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착륙 경고음에 수도권 해제…시장선 "더 풀어야"
"노도강 해제·토지허가제 완화 등 추가 대책 필요"
정부가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규제 완화에 더욱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서울과 과천 등 5곳을 제외한 수도권 전역과 세종시를 규제지역에서 전면 해제한다.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는 시점을 당장 내달로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최근 문제가 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지원 확대 방안도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꽉 막혀 있던 부동산 매매시장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수는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뚜렷해지고 있는 경착륙의 흐름을 일정 부분 완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최근의 금리인상 속도와 경기 흐름 등을 고려하면 시장이 눈에 띄게 되살아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규제 완화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경호 "급격한 시장 냉각 경계…연착륙 확고히"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10일 '제3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부동산시장 현안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과 과천 등 5곳을 제외하고 경기·인천·세종 등의 규제지역을 전면 해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무주택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 50% 일원화와 주택담보대출 15억원 초과 허용 시점을 내년 초로 앞당겼다는 점도 눈에 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PF와 관련해 미분양주택 PF 대출보증을 신설하고 기존 PF 보증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관련 기사: 경기·인천·세종도 규제지역 해제…서울등 제외(11월 10일)
이번 대책은 앞서 지난달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나온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을 구체화하고 일부 방안을 더해 내놨다. 특히 최근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하면서 경착륙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의 가파른 금리인상 추세와 결합한 급격한 시장 냉각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며 "정부는 이러한 인식 하에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확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 해제는 '아직'…꽉 막힌 거래 '숨통'
앞서 국토부는 이달 중 규제지역을 추가 해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사는 정부가 서울 등 핵심 지역까지 규제를 해제할지 여부에 쏠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를 열어 추가 해제 지역을 논의했다. 규제 지역을 대거 해제하면서도 서울과 경기 핵심 지역은 규제를 유지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서울과 성남(분당·수정), 과천 등의 경우 여전히 공급에 비해 수요가 높아 자칫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안으로 최근 크게 위축한 주택 매매 시장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일부 지역의 경우 급매물이 많이 쌓이면서 집을 팔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 이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1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추가 주택 구입시 취득세가 기존 8%였는데, 이번 해제로 일반세율(1~3%)로 바뀌는 등의 영향으로 급급매 중심의 매물 소화가 가능해지는 등 주택 거래에 다소 숨통을 터주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역시 "규제지역 해제로 부동산세와 대출 규제 등이 완화하면서 자산이나 소득에 여유가 있는 이들이 급매물을 사들일 여지가 늘어 거래가 증가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래 활성화 한계…노도강 해제·토지허가제 풀어야
하지만 여전히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른 데다가 경기침체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책으로 시장 흐름 자체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경착륙을 막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규제지역 해제는 청약, 여신, 세제와 관련해 구입 장애가 없어졌다는 것이지 거래당사자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아니다"며 "빠른 거래 활력을 기대하는 것은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정부는 규제 완화에 속도를 좀 더 높일 필요가 있다"며 "주택 취득과 양도 단계의 세금 중과를 정상화하고 전매와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과도한 거래 규제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 역시 "분양 시장과 기존 주택 거래에 다소 숨통을 터주겠지만 심리가 위축돼 있어 시장 분위기를 상승 반전하기보다 연착륙에 도움 주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 주택시장은 금리인상 랠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거래 회복이 쉽지 않다"며 "서울에서도 최근 들어 낙폭이 큰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강북권 일부 지역에 대해 해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새 정부 출범뒤 6개월 남짓한 기간에 주정심을 세 번이나 연 것은 파격적으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라면서도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론이 있는 현 상황에서 이것만으로 지역부동산 거래의 활성화까지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LTV 등 대출 규제 완화 시점을 앞당기면서 연말로 예정된 분양 단지들 역시 숨통이 트일지도 관심사다. 청약시장에서 위축한 수요가 정부의 규제 완화 제스처로 되살아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특히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정비 사업으로 꼽히는 둔촌주공 일반분양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관련 기사: 둔촌주공, '미분양 공포' 속 연내 분양…정부·업계 '촉각'(11월 8일)
윤 수석연구원은 "15억원 이상 주택에 주담대를 허용해 주면서 향후 잔금을 치를 때 대출이 가능해지는 등 심리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둔촌주공의 경우 워낙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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