전했다. 함 고문이 1위, 송길윤이 2위, 최윤칠이 3위 등 1, 2, 3위를 모두 한국 선수들이 차지했다. 함 고문은 마라톤 본격 입문 4년 만에, 그것도 풀코스 네번째 완주로 세계를 제패해 주위를 놀래켰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외교관 몇백 명 보내는 것보다 훨씬 애국했다”는 말로 선수단을 격려했다. 생전에 함 고문은 “손기정 선생님은 광복 전, 서윤복 선배는 미군정 시절에 우승했다”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메이저대회 마라톤에서 우승한 건 내가 처음”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해 6월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는 바람에 우승 축하 행사는 열리지 못했다. 춘천시는 2004년 4월18일 함 고문이 참석한 가운데 뒤늦은 축하 행사를 개최했고 함 고문 이름을 딴 대회도 만들었다.

한국전쟁으로 정상적으로 훈련하지 못한 함 고문은 1952년 헬싱키올림픽 출전을 준비했지만 부상 탓에 대표 선발전에 나서지 못했고 사실상 곧바로 은퇴했다. 은행원, 공무원, 마라톤 실업팀 지도자 등으로 일한 함 고문은 1989년 대한육상연맹 전무이사, 이후 연맹 고문으로 등을 역임했다. 함 고문은 2019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에서 개회식 최종 점화자 중 한 명으로 선정돼 성화를 밝히기도 했다.

빈소는 분당차병원 장례식장 3호실이며 발인은 12일 오전 7시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명자씨, 자녀 함종규·선애씨, 사위 반상헌씨, 며느리 최진희씨 등이 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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