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부담되는 '경제적 규제' 지속 증가…"신설·강화 규제 관리 필요"

서민지 2022. 11. 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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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신설·강화된 규제법률 304건…절반이 경제적 규제로 기업 부담 가중

[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지난 5년 동안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경제적 규제가 지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존 규제 개선은 물론 신설·강화 규제를 관리하는 규제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1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규제정보포털로 본 규제입법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신설·강화된 규제법률은 총 304건(공포 기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중 절반에 달하는 151건이 기업에 부담이 되는 경제적 규제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자유로운 시장진입을 저해하는 진입규제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경제적 규제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75.5%, 114건)을 차지했다. 이어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 관련 경쟁규제가 22건(14.6%), 가격규제가 15건(9.9%)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 전경 [사진=대한상의 ]

총 304건의 규제 법률 중 처벌 기준을 신설하거나 과태료·과징금 상향 등 벌칙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은 101건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처벌기준을 신설하거나 확대하는 법률은 66건, 과태료·과징금 상향을 담은 법률은 35건으로 나타났다.

곽노성 연세대 교수는 "지나친 형벌위주 접근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며 "사업추진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잘못으로 과도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기업이 도전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 기존 사업에 머물러 있거나, 오히려 국내 사업을 축소하고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304건의 규제법률을 입법주체별로 분석한 결과 의원입법은 총 271건으로 나타났다. 신설·강화된 규제법률 10개 중 9건은 의원발의에 따른 입법인 것이다. 보고서는 의원발의된 규제법률안은 정부발의와 다르게 규제영향평가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규제관리의 사각지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혁우 배재대 교수는 "면밀한 검토 없이 발의된 규제법안이 상호충돌이나 중복을 야기할 수밖에 없어 우려스럽다"며 "규제법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개혁 노력에도 기업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규제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등록된 규제 현황을 집계한 결과 10년째 1만5천여 건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규제를 없애려 노력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규제를 끊임없이 만들어 냈다는 뜻이다. 지난 5월 기준 등록규제는 1만4천961건으로 10년 전 정부가 발표한 1만4천857건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우리나라 규제환경 개선속도가 더딘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OECD가 지난 1998년 이후 5년마다 발표하는 상품시장규제(PMR)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년째 규제수준이 높은 '톱9' 국가에 속해있다. 첫 평가에서 우리나라보다 규제가 강했던 포르투갈, 체코, 헝가리 등 7개국 중 터키를 제외한 국가들은 이미 규제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상태다.

이민창 조선대 교수는 "규제환경에 대해 국제적으로 비교 가능한 OECD의 상품시장규제지수만 봐도 규제환경 개선이 얼마나 더딘지 알 수 있다"며 "규제의 수와 품질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속도감 있는 규제개혁을 위해 보다 과감한 시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 도심 빌딩 스케치 [사진=정소희 기자]

보고서는 성공적인 규제개혁을 위해 ▲의원입법영향평가 도입 ▲규제법령 통폐합 ▲규제관리제도 강화 등 규제관리시스템의 전방위적 개편을 제안했다.

첫 번째로 의원발의 규제법안에 대해 입법영향평가를 실시해 과잉입법을 방지하고 입법품질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발의 규제법안에 대한 국회입법조사처의 규제영향분석을 제도화함으로써 기업현실에 맞지 않는 법안이나, 부작용이 우려되는 법안 발의를 사전에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발의 법안에 한해 규제영향평가를 진행하는 반면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주요국의 경우 의원입법에 대해서도 영향평가를 실시 중이다. OECD에서도 2017년 규제개혁보고서를 통해 의원입법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으로 입법품질강화'를 권고한 만큼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의원입법영향평가 도입 법안들의 조속 입법돼야 한다고 봤다.

또 기존 규제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기 위해 규제법령 통폐합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서로 다른 법률에 의해 유사한 내용이 중복적으로 적용되는 규제, 시대상황에 맞지 않아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규제는 기업의 혼란과 부담을 가중시키는 만큼 과감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규제관리제도의 실효성 강화도 강조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규제비용관리제를 도입한 이래 규제순비용 감축 현황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제도 도입 초기에 반년간 5천587억원의 규제비용을 감축한 데 비해 지난해에는 감축실적이 3천265억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그 원인을 부처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할 인센티브 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 정부가 제도개선을 위해 '원인투아웃(One in, Two out)' 방식의 규제비용감축제 도입, 부처별 유연한 감축목표설정 도입계획을 밝힌 만큼 제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규제비용 절감에 따른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옥혜정 대한상의 규제샌드박스실 팀장은 "규제는 한 번 도입하면 없애기 어렵고, 개선이나 폐지에는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규제신설은 더 엄격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개별규제 개선뿐만 아니라 규제의 생성부터 유지 및 관리, 폐지에 이르기까지 규제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보완되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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