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 우려에 금리인상 속도 조절해야…내년 추경 필요성 낮아"

오종택 기자 2022. 11. 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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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KDI,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서 통화·금융 등 정책방향
기준금리 10년 만에 최고…"현 추세 지속시 상당한 부담"
고환율·외화유동성 경색 따른 금융시스템 위험 대처해야
건전성 강조 재정정책 바람직…내년 예산 증액 신중해야
금리상승 취약가구 차환 위험…법정 최고금리 탄력 운용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서울 시내 은행에 걸려있는 대출금리 현수막. 2022.11.09. kch0523@newsis.com

[세종=뉴시스] 오종택 옥성구 기자 =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 경제 성장세가 더욱 둔화될 가능성이 커 지금의 가파른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경기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을 추진했다가는 경제가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어 내년도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필요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KDI는 10일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이 같은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KDI는 통화정책과 관련해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지지 않도록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둔화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 금리인상 속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통화당국은 지난해 4분기부터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2%)를 큰 폭으로 상회하면서 통화정책 대응이 요구됨에 따라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고물가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초유의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p) 인상)을 단행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지난달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을 단행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5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기준금리는 연 3.00%로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서울=뉴시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KDI는 지속되는 고물가에 제동을 걸기 위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통화정책을 미래지향적으로 운영한다는 관점에서 향후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될 가능성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완만한 속도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사전 브리핑에서 "(통화당국이) 지금 몇 번 0.5%를 올렸는데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우리 경기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천천히 올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경기둔화의 모습은 이미 시장금리가 올라가고 많은 부분에서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KDI는 향후 원자재가격이 점차 안정되고 한국 경제가 경기둔화 국면에 진입하면서 공급 측과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이 모두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 내수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과 같은 고환율 상황에서 통화당국은 외화자금시장이 불안정해질 경우 외화유동성 경색과 그에 따른 금융시스템 위험에 대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KDI는 "한국의 경제 기초여건을 감안하면 급격한 자본유출과 외화유동성 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외화자금시장이 불안정해지면 환율 상승 등 표면적인 증상에 직접 대응하기보다 금융기관의 일시적인 외화유동성 경색이 금융시스템 위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이어진 확장재정 기조를 접고 재정건전성이 강조된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는 올해보다 5.2% 늘어난 총지출 63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올해 2차 추경을 포함한 총지출 679조5000억원과 비교해 40조원가량 줄어든 규모다.

전년도 총지출 기준으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정부 예산이 줄어든 셈이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나타난 과도한 나랏빚 증가세를 완화하기 위해 당분간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재정'을 펴기로 했다.

KDI는 "내년에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으나, 단기적인 경기부양보다는 중장기적인 성장잠재력 확보를 위한 지출 위주로 예산이 편성됐다. 고물가의 지속과 경기둔화를 감안해 취약계층 보호도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장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2.11.07. bjko@newsis.com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시작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물가상승세가 예상치를 뛰어넘어 정부 예산안을 증액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금의 정부 예산안 규모로는 내년도 경기가 더욱 위축될 경우 추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규철 실장은 "물가가 상승하면 똑같은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도 더 많은 재정이 필요해 그런 부분은 현실화가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이것이 전체 수요를 자극할 정도가 된다면 통화정책과는 어긋날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실장은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은 시점에서 추경을 말씀드리기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년에) 경기가 조금 둔화되지만 추경까지 필요한 정도는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KDI는 금리가 급등하면서 취약가구와 영세자영업자를 정책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소라 KDI 전망총괄은 "조달금리 상승에도 법정최고금리가 고정돼 있을 경우 취약가구는 차환이 제약될 수 있어 취약가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금리 급등에 따른 취약가구와 영세 자영업자의 차환 위험에 대비해 법정최고금리를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경기둔화에 대비해 취약차주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시장에 대해서는 은행의 기업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채권시장의 자금 공급이 빠르게 감소해 일시적인 경색이 발생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고 우려했다.

천소라 전망총괄은 "금융시장 불안 위험이 높을수록 부실 자산을 정리하면서 금융건전성을 강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며 "일부 자산의 부실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 신용경색 완화를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을 통해 은행권에 집중된 자금을 신용경색이 발생하는 시장에 공급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한국개발연구원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오른쪽)과 천소라 전망총괄이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KD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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