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세금 본질 왜곡하는 ‘부자 감세’ 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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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에 대한 과세 기준을 공시가격 9억 원(1주택자는 12억 원)으로 올리고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없애는 정부·여당의 종합부동산세제(종부세제) 개정안이 야당의 부자 감세라는 반대에 부닥쳐 무산됐다.
그 결과 올해 종부세 납세자는 지난해보다 29%(26만9000명)가 늘어 120만 명에 이른다는 게 정부 추산이다.
그러다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재정이 부족하면 우선 재산이 많은 귀족들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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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주택에 대한 과세 기준을 공시가격 9억 원(1주택자는 12억 원)으로 올리고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없애는 정부·여당의 종합부동산세제(종부세제) 개정안이 야당의 부자 감세라는 반대에 부닥쳐 무산됐다. 그 결과 올해 종부세 납세자는 지난해보다 29%(26만9000명)가 늘어 120만 명에 이른다는 게 정부 추산이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종부세 대상자는 늘어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세금은 의회의 기원이자 상하 양원제의 기원이기도 하다. 왕정(王政)에서 왕은 왕실의 재산 수입과 법 집행 등으로 벌어들인 수수료로 사적·공적 지출을 충당했다. 그러다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재정이 부족하면 우선 재산이 많은 귀족들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귀족들은 이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는데, 그 모임이 상원이 됐다. 이후 왕은 일반인들에게도 지원을 요청했는데, 이들 역시 이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으며, 그 모임이 하원이 됐다. 그 과정에서 왕의 권력은 점차 줄었고 일반인들의 자유가 확대됐다. 그런 유래를 가진 재산세는 개인 소득세가 일반화된 오늘에는 없어져야 마땅하지만, 세원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영국과 같이 의회가 양원제인 국가에서는 하원이 조세 관련법을 만들고 상원은 이에 관여하지 못한다. 다만, 상원은 하원이 만든 법에 대한 거부권을 가진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다. 그러나 한국 같은 단원제 국가에서는 그런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적용될 수 없다. 세금에 의한 폭정이 쉬울 수 있는 것이다.
집값 상승에 따른 종부세 증가가 당연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개인은 집값을 올리는 주체가 될 수 없다. 집값 상승은 그동안 풀린 돈과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 탓이다. 똑같은 집의 주거 서비스 질이나 양에는 변화가 없는데, 오른 집값에 매겨 늘어나는 세금은 개인의 주거 자유를 위협한다. 개인 소유물에 대한 중과세는 약탈을 의미하고, 이는 곧 개인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또한, 재산세는 이중과세(二重課稅)의 성격을 지닌다. 사람들은 소득에는 소득세, 상속·증여에는 상속세·증여세를 내고 남은 것의 일부를 저축해 재산을 형성한다. 그런 재산에 대해 매기는 재산세는 분명히 이중과세다.
단일세제든 누진세제든 세금은 부자들이 많이 낸다. 누진세제에서는 특히 그렇다. 그래서 감세(減稅)를 하면 세금을 많이 내던 사람들이 적게 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야당이 고집하는 종부세제는 ‘부자 아닌 부자’만 늘려 세금을 더 걷어 가는 것이다. 행정부의 조세 행정을 견제하는 의회의 기능에도 어긋난다. 더 큰 문제는, 종부세를 인하하는 것은 부자 감세라는 주장이 종부세 논의의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감세 여부는 국가 운용과 관련해 논의해야지 특정 집단의 득실을 논의의 핵심으로 삼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개인들 간의 소득 격차는 시장경제로 최소화하며, 그 차이는 사람들 간의 생산성과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능력 등의 차이에 따른 (균등화) 격차다. 사람들이 자원 사용에 신중하도록 하려면, 이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개인의 자유를 제1의 가치로 삼는다면 종부세를 비롯한 재산세는 물론 전반적인 조세 체계를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세금과 정부의 영역을 줄여나가는 게 자유를 확대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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