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규제 10건 중 9건은 의원발의···"규제시스템 개선 필요"

진동영 기자 2022. 11. 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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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 규제입법현황과 시사점 보고서
5년간 기업 부담 규제 151건 신설·강화
89%가 의원발의···"규제관리 사각지대"
의원입법평가·규제 통폐합 등 전방위 개편 주장
이정원 국무2차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문화재청 문화재보존국장과 해수부 정책기획관, 과기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이 배석한 가운데 제2차 규제혁신 전략회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지난 5년 간 기업에 경제적 부담을 주는 규제가 151건 신설·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대부분은 입법영향평가를 받지 않는 의원입법으로 나왔다. 규제혁신 체감 향상을 위해서는 기존 규제 개선 뿐 아니라 신설·강화 규제를 관리하는 규제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0일 발표한 ‘규제정보포털로 본 규제입법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 5년 간 신설·강화된 규제법률이 총 304건(공포 기준)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중 절반에 가까운 151건이 기업에 부담이 되는 경제적 규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규제 중 75.5%(114건)는 기업의 자유로운 시장진입을 저해하는 진입규제였다. 이밖에 독과점·불공정 거래 관련 경쟁규제가 22건(14.6%), 가격규제가 15건(9.9%)이었다.

규제 법률은 규제조문을 포함하는 법률을 의미한다. 정부발의법안은 규제조정실이, 의원발의법안은 법제처가 규제여부를 결정해 규제정보포털에 공개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규제정보포털에 공개된 규제 법률을 전수 조사해 최종 공포된 법률을 분석했다.

총 304건의 규제 법률 중에는 처벌기준을 신설하거나 과태료·과징금 상향 등 벌칙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이 101건에 달했다.

곽노성 연세대 교수는 “지나친 형벌위주 접근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며 “사업추진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잘못으로 과도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기업이 도전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기 보다는 기존 사업에 머물게 하거나 오히려 국내 사업을 축소하고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규제 법률 10건 중 9건은 의원입법 형태로 나타났다. 신설·강화된 규제 법률 304건 중 271건(89.1%)이 의원발의에 따른 입법이었다. 의원발의된 규제 법률안은 정부발의와 달리 규제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아 ‘규제관리의 사각지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규제 개혁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전체 규제 수는 10년 동안 1만 5000여 건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규제를 없애려고 해도 한편에서 새로운 규제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다보니 총량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올해 5월 기준 등록규제는 1만 4961건으로 10년 전 정부가 발표한 1만 4857건과 오히려 소폭 늘었다.

보고서는 성공적인 규제 개혁을 위해 △의원입법영향평가 도입 △규제법령 통·폐합 △규제관리제도 강화 등 규제관리시스템의 전방위적 개편을 제안했다.

우선 의원발의 규제 법안에 대해 과잉입법을 방지하고 입법품질을 제고하기 위해 입법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은 정부발의 법안 뿐 아니라 의원입법에 대해서도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17년 펴낸 규제개혁보고서를 통해 의원입법에 대한 입법품질강화를 권고한 바 있다.

또 기존 규제를 획기적으로 감축할 방안으로 규제법령 통·폐합 추진을 제시했다. 서로 다른 법률로 유사한 내용의 중복 규제가 이뤄지거나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규제는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유해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는 기업은 화학물질관리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유사한 내용의 화학물질 취급 정보를 환경부와 고용노동부에 별도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규제관리제도의 실효성 강화에 대해서도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규제순비용 감축 실적은 2016년 규제비용관리제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제도 도입 초기 반년 간 5587억 원의 규제비용을 감축했는데 지난해에는 3265억 원으로 줄었다. 보고서는 부처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할 인센티브가 부족해서라고 지적했다.

옥혜정 대한상의 규제샌드박스실 팀장은 “규제는 한번 도입하면 없애기 어렵고, 개선이나 폐지에는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규제신설은 더 엄격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개별규제 개선뿐만 아니라 규제의 생성부터 유지 및 관리, 폐지에 이르기까지 규제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보완되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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