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참전용사 기리려 오늘도 커피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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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 동안 3대째 춘천에서 카페 '이디오피아집'을 운영하는 조수경(62) 대표는 오는 11일 '유엔참전용사 국제 추모의 날'을 앞두고 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들의 희생을 기리고자 조 대표의 외삼촌이 1968년 5월 춘천에 자비로 '에티오피아 참전 기념탑'을 건립했고, 그해 춘천을 찾은 에티오피아 황제는 기념탑 옆에 에티오피아 사람들을 위한 문화원 같은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동에서 교사였던 부모님은 에티오피아에 대한 고마움과 신의로 춘천으로 와 사재를 털어 카페를 짓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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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유엔참전용사의 날’… 54년 ‘이디오피아집’ 운영 조수경 대표
부모님, 사재 털어 카페 열어
에티오피아 황제, 가게名 선물
“100년간 하루도 쉬는 날 없게”
황제와의 약속 지켜 휴무 안해
매년 커피 축제 12년째 개최
수익금은 대사관에 모두 기부
“6·25전쟁에 참전한 에티오피아로부터 우리가 도움을 받았으니 그들을 돕는 것이 당연하지요,”
54년 동안 3대째 춘천에서 카페 ‘이디오피아집’을 운영하는 조수경(62) 대표는 오는 11일 ‘유엔참전용사 국제 추모의 날’을 앞두고 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에티오피아 황제 하일레 셀라시에 1세는 6000 여 명의 ‘강뉴부대’를 파병했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부대원들이 월급을 모아 보육원을 세워 전쟁고아들을 돌보며 전후 한국의 재건을 도왔다. 이들의 희생을 기리고자 조 대표의 외삼촌이 1968년 5월 춘천에 자비로 ‘에티오피아 참전 기념탑’을 건립했고, 그해 춘천을 찾은 에티오피아 황제는 기념탑 옆에 에티오피아 사람들을 위한 문화원 같은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동에서 교사였던 부모님은 에티오피아에 대한 고마움과 신의로 춘천으로 와 사재를 털어 카페를 짓게 됐어요.”
변변한 기계도 없던 시절 조 대표의 어머니는 에티오피아로부터 원두 볶는 방법을 배워 같은 해 10월 문화원 개념의 한국 최초의 로스터리 커피전문점을 열었다. 황제는 ‘이디오피아벳(집)’이라 이름 지어주고 황실 커피 생두를 외교 행랑을 통해 보내주기도 했다. 그는 “부모님께서 100년 동안 하루도 커피 향이 안 나는 날이 없게 하겠다고 황제와 약속해 지금까지 54년 동안 한 번도 문을 닫은 적이 없다” 며 아버지 돌아가신 날도 퉁퉁 부은 눈으로 가게를 열었다고 했다.
영화 특수분장 분야에서 인정받던 조 대표는 부모님의 뜻을 받들어 가업을 이어받아 20년째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아들 며느리 딸 사위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거들어 3대째로 이어지고 있다. 이디오피아집은 전국에서 커피 맛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오는 춘천의 명소다. 커피에 대해선 누구보다도 진심인 그는 “에티오피아의 최상위 등급 원두만 사용해 까다로운 과정을 철저히 지키며 긴 세월 동안 커피 맛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며 “에티오피아 커피의 우수함을 널리 알리고 싶어 무료 커피 교육도 하고 있다”고 했다.
2007년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기념관’까지 들어선 춘천은 에티오피아와 관련이 깊은 곳이 됐다. 에티오피아인들은 황제가 다녀간 이곳을 ‘성지’로 여겨 참전용사들뿐 아니라 2015년에는 에티오피아 대통령도 방문했다. 그는 “당시 대통령은 기념탑이 길 건너로 이전해 비어있는 것을 보고 아쉬움을 표했다”며 “그 자리에 황제의 동상을 춘천시가 건립해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페 앞 ‘에티오피아길’에서 매년 커피 축제를 12년째 개최하고 있고 수익금은 에티오피아 대사관에 모두 기부한다. 내년은 에티오피아와 수교 60주년이 되는 해로 춘천시와 함께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의사를 하다 함께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남편 데이비드 차와 국내 에티오피아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데도 앞장서며 부부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에티오피아와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매일 커피 향기가 이어지도록 로스팅을 계속할 겁니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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