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산림] 한국 산림의 탄소 흡수량 20년째 '감소중'
작년 11월에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기후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각 국의 정상들과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각국 정상들은 온실가스 흡수원인 산림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산림과 토지이용에 관한 글래스고 정상선언'을 채택했다. 선언문에서는 산림이 다른 용도로 전용돼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고, 지속가능한 산림경영 등을 통해 산림이 온실가스 흡수원의 역할을 계속할 수 있도록 각국이 함께 노력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산림의 역할이 중요하다. 산림을 이루고 있는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뒤 산소를 내보내고 줄기, 가지, 잎(지상부 바이오매스) 및 뿌리(지하부 바이오매스)에 탄소를 저장한다. 또 나무를 수확해 건축물, 가구 등 재료로 목재를 이용하면 산림에서 흡수한 탄소를 계속해서 저장할 수 있다.
반면 산불로 인해 나무가 불에 타면 그동안 저장했던 탄소가 대량으로 배출되기도 한다. 이처럼 산림은 탄소를 흡수하기도 하고 배출하기도 하기 때문에 흡수는 늘리고 배출은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목재를 수확한 자리에는 다시 어린 나무를 심어 그 나무가 성장하면서 다시 탄소를 흡수할 수 있도록 산림을 가꾸어 주고, 재해가 발생한 지역도 다시 산림으로 복구되도록 관리해나간다면 지속적인 탄소순환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산림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 2019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산림의 탄소저장량은 약 19억 3천만 톤, 흡수량은 4323만 톤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산림이 매년 흡수하는 탄소의 양은 줄어들고 있다. 산림이 저장하고 있는 탄소의 양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매년 새롭게 흡수하는 탄소의 양은 2008년 최고치인 6150만 톤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림에서 매년 흡수하는 탄소의 양이 줄어드는 이유로는 먼저 산지 전용으로 인한 산림면적의 감소 혹은 산불, 병해충 발생 등으로 인한 배출량 증가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산지전용 면적이 비교적 일정한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고 산불과 병해충 피해 면적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위에서 말한 요인이 최근 산림의 탄소 흡수량 감소 원인으로는 보기에는 어렵다.
과도한 목재수확으로 인해 탄소 배출량이 증가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2019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연간 목재수확량은 전체 임목축적의 0.5%, 연간 생장량의 약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 OECD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연간 생장량 대비 목재수확량의 비율이 다른 OECD 국가들의 절반 이하로 매우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목재수확량이 이렇게 적다 보니 우리나라 전체 목재 수요에 비해서 국산 목재의 자급률은 16%에 불과한 실정이다. 목재 수확이라는 행위 역시 탄소흡수량 감소의 원인으로는 보기 어렵다.
산림의 탄소흡수량이 증가하려면 새로 나무를 심어 산림면적 자체를 늘리거나 기존 산림의 생장하는 양이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나무를 새롭게 심는 조림 면적이 적을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산림의 생장량도 많이 감소하고 있다.
국가산림자원조사(NFI, National Forest Inventory)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산림은 20~30년까지 왕성하게 자라다가 이후 생장량이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 산림은 전체의 82%에 해당하는 면적이 31년생 이상으로 이루어져 있어 대부분의 산림이 왕성한 생장기를 지나 흡수량이 점차 감소하는 시기에 접어 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 산림의 불균형한 나이 분포가 흡수량 감소의 주요한 이유라 할 수 있다.
산림이 나이가 들면서 생장량과 흡수량이 줄어드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1950-60년대에 대규모 조림이 이루어져, 조성된 산림의 나이 분포가 우리나라와 매우 유사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한 나이 분포로 인하여 일본 산림의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2002년 이후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안타깝게도 국립산림과학원의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림은 현재 51년생 이상 산림면적은 약 10% 수준이지만, 30년 뒤인 2050년에는 70%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산림 1ha당 연간 자라나는 임목의 평균 생장량도 현재 4.3㎥에서 30년 뒤에는 1.9㎥로 50% 이상 줄어든다. 임목의 생장량 감소는 결국 탄소흡수량의 감소로 이어져서 2050년 우리나라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량은 약 1400만 톤으로 계속해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숲이 건강하게 생장하며 탄소의 흡수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정량의 목재를 수확해 가치있고 알뜰한 이용을 통해 목재제품의 탄소저장량을 늘리고, 목재를 수확한 자리에 다시 나무를 심어 어린 숲부터 나이든 숲까지 함께 어울려 커가는 건강한 숲을 만들어야 한다.
이처럼 우리 숲이 앞으로도 이산화탄소 흡수를 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미래 숲을 위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관리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 흡수량은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다. 적절한 양의 목재를 수확해 알뜰하게 이용하고, 목재를 수확한 자리에는 다시 어린나무를 심어서 미래를 위한 산림을 조성해야 한다. 산림을 관리하는 것에는 보호 활동도 당연히 포함된다. 생태적으로 가치가 높은 산림은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산불이나 산사태 등 재해가 발생한 곳은 다시 흡수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복구해야 한다. 미래세대가 기후변화로부터 안전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탄소중립 사회를 만들어가는데 산림이 기여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산림 관리가 필요한 때이다.
김영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정책연구과 연구관
[김영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정책연구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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