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KDI “한은, 더 이상의 빅스텝 안 된다…경기에 상당한 부담”

세종=박소정 기자 2022. 11. 1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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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 일문일답
“재정보단 통화정책 탄력 운용 가능, 금리 천천히 올려야”
“내년 1%대 전망 상당 낮지만, ‘경기침체’ 아닌 ‘둔화’ 수준”
“내년 ‘상저하고’…상반기 극심했다가 하반기 서서히 회복”
“에너지·곡물 등 공급 요인 파급 커지며, 물가 올려 잡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은행의 향후 추가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단행에 경계심을 표했다. 앞서 네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에 나선 미국에 발맞춰, 한은 역시 역사상 처음으로 7월과 10월 두차례에 걸쳐 빅스텝을 밟은 바 있다. 국책 연구기관에서 중앙은행의 이런 가파른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내놓은 것은, 우리 경제가 본격적으로 ‘경기둔화’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으로 보인다.

KDI는 10일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소비·투자·수출 모두 악화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종전에 전망했던 2.3%에서 0.5%포인트(p)나 내려 잡은 것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관련 브리핑을 통해 “지금은 긴축의 속도와 강도를 조절할 때”라며 “한은에서 지금껏 두차례 0.5%p 인상을 단행했는데,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우리 경기에 상당한 부담이 되겠다고 판단되기에 천천히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규철(오른쪽)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과 천소라 연구위원(경제전망 총괄)이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KDI 하반기 경제전망' 브리핑을 하고 있다. /KDI 제공

다음은 정 실장과의 일문일답.

-정부가 앞으로 취해야 할 정책 방향을 요약해 제시해 달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서 한국이 아주 확장이고 완화적인 정책을 많이 썼는데 그것이 정상화되는 과정에 있다. 이 점은 저희도 긍정적으로 평가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진행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통화 정책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는 본다. 하지만 내년도에는 경기 둔화가 예상되고 물가 상승률은 높긴 해도 다소 내려가는 모습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가파르게 금리를 인상할 필요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긴축의 속도와 강도를 조절하라는 것인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있을 것이다. 재정정책은 이미 예산안이 나와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그때그때 조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반면 통화정책은 한달 반마다 금통위가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좀 더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몇 퍼센트로 인상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당분간 조금 천천히 인상하면서 물가의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올라 한국과의 정책금리 격차가 좀 벌어지더라도 한국은행은 빅스텝이 필요치 않다는 의미인가.

“가능한 한 천천히, 낮은 폭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지금 두 차례 0.5%p를 올렸는데,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우리 경기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판단된다. 경기둔화의 모습은 이미 시장금리가 올라가는 등 많은 부분에서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다. 물론 물가 상승세가 더 확대되면 금리를 좀 더 빠르게 인상해야 할 수도 있으나, 저희 전망에 따르면 물가 상승세는 곧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도 1%대의 경제 성장 전망을 내놨는데 ‘위기’라고 해석해도 되는 건가.

“과거에는 우리 경제 성장률이 3~4% 정도였기 때문에 1%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를 해야겠다. 다만 2% 내외 수준이기 때문에 아주 큰 위기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때는 그보다 훨씬 더 낮은 숫자(마이너스)도 있었다. 경기 순환 과정에서 1~2%대 초반 정도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숫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가 되면 경제 상황이 좀 나아지는 건가.

“올해는 (경제성장률이) 상고하저의 패턴이었으면, 2023년은 상저하고로 전망된다. 하반기에 경제가 좋아진다기보다는 내년 상반기에 경기가 가장 많이 둔화하고 하반기에 서서히 그보다 회복되는 정도로 본다.”

-경제 전망에 대한 전제를 잡을 때, 내년 국제 유가를 연평균 배럴당 84달러로 잡았다. 당초 상반기 전망 때는 배럴당 92달러로 잡았었는데, 하향 조정한 것이다. 최근의 국제유가 인상 요인도 충분히 반영된 것인가.

“다양한 기관들의 전망 수치와 금융시장의 선물 가격 등을 반영해서 시장에서 어느 정도 기대하고 있는지를 감안해서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는 되레 1%p 올려 잡았는데.

“국제유가를 하향 조정했는데 소비자물가는 상향 조정해서 다소 어긋나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초 상반기에 생각했던 수준보다 에너지·곡물 가격의 요인이 좀 더 경제에 많이 파급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고려해 소비자물가를 좀 올려 잡은 것이다.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보다 조금은 더 높은 상황이다. 올해 3.6%, 내년 3.3% 등이다. 원래는 공급 측 충격이 근원물가에 잘 파급 안 되는데, 이번에는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근원물가에도 많이 파급되는 경향이 관측됐고 이를 반영해 내년도 물가를 상향 조정한 것이다.”

-’경기둔화 국면에 진입한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의 경우 소위 2분기 연속 마이너스면 기술적으로 정의하는데, 여기서 말한 경기둔화 국면은 어떤 근거에서 표현된 것인가.

“명확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성장률 이외에도 다양한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보고 경기를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경기둔화라고 한 것은 가장 크게는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부분을 봤고, 그런 부진한 상황들이 다른 지표에서도 많이 관측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다만 침체로까지는 판단하고 있지 않다. 2% 정도에서 조금 내려간 1.8% 정도면 잠재성장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또 그렇다고 아주 큰 폭으로 하회하는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크게 상회하는 목표를 추구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어떤 취지인가.

“내년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향후에도 적용돼야 할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정책을 하다 보면 경기가 과열되고 물가가 또 너무 상승해서 경기가 불안정해지는 (악순환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과거의 눈높이로 정책을 시행해선 안 된다는 말을 한 것이다.

-내년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재정정책이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는 건지 궁금하다.

“기본적인 우리의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경기는 둔화하지만, 추경까지 필요한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 연준(Fed·연방준비제도)이 기준금리를 얼마까지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보고서를 작성한 건가.

“미 연준의 금리 상승은 저희가 따로 전망은 하지 않고 주로 시장에서 전망하고 있는 수치들을 참고했다. 내년도에 연 5% 초중반 정도에서 멈추는 정도로 전망하는 시장의 시각을 반영했다.”

-그렇다면 현재 국면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진단할 수 있나.

“내년도를 경기침체까진 아니고 경기둔화 정도로 보고 있고, 물가 상승률도 연간으로 보면 3.2%지만 하반기로 가면 2.5%까지도 낮아질 거라고 본다. 따라서 이것만 가지고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분명히 말하기는 아직 어렵다. 다만 방향성 자체는 그쪽(스태그플레이션)이 맞는다고 본다.”

-내년 1분기나 2분기에 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내년 1·2분기에 상당히 낮은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긴 하나, 우리 베이스라인(기준) 시나리오에선 전기 대비 플러스 성장을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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