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지 않는 기억’…정신적 고통 나 홀로 치유
[KBS 춘천] [앵커]
소방대원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각종 사고 현장에 투입돼 시민들을 구하는 최일선의 생명 지킴이입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겪는 정신적인 고통은 스스로 치유해야할 정도로 처우가 열악하다고 합니다.
조휴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전국 소방 인력 700여 명이 투입됐던 이태원 참사.
숱하게 많은 현장을 거쳐온 구조대원들에게도 이번 이태원 참사 현장의 기억은 아직도 잊기가 힘듭니다.
[장호용/춘천소방서 효자119안전센터 : "20대면 20대, 30대 추정하려고 얼굴을 봤는데 (사망자들이) 너무 어려서 지금도 마음이 아픕니다."]
이런 대규모 참사뿐만 아니라 일상에서의 각종 사고현장도 소방대원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강원도소방본부에 접수되는 구급 환자 신고만 10만 건이 넘습니다.
24시간을 근무하는 동안 1시간에 15번씩 현장에 나가는 셈입니다.
어떤 상황을 맞닥뜨릴지 알 수 없는 데서 오는 불안감에다, 충격적인 현장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느끼는 정신적인 고통은 일상이 됐습니다.
[최소윤/춘천소방서 소양119안전센터 : "제가 모르는 사이에 쌓이는 것 같기는 해요. 갑자기 이렇게 오다 보니까. 그때 생각을 좀 안 해야 더 쌓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소방청의 지난해 자체 조사 결과를 보면, 일명 'PTSD'로 불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우울증처럼 정신과적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소방공무원은 2만 4,900여 명이었습니다.
전체 소방공무원의 절반 정도에 해당합니다.
10만 명당 자살 인원도 30명이 넘습니다.
경찰이 20명인 데 비하면 10명 정도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방공무원들을 치료할 수 있는 전문 기관은 현재로선 없다는 게 문젭니다.
이 때문에, 소방청은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소방관들을 위해 국립 소방병원과 소방심신수련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두 시설은 각각 2025년과 2026년에 완공될 예정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시설만큼이나 제도 역시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공하성/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 "PTSD 치료 과정에서 인사상 불이익이 걱정되기도 하고 정신력이 약한 사람이라는 시선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심리 진단을 받도록 하고."]
각종 사고현장에서 최일선을 지키고 있는 소방공무원들의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 마련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조휴연입니다.
촬영기자:최혁환
조휴연 기자 (dakgalb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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