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한파가 입학 감소로...특성화·마이스터고 뿌리째 흔들
마이스터고 출신 취업 3년만에 1500명 ↓
취업 연계 부진, 입학거부감으로 이어져
특성화고 학생수 8년새 절반으로 ‘뚝’
사회적 편견·정책 변화·병역 3중고도
고졸 취업 한파가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의 존립마저 흔들고 있다. 이들 학교의 목적인 취업 연계성이 흔들리면서 입학생을 찾지 못하고, 교육 내용도 또 다시 부실해지고, 다시 취업률은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이 없어지는 위기의 학교들=9일 헤럴드경제가 통계청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기본통계 등을 통해 확인한 특성화고(전문계고) 입학자 수는 2013년 10만9084명에서 2021년 6만3115명으로 약 42% 감소했다.
졸업자 수도 2013년 14만1000여 명에서 2021년 7만8000여 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학령인구 감소로 2013년 전체 고등학교 졸업자 수가 63만명에서 2021년 43만명으로 약 32% 감소한 것과 비교해도 특성화고에 한파가 더 매섭게 몰아닥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2013년 939만7000명에서 2021년 770만명으로 18% 가량 줄어든 6세 이상 21세 이하 초·중·고·대 전체 학령인구수, 또 같은 기간 189만3000명에서 130만명까지 31%가 감소한 고등학교 재학생 수와 비교해도 역시 특성화고 입학생, 졸업생 숫자 감소폭이 유달리 크다.
특성화고보다 정부 지원이 더 많은 마이스터고도 위기 상황은 마찬가지다.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교육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마이스터고 졸업생 중 취업자 수는 2018년 5049명에서 2021년 3665명까지 줄었다. 3년 만에 1500명이 감소한 것이다.
졸업 후 대학에 바로 진학할 수 없는 마이스터고의 제한 조건에도, 번듯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군입대를 하거나 재수를 해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또 심지어 뒤늦게 대학 진학을 위해 마이스터고를 중도에 떠나는 학생도 꾸준이 나오고 있다고 현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실제 졸업과 동시에 취업한 학생의 비율은 점점 줄고 있다. ‘마이스터고 육성 방안’, ‘고교 직업교육 선진화 방안’ 등 고졸 취업 확대 정책을 쏟아냈던 이명박 정부 이후 특성화고 취업률도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권력과 정책 변화에 10년을 넘지 못했다. 2010년 19.2%였던 취업률은 2013년 40.5%까지 치솟았다. 2017년 50%로 정점을 찍었고, 이후 급하락세로 돌아섰다. 2022년 기준 특성화고 졸압자 대비 취업률은 27.1%로 5년 사이 반토막 났다. 이 같은 취업 부진은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 등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진다. 중3 학생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던 한 마이스터고 교사는 “우수한 인재를 입학시키려고 노력하는데, 현장에서는 벽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취업·교육·입학 동반하락...흔들리는 교육현장=‘취업·교육·입학’의 악순환은 학교 현장의 교육 부실로도 이어진다. 한 교사는 “실무 교육 잘 시켜서 직업 역량을 키워야 하는데, 교육 외적인 업무에 더 많은 힘과 노력을 쓰다보니 현장 교사도 지친다”고 말했다.
5년 전보다도 떨어진 취업률과 관련, 학교 현장 교사와 재학생·졸업생 등은 고졸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교육 정책의 변화, 병역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한 기업에서 인사관리를 오래 담당했던 서울의 한 마이스터고 교장은 “현장업무는 실제 현장 맞춤형 교육을 받아온 고졸자가 더 빨리 이해하고 업무에 적응했지만, 회사 안에서는 대졸자가 우월하다는 막연한 인식이 팽배했다”고 편견이 사라지지 않는 현장을 전했다. 실무 현장에서 원하는 인재가 아닌 ‘대졸자·대졸 예정자’를 습관적으로 써 넣는 기업들의 신입 채용 관행에 대한 지적이다.
교육정책의 잦은 변화도 취업 중심 고교의 경쟁력을 약화시킨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 마이스터고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전문성을 강화하며 마이스터고를 육성에 힘을 실었는데, 다음 정부에서 일·학습 병행체제로 가는 큰 변화를 주며 현장 실습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경험이 풍부한 인재라는 ‘고졸 취업자’의 매력을 약화시킨 교육 행정의 문제점이다.
입사와 동시에 다가오는 병역 의무도 기업이 고졸 사원 채용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취업지도를 담당하는 한 교사는 “산업 현장에서 입사 후 회사 맞춤 교육을 다 시키면 군대로 가는 경우가 많아 인력관리가 어렵다는 하소연을 듣곤 한다”며 “병역 문제로 고정적으로 고졸자를 뽑지 못한다는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
실제 고졸 채용이 비교적 활발한 한 대기업은 입사 후 바로 입대를 시키기도 한다. 반면 현장 적응 교육기간으로 1년을 두고 이후 단체 입대하도록 유도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기업의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고졸 사원 입대 시기를 특정하기도 쉽지 않다. 전공·병과별 지원자 수요에 따라 입대시점을 본인도 특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인사 계획에 미리 잡을 수 있는 육아·출산보다 병역 문제가 더 인사 관리와 채용을 어렵게 하는 요소”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영기 기자
20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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