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韓 경제, 1%대 성장 전망이 ‘대세’…길고 긴 ‘경제 혹한’ 다가온다
국내외 민간기관 등지에서도 1%대 발표 속속
11월말 한은·12월 정부 전망도 ‘1%’ 등장할까
“경기둔화 국면 진입…내년 ‘상저하고’ 흐름”
“내년도 경제성장률 1%대 전망을 내놓은 것은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 내년도 경제 성장률을 1.8%로 제시했다. 국내외 기관에서도 1%대의 숫자가 속속 제시되는 가운데, KDI를 필두로 한국의 내년도 성장률 1%대 전망은 대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외환 위기, 글로벌 금융 위기, 코로나19 위기에 이어 내년 또 한 번의 경제 혹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부정적 예보가 줄을 잇는 모습이다.
KDI가 10일 발간한 ‘2022년 하반기 KDI 경제전망’ 보고서는 내년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KDI는 “미국 금리 인상 가속화가 지속되거나, 글로벌 경기가 크게 위축되면 우리 경제의 성장세도 수출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더욱 둔화할 것”이라며 “대내적으로는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거나 금융시장에 신용 경색이 발생할 경우 심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국내외 곳곳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 ‘1%대’ 불러
국책연구기관인 KDI뿐 아니라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에 대해 1%대 전망을 내놓는 곳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Fitch)는 1.9%, 한국금융연구원은 1.7%로 전망한 상황이다. 금융연구원은 지난 8일 이런 경제 전망을 발표하면서 “대외불확실성에 의한 성장의 하방 위험과 물가의 상방 위험이 높다”며 “내년 주요국 정부가 긴축적인 통화·재정정책을 이어가고 경기 반등 모멘텀도 약화해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민간 연구소나 증권사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나은행 산하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달 1.8%를, 대신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각각 1.6%, 1.0%의 성장률을 제시했다. 시장의 평가는 더욱 냉혹한 모습이다.
앞서 국제기구들은 2%대 초반의 수치를 제시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2.0%, 2.2%로 한국의 내년도 전망치를 내놨다. 향후 조금이라도 대내외 여건이 악화해 전제 조건에 변수가 생길 경우 1%대로 하향 조정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통화·재정 당국이 내놓을 내년도 수정 전망치에 시선이 집중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 6월과 8월 내놓은 내년도 전망이 공식적인 수치인데 각각 2.5%, 2.1%다.
이미 이보다 더 낮은 수치로의 하향 조정은 어느 정도 암시된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은 지난 전망치인 2.1%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의 특파원 간담회 자리에서 “내년도 (경제 성장률) 정부 전망치가 당초 2.5%였는데 분명히 그보다 낮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발언했다.
이런 이유로 정부와 한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대 후반에서 2.1% 이하 수준의 수치가 제시될 거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초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자리에서 2.1%를 내년도 전망치로 직접 언급했었다. “최근 금리 상승 추세 등으로 인한 성장 둔화세를 반영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한은은 오는 24일 금통위에서, 정부는 다음 달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 “경기둔화 국면 접어드는 중…내년 상반기 특히 어렵다”
내년 성장률이 1%대로 내려간다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0.9%)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두고 KDI는 현재 우리 경제 여건에 대해 ‘경기둔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표현하면서, 내년에도 이런 둔화 국면에 ‘계속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기나긴 경제 혹한기의 시작을 암시하는 메시지다.
보고서를 쓴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과거 우리 경제 성장세가 연간 3~4% 정도였기 때문에, 1%대 전망을 한 것은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하회하고 성장률뿐 아니라 다른 지표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이 관측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둔화’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나 내년 상반기에 경기둔화의 고통이 극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도 경기 흐름을 좀 더 세분화해서 살펴보자면, 올해와 달리 ‘상저하고’의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KDI의 분석이다. 상반기 1.4%, 하반기 2.1% 상승 예상이다. 정 실장은 “하반기에 경제가 좋아진다기보다는, 내년 상반기에 경기가 가장 많이 둔화하고 그 수준에서 서서히 하반기에 회복되는 정도로 보는 것”이라며 “내년 1·2분기 상당히 낮은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으나, 일단 현재 베이스라인 시나리오에서는 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릴 위험 요인이 산적해 있어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 ▲중국 경기의 급락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 등 대외적 요인뿐 아니라, 대내적인 부정적 요인도 주요 변수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실장은 “회사채 시장을 중심으로 기업 자금조달에 차질이 발생해 금융시장 신용 경색이 확산할 경우,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더욱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민간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우리 기준금리의 가파른 상승은 경기에 작지 않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빅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 단행이 있었는데,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우리 경기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천천히 금리를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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