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대형마트 규제, 부분적이라도 개선하자
현재 우리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 마트에 월 2회 공휴일 의무휴업과 매일 오전 0시(자정)부터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대부분의 지자체는 월 2회 일요일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을 시행하고 있다. 심지어 의무휴업일과 영업제한시간에는 온라인 주문에 따른 매장의 물품 배송도 불가능하고, 이로 인해 대형 마트의 오프라인매장은 최근 보편화되고 있는 ‘새벽배송’도 할 수가 없다. 이렇듯 전통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2012년부터 대형 마트 영업 규제가 시행된 이후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규제의 실효성과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의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먼저 실효성 측면에서 대형 마트 영업을 규제해도 전통시장 매출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낸 연구분석 결과가 다수 발표된 바 있다. 실제 매출 추이를 살펴봐도 대형 마트를 강하게 규제해왔음에도 전통시장이 소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012년 15.1%에서 2020년 9.5%로 오히려 급격히 감소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없었던 2019년에도 10.8%였다. 이는 유통시장의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뀐 것도 크게 영향을 미쳤지만 근본적으로 대형 마트의 영업을 제한하는 방식이 전통시장 활성화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오히려 대형 마트 입점 이후 주변의 전통시장 고객 수가 이전보다 대폭 늘어났다는 연구결과까지 제시된 것을 보면 이 점은 더욱 명확해진다.
대형 마트 규제로 인한 또 하나의 큰 부작용은 소비자 후생 감소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이제 대형 마트는 단순한 물품 구매 장소가 아니다. 넓은 실내공간과 쾌적한 편의시설을 갖춰 날씨에 구애 없이 가족들이 함께 장보기와 외식을 즐기는 등 여가시설로서의 기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를 고려한다면 대형 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으로 인한 소비자 불편과 후생 감소 효과는 생각보다 클 수밖에 없다.
시장경제는 사업자 간 자유로운 경쟁을 근간으로 한다. 경쟁 사업자의 영업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맞지 않는 방식이다. 매우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가능한 것인데 실효성이나 소비자 후생의 측면에서 볼 때 대형 마트의 영업제한은 이제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 비중이 60.2%(2020년 기준)에 달하는 현 우리나라 유통시장 상황에서는 더 그러하다. 일본의 경우에도 우리보다 앞서 1970년대에 대형 소매점포에 대해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규제를 시행한 바 있으나 지나친 경쟁제한 문제 등이 제기됨에 따라 점차 규제를 완화했고, 2000년 들어서는 해당 법률을 폐지한 바 있다.
결국 우리나라도 제도의 폐지나 대폭적인 개선이 필요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다. 이에 따라 단계적 개선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평일 가운데 휴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고객이용이 적은 평일로 의무휴업일을 변경하기만 해도 규제로 인한 부작용을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다. 더구나 이는 법개정이 아닌 지자체 단위에서 추진 가능하다. 또한 현재 자정부터 오전10시까지의 영업제한시간에 오프라인 매장의 배송까지 금지하고 있는 것도 시급히 개선이 필요하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24시간 자유롭게 배송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러한 규제는 형평성에도 과도하게 어긋난다.
대형 마트는 이제 더는 유통시장의 절대적인 강자가 아니다. 오프라인 유통 채널 간 경쟁을 전제로 만들어진 규제의 유효기간은 이미 지나갔다. 유통시장에 남아 있는 낡은 규제를 하루빨리 합리화해야 한다.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보다는 주차환경 개선, 시설현대화와 같은 정부의 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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