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돈많은 MBC가 민항기 지원"에 "황당한 소리"

[영상 포함] "대통령 전용기도 언론사가 비용 부담하는 데 무슨 소리"
정진석 비대위원장도 "언론통제 아냐, DJ 노무현때가 언론 탄압"
"취재자유가 자산 규모에 따라 달라지나, 황당한 일"
"언론사 차별을 정당화하는 인식을 가진분이 당 대표라니"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대통령실의 MBC 기자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결정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MBC 돈 많으니 MBC에 지원받으라”, “DJ 노무현 때가 언론탄압이었지 이번은 아니다”라는 주장을 펴 논란을 더 키웠다.

MBC 아나운서이자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인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실의 결정을 놓고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등 그 어느 정부보다 언론에 적극적인 정부이기에 언론 통제라고 하기엔 MBC도 궁색할 것”이라며 “취재 자체를 불허한 것이 아니고 전용기 탑승만 제공 않겠다는 것이니 순방 취재에 큰 어려움은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배 의원은 지난 봄 대통령 인수위 시절 통의동에서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질의응답 영상을 찍지 않기로 합의해놓고 MBC가 몰래 녹화해 '스트레이트'에 방송해 패털티가 주어진 일을 소개하면서 “이번의 경우는 그 간의 숱한 왜곡, 편파 방송 등을 시정하고 재발 방지해달라는 요청을 일관되게 묵살해온 MBC측에 정부가 고심 끝에 응답 한 것”이라고 썼다. 이번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건과 무관한 내용을 거론한 것이다. 배 의원은 “각 언론사들과의 합의에 기반한 최소한의 신뢰와 존중으로 취재편의를 제공하는 것이지 언론사 타이틀 달았다고 받는 당연한 좌석은 아니다”라고 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7일 미디어크리에이터 세미나에 참석해 박수영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배현진 페이스북

심지어 MBC의 자산 문제까지 거론했다. 배 의원은 “MBC가 자산이 많은 부자 회사이니 자사 취재진들이 편안하게 민항기를 통해 순방 다녀오도록 잘 지원할 것이라 믿는다”고 조롱조의 글을 썼다.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취재를 위해 모든 언론사들이 자비를 부담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MBC의 자산 여부와 전혀 무관한데도 엉뚱한 주장을 폈다는 지적이다.

또한 당 대표격인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국회 본관 228호 앞에서 비대위를 마친 뒤 기자들과 백브리핑을 통해 '기자 출신으로서 MBC의 1호기 탑승 거부에 대한 견해가 뭐냐'고 묻자 “기자들 언론인에게도 책임 의식이 있어야 되는 것”이라며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그건 다른 언론에 피해를 줄 수 있고 국민들에게 피해줄수 있다. 전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언론통제라는 비판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 정 비대위원장은 자리를 뜨면서 “언론 통제라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다 다시 돌아와 정 비대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 때도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청와대 출입을 금지시킨 적도 있고, 노무현 대통령 정부에서는 기자실을 대못질을 한 사례도 있다”며 “이런게 언론 탄압이고 통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야당은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과방위원 일동 성명서를 발표한 뒤 가진 백브리핑에서 'MBC가 돈 많으니 민항기로 자체 지원하라'는 배현진 의원의 반응를 어떻게 보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그러면 앞으로 언론 취재 자유는 자산 규모는 크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자산 규모 작으면 영세 언론인은 취재 편의나 취재 자유가 없다는 것인데, 말이 안 된다”며 “취재 편의를 제공하고 취재 자유를 허용하는 문제와 회사 자산 문제를 비교한다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이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 프레스라운지에서 대통령실이 대통령 전용기에 MBC 기자 탑승을 불허한 결정을 두고 배현진 의원이 MBC 돈으로 해결하라고 주장한 데 대해 황당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안호영 수석대변인도 이어진 브리핑을 한 뒤 미디어오늘 기자와 만나 배현진 의원 주장에 “말 같지도 않은 얘기”라며 “그게 말이 되느냐. 사적인 기업이 돈이 있어서 돈을 부담하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언론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기본권을 보장하고 평등하게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책무에 관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언론통제가 아니다라는 정진석 위원장 주장에도 “말이 안되는 얘기”라며 “누구는 전용기를 타고 누구는 타지 못하고 하는 것은 MBC에 대한 차별이다. 그것만큼 심각한 것이 어딨느냐”고 반문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그럼 정권에 마음에 드는 취재 하는데는 태우고 그렇지 않은 곳은 안태우면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될 것 아니겠느냐. 오늘은 MBC지만 내일은 KBS고, 그 다음은 뭐가 될지 어떻게 아느냐”며 “그것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헌법에 대한 이해나 정당의 대표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의 인식 수준인지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한편, 고민정 의원은 이번 대통령실의 결정을 두고 “지금 현재 대통령실은 이성을 잃어버린 사람들인 것 같다”며 “기자들은 대통령실의 직원도 아니고, 대통령실이 취재하라면 하고 말라면 안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고 의원은 “정부를 감시하고, 권력을 감시하기 위해 기자들이 존재하는 것이지 불러준 대로 쓰는 정권의 나팔수나 정권의 부역자들이 아니다”라며 “윤석열 정부는 언론인들을 정권의 부역자 정도로밖에 생각지 않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성명서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가는 대통령 해외 출장에서, 대통령이 듣기 싫은 소리 했다고 대통령 마음대로 특정 언론사를 배제하고 왕따시키고 그러면 못쓴다”며 “이런 게 치졸한 언론 탄압이고, 이러니까 불통 대통령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령 전용기에서의 대통령 행위는 당연히 취재 대상이고 취재공간”이라며 “이 취재공간에 출입을 금지한 것은 명백한 보도 자유의 침해이고 헌법상 언론의 자유 침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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