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드] 올해 코레일 사망자 4명째...노동자가 본 '오봉역 사고' 구조적 문제는?
■ 진행 : 김영수 앵커, 박상연 앵커
■ 출연 : 김선욱 철도노조 정책실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N이슈]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최근 화물 수송 준비 작업을 하던 코레일 소속 30대 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앵커]
철도 노동 현장에서올해 숨진 코레일 노동자만 4명입니다. 반복되는 사고 속에노동자들이 본 구조적인 문제점은 어떤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철도노조 김선욱 정책실장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김선욱]
안녕하세요.
[앵커]
닷새 전입니다. 지난 5일이죠, 오봉역에서 30대 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무엇보다 유족들께서 상심이 크실 것 같은데 만나보셨습니까?
[김선욱]
저희 노동자협회에서 만나봤는데요. 어쨌든 아직까지도 이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실감이 너무 크셔서 노동조합도 사실 이 부분과 관련해서 저희도 죄인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려서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앵커]
어떤 말씀을 주로 하시던가요?
[김선욱]
일단 고인이 그렇게 열악한 현장에서 일하는지 유족들은 모르고 있었고 그리고 사고 현장이 너무 끔찍하기 때문에 오열하시는 거죠. 도저히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앵커]
유족들께서 직접 사고 현장도 가보신 겁니까?
[김선욱]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앵커]
사고 내용을 지금부터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이 노동자가 어떤 작업을 하던 중이었습니까?
[김선욱]
고인이 되신 분께서 작업하는 곳은 오봉역이라고 화물열차를 기관차와 연결했다가 분리했다가, 열차를 조성하는 작업을 하는 곳인데요. 이곳이 코레일의 전체 화물 물동량의 한 36%를 차지할 만큼 작업량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작업현장도 워낙 열악하고 가장 위험하기로 유명한 직종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날 사고는 고인이 기관차와 화물차량들을 연결하고 분리하는 작업을 하다가 저희가 열차의 진로를 잡아주는 선로 전환기라는 게 있어요. 열차는 핸들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밖에서 열차의 진로를, 선로를 전환해서 진로를 잡아줘야 되는데 그 고인이 선로 전환기를 취급해서 해당 열차가 예를 들면 B 방향으로 진입하도록 선로를 구성해 놨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B 방향으로 잡히지 않고 A 방향으로 사실은 선로가 구성돼서 작업자분은 A 방향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던 거죠.
걸어가고 계셨는데, 당연히 B 방향으로 갈 줄 알고. 그런데 그걸 모르고 열차가 뒤에서 고인을 덮쳐서 참사가 벌어진 상황입니다.
[앵커]
이게 일단 잘못된, 그러니까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왔다고 해도 사실 이 열차를 준비하는 곳이면 속도가 그렇게 빠를 것 같지는 않은데 기관사가 그걸 보기 어렵습니까?
[김선욱]
거기 속도 제한이 있어요. 25km 이하로 운행을 하게 되어 있고요. 그런데 그 오봉역과 같은 곳은 저희가 흔히 무궁화호 열차를 타보시면 알겠지만 맨 앞에 기관차가 있고 그 뒤에 객실, 객차들이 연결되어 있잖아요.
당연히 기관사가 전방 시야를 확보를 하면서 운전을 하게 되어 있는데 이곳 같은 경우는 화물차량을 뒤에 연결해서 그렇게 운행을 할 경우에 다시 차량을 분리해서 기관차가 또 다른 작업을 하기 어려운 조건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화물차량이 저희가 한 20량이라고 하면 보통 280m, 300m가 되는데 열차의 맨 후부에, 맨 뒤쪽에 기관차를 연결해서 밀고 가는 형태로 작업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기관사가 기관사 앞에 300m나 되는 화물차량이 쭉 있는 거죠.
그러니까 벽을 보고 운전하다고 생각하시면 되고. 그러다 보니까 수송관하고 무전기를 통해서 이 열차가 정지해야 될 위치까지 무전기를 통해서 계속 소통을 하면서 운전을 하게 됩니다.
[앵커]
그러면 시야에는 그냥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거고 소리로만, 그러니까 무전으로만 들어야 되는 겁니까?
[김선욱]
그럴 수밖에 없는 조건이에요. 그래서 과거부터 오봉역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이런 작업 조건을 바꿔달라. 기관차가 맨 앞에서 운전을 할 수만 있다고 하면 기관사도 사실은 안심이 되는 거고요.
수송원도 안심이 될 수 있는데 그 지형적인 조건과 선로 조건이 그렇게 되지 않다 보니까 그렇게 바꾸려면 선로를 다 뜯어내서 새롭게 해야 되거든요.
[앵커]
어쨌든 그런 상황이라면 더욱 더 조심을 했었어야 하는 상황이었을 텐데 국토부 설명을 보니까 그 고인이 걸어가던 곳에서 1m 이상 떨어진 자리에 정해놓은 도보로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이건 어떻게 셜명이 가능합니까?
[김선욱]
그곳이 지형적으로 보면 부채꼴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열차가 이렇게 진입하면서 부채꼴 모양으로 쫙 펼쳐지면서 15개의 선로가 있어요. 그곳에 화물차량들이 위치하는 건데 국토부에서 얘기한 작업통로가 있다고 하는 것은 이 앞 부분, 최초에 부채꼴 모양 시작점에 대해서 아주 극히 일부 구간에만 있고요.
이 뒤쪽으로는 작업통로가 없기 때문에, 특히 고인이 돌아가셨던 그 선로는 바로 옆에 철조망이 쳐져 있어요.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틈도 없을 만큼. 그래서 아주 일부의 사실을 가지고 호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장을 직접 가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앵커]
그 안쪽에는 왜 도보로가 만들어지지 않은 거예요?
[김선욱]
그러니까 애초에 설계할 때부터 사실은 노동자의 안전과 이런 것들이 고려되지 않은 설계였던 거죠.
[앵커]
이 오봉역이 혹시 만들어진 지가 오래됐습니까?
[김선욱]
제가 정확하게 언제 역이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는데 굉장히 오래됐죠.
[앵커]
도보로를 만들어달라는 그 요구도 혹시 있었나요?
[김선욱]
수십 년부터 매번 저희가 노사협의 의제로도 올리고 요구하지만 사실은 그걸 하기 위해서는 예산들이 필요하거든요. 항상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후순위로 밀리거나 되지 않거나, 이렇게 되어 왔죠.
[앵커]
그렇군요. 이 오봉역, 아까 말씀해 주신 대로 물동량이 굉장히 많다고, 30% 이상 된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작업량이 너무 많아서 달리는 화물열차에서 뛰어내리거나 그러면서 작업을 한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김선욱]
사실은 저희가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리거나 뛰어 타는 건 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기술이에요. 그런데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도저히 2명이서 뛰어 타거나 뛰어내리지 않으면 걸어서 입환을 해야 되거든요.
부지가 몇 킬로미터 정도 되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화물 차량 연결한 것만 300m가 되는데 이걸 일일이 다 걸어다니면서 작업을 하면 작업시간이 몇 배가 더 걸립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정해진 업무량을 소화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노동자들이 어쩔 수 없이 이걸 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그런 일들을 하고 있는데 그러니까 단순히 작업수칙을 지켰느냐, 안 지켰냐를 따지기 이전에 왜 이걸 어기고서라도 일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거를 바라봐야 되는데 이 부분들을 국토부가 보지 않고 단순히 작업자가 작업수칙을 지켰느냐, 안 지켰냐, 이것만 따지니까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앵커]
작업자들이 열차에 오르고 내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걸어가는 속도부터 어쨌든 빠르기 때문에 그런 거겠죠.
[김선욱]
그렇죠. 물론 그렇죠.
[앵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냥 철로 옆을 뛰어다녀야 되는 상황이 되는 거고요?
[김선욱]
그래서 실제로 뛰어다니다가 사고 난 적도 있었고요.
[앵커]
위험하기로 유명한 직종이다라고 말씀을 해 주셨고 일도 많은 그런 직종입니다. 말씀해 주신 것처럼 2명이 한다고 하셨는데 2인 1조로 작업을 하던 중에 사고가 난 거고 이 2인 1조는 내부 지침인 거죠?
[김선욱]
그렇죠, 작업 내규에 따르면 한 조가 같이 함께 움직여서 입환을 하는데 2인 이상이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거 자체가 작업 내규를 위반한 건 아니에요. 저희가 얘기했다시피 사실 과거에는 3명이 1조를 했었고 그리고 그건 회사도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 워낙 업무량이 많고 위험하기 때문에 최소한 3명 이상이 했던 것이고 작업 내규는 2인 이상이지만. 그런데 저희가 2020년도 이후부터 3인 1조 작업을 그곳에서는 2인 1조 작업이 됐어요.
[앵커]
이유가 뭡니까?
[김선욱]
저희가 근무체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교대근무자들의 근무 패턴이 야간 근무를 연속으로 이틀을 해야 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야간 근무라고 하면 불규칙 교대근무가, WHO에서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할 만큼 이 노동자 신체에 아주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근무형태인데 이걸 좀 개선하고자 해서 연속 야간은 지양하고 야간 근무 다음에는 휴일을 보장할 수 있도록 근무체계를 변경하면서 그동안 3조로 운영되던 것을 4개 조로 운영했는데 인력이 더 들어오지 않고서는 한 조가 더 늘어났는데도 사람이 없으니까 결국 조당 인력을 줄여서 근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래서 2019년도에 저희가 국토부에 인력 증원을 요청하고 이 문제로 사실은 파업까지 진행을 했지만 실은 단 한 명도 증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게 인력이 더 필요하다면 혹시 내부 지침을 바꿀 생각은 안 해 보셨습니까?
[김선욱]
동일한 얘기인데요. 결국 그 지침을 바꿔서 2인 이상이 아니라 3인 이상으로 한다고 하면 인력이 더 필요한 거잖아요. 그런데 이거는 인력은 사실 철도공사가 임의로 사람을 늘릴 수는 없고 정부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니까 이 사이에서 사실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은 총인원이 좀 늘어나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고요. 올해 들어서만 코레일에서 중대재해가 수차례 있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노동자만 4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게 어떤 사고였는지 좀 정리를 해 주실까요.
[김선욱]
차량 관리원이었어요. 차량을 정비하시는 분이 차량정비기지에서, 아직은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차가 들어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선로 옆에 계시다가 바퀴에 끼어서 돌아가셨던 사고가 있었고요.
[앵커]
그것도 혹시 시야가 확보 안 되는 그런 상황이었습니까?
[김선욱]
아니요, 그런 내용은 아니었고요. 그래서 이 사건 관련해서는 지금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저희도 지금 원인 파악이 잘 안 되고 있고. 또 한 번은 지난 장마 때 폭우가 쏟아질 때 중랑역에서 비가 많이 오니까 선로 옆 배수로에 문제가 생길까 봐 거기를 점검하러 나갔던 시설 분야 노동자가 폭우 때문에 열차가 오는 것도 확인하지 못하고 소리도 듣지 못하고 이러다가 열차에 치여서 돌아가셨던 사건이 있고요.
그다음에 가장 최근에 정발산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점검하던 노동자 한 분이 또 열차가 오는 걸 모르고 치여서 돌아가셨던 사고가 있었습니다.
[앵커]
모두 네 분이 돌아가셨군요. 이게 원인이 같다면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좀 공통적인 부분이 있습니까?
[김선욱]
참 저희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요. 이번 오봉역 사고와 같이 어쨌든 절대적인 인력 부족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들이 있는 사고들은 얘기를 할 수 있겠지만 모두가 같다고 사실 저희도 말씀드리기는 좀 어렵고 각각 사건마다 특징들이 달라서.
특히나 세 사건 모두 다 조사 중에 있어서 저희가 무엇이 원인이라고 사실 함부로 내뱉기가, 말씀드리기가 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에도 그랬지만 이게 사실은 추정에 의해서 사고 원인을 얘기하는 순간, 그러니까 실제 사고 원인이 밝혀지기도 전에 이쪽으로 시선이 쏠려버리면 오히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방해가 되더라고요.
[앵커]
열차에 치여서 숨지는 사고면 기관사분들도 코레일 소속 노동자 아닙니까?
[김선욱]
맞습니다.
[앵커]
그분들도 충격이 적지 않으실 것 같은데요.
[김선욱]
그렇죠. 기관사들이 저희 같은 소속 노동자들뿐 아니라 열차 운행 중에 일반 시민들, 국민들이 선로에 뛰어들어서 치이는 경우도 있거든요, 가끔. 사실 그런 트라우마에 굉장히 시달립니다.
그래서 심리치료도 하고 결국은 그걸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시는 분들도 계셨었고. 그래서 사실은 기관사들도 일종의 이 사건에서 보면 피해자이기도 한 거죠.
[앵커]
그런 고충도 겪고 계시고요. 앞서 저희가 리포트로도 전해 드렸습니다마는 어제 철도 안전 간담회가 있었고요. 원희룡 장관도 참석을 했는데 약간 충돌도 있었다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당시에 어떤 상황이었는지 설명을 해 주실까요?
[김선욱]
제가 어제 모 언론사로부터 낮에 연락을 받았습니다. 국토부에서 언론사 기자분들한테 공지를 했는데요. 철도 사고 예방대책과 관련해서 원희룡 장관과 그다음에 철도노조가 간담회를 한다고 공지가 내려갔더라고요.
그런데 저희 노동조합에서는 어떤 언급도 들은 바가 없었고요. 그래서 수소문해서 알아봤더니 노동조합과의 간담회라고 포장을 해놓고 실제로는 회사를 통해서 몇몇 직원들을 불러서 간담회 모양새를 만들었던...
[앵커]
조합원들을 불렀다고 보면 될까요?
[김선욱]
직원들인 거죠, 조합원들도 다 아니고요. 노동조합을 통해서 한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저희가 어쨌든 어젯밤 10시에 영등포역에서 원희룡 장관이 어제 저녁 8시경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귀국을 하셨을 거예요.
그래서 오자마자 바로 영등포역으로 오셨는데 밤 10시에 직원들 퇴근도 못하게 간담회라고 잡아놓고 일종의 뭔가 보여주기를 위한 연출이 아니었느냐라는 저희들은 의심을 하고 있는데 정말로 대책을 마련하고자 했으면 현장을 먼저 가봤어야죠.
현장의 상황을 듣고 현장을 잘 아는 그리고 노동조합과 어쨌든 대책 마련에 필요한 내용들을 소통을 하면 될 것 같은데 노동조합에 어제 갔을 때는 아예 출입을 막아놨어요. 경찰들을 통해서 못하게 막아놨었고, 저희가 그래서 격하게 거기서 항의하고 이런 상황들이 펼쳐졌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앞으로 모쪼록 진상조사가 철저히 됐으면 좋겠고요. 그에 따른 대책도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철도노조 김선욱 정책실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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